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겹이 쌓인 영예증서들과 묵직한 훈장들은 걸어온 삶의 궤적이자 기록들이다. 기록으로 남았고, 또 더러 기록되지 못한 지나온 세월이 돌아보면 근 한세기가 된다.
‘8.15’ 로인절을 맞아 연길시에 살고 있는 1930년생, 만 93세의 김봉수 할아버지의 인생 발자취를 돌아보며 한 로인의 파란만장한 인생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많은 일들이 잊혀지고 희미해졌지만 아직도 어제일처럼 생생한 기억들도 있다. “항미원조 참전을 앞두고 사진관에 가서 사진을 찍었소. 이제 곧 전쟁터에 나가게 되니 주소와 사진값을 남겨주며 그리로 보내줄 수 없겠냐 했소. 과연 내가 이 사진을 받아볼 수 있을지…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보내왔더라구. 그 사진이 이 사진이요.”
“그 사진이 이 사진이라오.” 전쟁터에 나가기전 사진관에 가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과연 이 사진을 받아볼 수 있을가 했었는데 이렇게 기록으로 남아 영광의 추억이 되였다.
풋풋한 소년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그 사진은 김봉수로인의 20세를 기록했다. 17세의 어린 나이에 입대해 1947년부터 1949년까지 해방전쟁에 참가했고 20세의 나이에 항미원조전쟁에 참전했다는 김봉수로인이다.
“1950년 8월에 지원군 전략물자 수송차 운전사로 편입되였소. 전 군의 후방 공급을 보장하는 임무를 맡아 안전하게 물자를 운송해야 했소.”
매 순간이 생과 사의 경계였고 적의 포격, 적기의 폭격과 총탄 소사가 매일이다 싶이 이어졌다. 그언젠가 포탄이 근처에 떨어지며 폭발하는 위력에 왼쪽 귀의 고막이 터졌다. 그 사고로 왼쪽 귀의 청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항미원조 대공(大功) 상장과 공로메달들은 김로인이 걸어온 인생 려정에 대한 빛나는 기록이다.
“왼쪽 귀는 완전히 들리지 않고 오른쪽 귀도 그닥 성치 않아 보청기를 껴야만 들을 수 있소.” 보청기를 꺼내보이며 김봉수로인은 그래도 새중국의 창립을 맞이하고 그 영광의 순간을 목격하지 않았냐며 미소 지었다. 항미원조 대공(大功) 상장과 공로메달들이 그 력사의 기록으로 남아 김로인의 인생을 조명한다.“김봉수로인은 그야말로 성실과 근면의 대명사로 불릴 만한 분이지요.”
“김봉수로인은 그야말로 성실과 근면의 대명사로 불릴 만한 분이지요. 해방전쟁 시기에, 그리고 항미원조를 지원해 전쟁터에 나가서 새중국의 창립과 보가위국을 위하여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으로 싸운 혁명선배이고, 새중국이 창립된 후 군대를 전역하여서는 일터에서 열과 성을 다해 일했던 선줄군이였으며, 리직한 후에는 당사학습교양 강연을 다니며 지금도 여열을 발휘하고 있는 로당원입니다.” 옆에서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온 연변군대간부휴양소새일대관심사업위원회 최동호 주임은 이렇게 김로인을 평했다.
소학교, 회사, 기관단위나 부대의 초청으로 강연을 다닌 지도 어언 10여년이 된다. 이젠 90세가 넘는 고령에 자료를 준비하는 것도 일이지만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언제 한번 거절한 적 없다. 혁명선렬들의 사적을 널리 알리고 선양하는 일이라면, 우량한 전통을 전승하고 발양하는 일이라면 로공산당원의 분투정신을 남김없이 보여주는 김로인. 간고분투와 성실근면으로 점철된 그의 인생은 그 어떤 자리에서, 그 무엇을 하든 대강대강 하지 않았다고 자부할 수 있다.
지금도 2시간 동안 서서 치는 문구도 끄덕없다고... 김봉수로인은 현재에 충실하고 생활을 열애하는 락관주의자이다.
파란만장한 세월을 겪었지만 김로인은 현재에 충실하고 생활을 열애하는 락관주의자이다. 젊은이들 못지 않은 열정으로 탁구, 당구, 스케이팅 등 여러 운동 종목을 두루 섭렵했는가 하면 로년조 시합에 나가서 상을 꽤 휩쓸기도 했다. 지금은 2시간 동안 서서 치는 문구도 끄덕 없다며 취미를 묻는 질문에 말보따리를 풀었다. “인생은 즐기는 자의 몫”이라는 말처럼 일상에서 즐거움을 찾는 김로인은 거실에 크게 걸어둔 사진 작품을 설명할 때 그렇게 즐거워 보일 수가 없었다.
“채소를 사다가 직접 료리도 합니다. 허허” 취미생활을 즐기는 와중에 백화를 쇼핑하고 손군들에게 축하 선물을 하는 멋쟁이 할아버지이고 “저번날에 성도에서 갓 페막한 세계대학생하계운동회에서 중국이 메달 순위 1위를 획득”했더라며 열점 이슈와 사회 관심사에도 능통한 ‘척척박사’이기도 하다.
배움에 멈춤이 없고 건강관리에 게을리하지 않으며 만사에 적극적인 자세가 곧 김봉수로인의 장수비결이자 행복한 로후생활을 즐기는 삶의 지혜가 아닐가 싶다.
근 한세기의 세월이 함축된 김로인의 인생이야기는 시대의 발전사를 엿볼 수 있는 한편의 ‘력사이야기’임과 동시에 건강한 백세시대를 대비하고 또 백세시대가 더는 머나먼 미래가 아님을 보여주는 한편의 ‘건강드라마’이기도 하다.
/길림신문 김가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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