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구 치고, 색소폰 불다 보면 기분이 엄청 신나요. 늙을 시간이 없어요. 악보도 안 보고 다 외워서 합니다. 하하.”
올해 95세인 김안과 병원 이사장은 80대 중반 넘어 색소폰, 장구 등 다양한 악기를 배우고 연주하며 건강을 다진다. 서예도 늦은 나이에 입문했는데, 거실 뒤편에 그가 쓴 작품이 걸려 있다. /신현종 기자
올해 95세인 김안과 병원 이사장은 80대 중반 넘어 색소폰, 장구 등 다양한 악기를 배우고 연주하며 건강을 다진다. 서예도 늦은 나이에 입문했는데, 거실 뒤편에 그가 쓴 작품이 걸려 있다. /신현종 기자
목소리가 시원시원하다. 올해 95세인 김희수 김안과병원 이사장의 말만 듣고 있으면, 60대 초반으로 느껴진다. 대화를 주고받는 속도가 빠르고, 쉼이 없다. 그는 다양한 악기 배우기와 연습, 서예와 무용 수업, 지인과의 만남 등 하루 5~6개의 일정을 소화한다. 젊은 사람도 지칠 법한 일과인데, 1년 365일 쉬는 날이 없다. 악기는 모두 80대 중반부터 배웠다. 조용히 삶을 마무리 짓는 장수가 아니라, 뭔가를 계속 새롭게 도전하며 나이 들수록 인생을 더 풍성하게 사는 신(新)장수인이다. 요즘도 무릎을 편 채 허리를 숙이면, 손이 바닥에 닿는다. 80대 중반에 췌장에 종양이 발견됐는데, 10년 지나면 암이 될 수 있다는 의료진의 말에 바로 제거 수술을 받은 바 있다.
그는 일제 시대와 해방기를 거치며 어렵사리 학교를 마쳤다. 세브란스 의대 졸업하자 한국전쟁이 났다. 선교사 도움으로 아내와 자식을 남기고, 미국 유학에 올랐다. 영어가 부족하니 노트가 너덜너덜 해질 때까지 적고 또 적었다고 했다. 안과 전문의가 되어 미국서 편히 지낼 수 있었지만, 고국으로 돌아와 영등포에 작은 안과의원을 열었다. 그 안과는 올해 개원 60주년을 맞았고, 국내 최대 안과전문병원이 됐다. 지금도 처음 문을 열었을 때처럼 365일 연중무휴, 24시간 진료를 한다. 그는 50대에 고향에 내려가 건양중학교, 고등학교, 건양대를 잇따라 세웠다. 요즘은 은퇴하고 고향 마을 언저리에서 살고 있다.
그가 건양대병원을 이끌던 시절, 매일 새벽 4시에 병원에 나와 응급실과 병동 회진을 돈 것으로 유명하다. 요즘에는 5시 반에 일어나 침대에서 하체와 허리 스트레칭을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식사는 야채와 고기, 콩류 위주로 먹는다. 입에 넣은 음식은 수십 번 꼭꼭 씹어 넘긴다. 단백질 보충제도 복용한다. 노년기 근육 손실을 막기 위함이다. 매일 1만보 이상 걷고,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을 걸어 올라간다. 서울 나들이 할 때는 혼자서 KTX와 지하철을 이용한다.
그가 즐기는 하모니카, 색소폰, 단소는 긴 호흡과 폐활량을 유지하는 데 좋고 내쉬고 들이마시는 호흡 근육을 단련시킨다. 장구, 오카리나도 연습하는데, 손과 뇌를 연결하는 동작이 많아 인지 기능을 키우는 데 좋다. 부부가 함께 고전무용을 배웠는데, 리듬감을 키우고, 균형감을 높여서, 낙상 예방에 효과적이다. 그는 “요가를 해보니 골반과 하체 근력을 키우고 유연성을 늘리는 데 최고”라고 했다. 서예를 일주일에 두 번 하는데, 노년기 흔히 겪는 불안감을 줄이고, 안정감을 준다. 각종 인체 뼈를 보고 스케치하며 해부학 그림을 만들고 있다.
일정한 시각 새벽 기상은 수면 패턴을 규칙화하여 불면증 예방에 좋고, 하루 만보 걷기는 햇볕 쬐는 시간을 늘려준다. 노년기에는 낮에 햇볕을 충분히 받아야 수면 호르몬 멜라토닌 생성이 잘 된다. 이런 활동 덕에 매일 7~8시간 잘 수 있다고 그는 전했다. 일주일에 한 번 하는 골프는 사고 판단 능력 키우고, 많이 걷게 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게 한다.
그는 “내 자신을 끊임 없이 관리한 게 건강 장수 비결이지 싶다”며 “자기 삶에 애정을 갖고 많은 것을 배우고 실천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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