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나이 들면서 추억에 젖어 산다고 한다. 그 말이 그른데 없나보다. 나 역시 요즘 늘 동년의 고향마을을 그려보군 한다.
내가 나서 자란 고향마을은 참 좋았다. 옹기종기 초가집들이 빼곡히 들어앉았는데 어른들도 많았고 조무래기들도 많아 이런저런 재미있는 사연들이 참 많았다.
시골의 개구쟁이들에게는 사계절 조용할새가 없었다. 겨울방학을 한 조무래기들에게 놀거리가 참 많았는데 썰매타기, 딱지치기, 자치기, 제기차기, 술래잡기… 아침에 집을 나가면 도무지 집에 들어갈념을 하지 않는다.
시골의 겨울해는 노루꼬리처럼 짧은지라 해가 어슬렁 어슬렁 서쪽으로 기우는가 싶은데 농한철에 일거리를 놓은 집집의 굴뚝에서는 일찌감치 저녁연기가 모락모락 피여오른다. 이맘 때면 집집들에서 어른들이 마당에 나와 제집 ‘식구’들을 불러들이는 부름소리가 한창 분주하다.
“꿀- 꿀꿀 꿀-”
“구구-구 구구 구-”
“꼬독꼬독-워리-워리-워리—”"
“아무개야, 빨리 집에 들어와 숙제해라!”
정다운 고향의 부름소리이다. 그러면 마당질이 끝난 탈곡장에서 북데기를 뚜지던 돼지들, 낱알이삭을 쪼아먹던 닭들, 그리고 온 동네를 쏘아다니던 쌉살개들도 볼 장 다 봤는지 주인의 목소리를 용케도 알아듣고 부랴부랴 제 집으로 달음박질한다. 유족하지는 못했지만 참으로 사람 사는 맛이 진한 풍경이다.
이렇게 집집마다 자기 집 ‘식구’들을 불러들이는 분주한 소리 속에 놀음에 빠져있는 나를 부르는 울 엄마의 부름소리도 빠짐없이 들려온다. 지금도 나를 부르는 듯 쟁쟁히 내 마음을 울린다.
“막내야-광룡아! 빨리 들어와 저녁먹거라—”
/김광룡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