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한국 경기도 남양주에서 낚시터 잡일을 하다 집에 일이 좀 생겨 짐을 꾸려가지고 돌아오게 되였다. 꽤나 묵직한 가방 두개와 씨름을 하며 터미널을 향해 힘겹게 걷고 있는데 갑자기 웬 벤츠 자가용 한대가 칙~ 하고 멈춰서더니 삼십대 초반의 예쁜 아가씨가 차창문을 열고 말을 건네왔다.
“아저씨, 중국분이시죠? 집으로 돌아가세요? 여기서 터미널 까진 꽤 먼데요. 타세요, 모셔다 드릴게요.”
아가씨는 눈썰미가 좋았고 성격도 시원시원하였다.상대가 녀성분이고 짐이 무거워 고생하던 차라 나는 아무런 경계심도 없이 얼쑤 좋다고 허리 굽혀 감사 인사를 하고는 흔쾌히 제꺽 올라탔다.
예쁜 녀인들은 보통 다 오만하다고 들었는데 이 젊고 예쁜 녀인은 퍽 인정스럽게 옥수수수염차까지 권하며 고운 목소리로 이런저런 말들을 걸어왔다.덕분에 황홀한 기분 속에서 려객 터미널까지 쉽게 올 수 있었다. 그날 그 녀인의 미소 띤 얼굴 모습은 몇년이 지난 지금까지 눈에 생생하다.
작년에 국내에서 겪은 일이다. 한번은 일보러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핸드폰과 돈지갑이 든 손가방을 택시에 두고 내렸다. 지갑에는 인민페 몇백원과 은행카드, 담배, 라이터가 들어있었다. 돈이 없어도 모르겠지만 현금까지 들어있는 가방을 어느 기사가 돌려 주겠느냐며 빨리 은행에 가서 카드 분실 신고를 하라고 집식구들은 닥달질을 해댔다. 옷을 주섬주섬 주어입고 은행에 가려고 금방 문밖을 나서는데 친구 철수가 택시에서 내렸다.
“야, 넌 차는 어쩌고 택시놀음이냐, 또 술 먹으러 가자고? 난 지금 그럴 기분 아니야!”
“야 임마, 술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그러니까 술술 흘리면서 다니지...”
원래는 나의 가방을 발견한 기사가 나를 찾기 위해 나의 휴대폰 통화 기록에서 철수를 찾아서 그와 련계를 취해 철수를 싣고 우리 집에 온 것이였다. 너무나도 고마워 사례비로 300원 드리려 했으나 기사는 기어이 택시비 10원밖에 받지 않았다. 할 수 없이 택시 차번호를 적어 감사장을 택시회사에 가져갔다.
“아, 이분이 바로 산 뢰봉이구나.” 나는 폐부로 고마움을 느꼈다.
이것은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다.
아침에 눈을 뜨고 보니 비가 구질구질 내리고 있었다. 비는 닥다글 닥다글 왁다글 왁다글 우리 집 양철기와를 잡아 두드리며 내 맘을 간지럽히고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흐린 날엔 개고기가 최고라는데… 개고기 추렴이나 해야겠다.’
몇몇 친구들과 전화 약속을 끝낸 나는 우산을 집어 들고 시장으로 향했다. 먹음직스러운 개다리 한짝을 사가지고 문밖을 나섰는데 아뿔싸 우산이 보이지 않았다. 개고기매대에 두고 나온 것 같았다. 들어가 찾아 보았으나 헛수고였다. 장사꾼아줌마는 배구공 같은 머리만 보기 좋게 설레설레 저을뿐이였다.
나는 너무 어이가 없어 그 장사군 아줌마를 원망하며 혼자 중얼거리는데 내 앞에 천사가 나타났다
“아저씨, 보아하니 다리가 좀 불편하신 것 같네요. 이 우산을 쓰고 가세요.”
돌아다보니 목소리도, 얼굴 생김도, 마음씨도 하나 같이 아름다운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생면부지의 아줌마가 깜찍한 우산을 내 앞으로 내밀고 있었다.
“아니, 하나밖에 없는 우산을 날 주고나면 댁은?”
“전 다리가 성하고 집이 이 근처이니 괜찮아요.”
“그럼 우산값이라도...”
“웃기지 마세요. 저 장사군이 아니거든요.”
진짜로 손에 든 개고기를 다 드려도 조금도 아깝지 않을 고마운 분이였다.
내가 여태 배려에 굶주린 탓일가, 꿀보다 더 달콤한 향이 두고두고 못잊을 감격적인 배려에 가슴이 울컥하였다.
비길을 터벅터벅 걸으며 생각에 잠겼다. 이제 보니 살맛나는 세상이 온거구나, 진짜 요즘 세상은 살맛나는 세상이 온것 같다. 이렇게 살맛나는 좋은 세상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가?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무엇을 주어야 하나? 사회를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 민족과 나라를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
함께 하는 세상에서 베풀며 살아가는 것이 의인의 삶이고 지성인으로 살아가는 보람찬 일이 아니겠는가!
/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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