[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35세 박하영씨는 무더운 날씨 탓에 하루 종인 에어컨을 틀어 놓는다. 최근 두통이 심해지고 피로감을 느끼는 일이 잦은 데다 콧물도 주르륵 나면서 감기를 의심한 박씨는 병원을 찾았고 냉방병이 원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여름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과도한 냉방이나 장시간 선풍기를 틀어둔 채 생활하는 이들이 늘면서 냉방병 환자가 늘고 있다. 덥다고 냉방을 과도하게 하다보면 실내외 온도 차가 커지게 되는데, 온도 차이에 몸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 냉방병이 생길 수 있다.
증상은 감기와 비슷하다. 업무 능률 저하와 두통, 피로감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또 코와 목이 마르고, 감기에 걸린 것처럼 추운 증상이 나타난다. 어지럼증이나 졸림 증상과 함께 소화불량, 변비, 설사, 복통이 일어나기도 한다. 알레르기성 비염과 콧물, 코 막힘, 목 아픔, 눈 충혈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온도변화에 대한 반응으로 말초혈관이 수축해 얼굴, 손, 발 등이 붓는다.
냉방병이 생기는 이유는 에어컨과 같은 냉방기기를 과도하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더운 여름철에 실내와 실외의 온도가 5도 이상 차이 나는 환경에 자주 노출되면 몸의 자율 신경계는 이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고 두통, 오한, 근육통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일으키게 된다. 뿐만 아니라 실내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에도 실내 습도가 낮게 유지돼 호흡기가 건조해지고 기관지가 예민해져 인후통, 기침, 콧물 등 증상을 유발하게 된다.
냉방병은 특별히 치료하지 않아도 더위를 참고 냉방기기 사용을 중단하면 며칠 내에 증상이 좋아진다. 냉방병 증상이 나타나면 우선 냉방기기 사용을 줄이고 충분히 환기한 다음 휴식을 취한다. 냉방병을 예방하려면 실내외 온도 차를 5~6℃ 이내로 하고, 실내 온도를 22~26℃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또한 2~4시간 간격으로 실내를 환기해 차가운 공기가 정체되지 않게 하고 습도는 50~60% 수준으로 유지한다. 에어컨 필터는 자주 청소하고 주기적으로 교체하면 세균 번식을 예방할 수 있다.
서민석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냉방기기로 인해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원인으로는 레지오넬라균이 있는데, 레지오넬라균은 여름과 같이 습하고 온도가 높을 때 에어컨 냉각수에 잘 번식한다”며 “레지오넬라균이 냉각기를 타고 냉방기기의 찬 공기를 통해 실내에 퍼지게 되면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서 독감이나 폐렴과 같은 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레지오넬라증은 만성폐질환자, 당뇨환자, 고혈압환자, 흡연자, 면역저하환자 등 면역이 저하된 고위험군에서 잘 발생한다"면서 "예방을 위해서는 대형 건물의 냉각탑수, 샤워기, 중증 호흡 치료기기, 수도꼭지, 장식분수, 분무기 등의 레지오넬라 균 증식을 억제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냉각탑과 급수시설의 청소·소독을 주기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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