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그때 그 이야기32] 시어머님의 '불호령'
조글로미디어(ZOGLO) 2026년6월1일 16시30분    조회:890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정금련

 류수같은 세월이 흘러 이젠 나도 일흔의 문턱에 들어섰건만, 오늘도 시어머니처럼 손발이 분주해진다.

손수 반찬을 지지고 볶고 설 차림상을 차렸지만 손주들은 둬저가락 뜨네 마네 하고는 핸드폰 삼매경에 빠져든다. 텅 빈 듯한 아이들의 눈동자를 보노라니 야속해서 도망치고 싶었던 그때 그 시절 시어머님의 '불호령'이 못내 그리워진다.

매년 설명절을 즐겁게 쇠고 나면 시어머님은 '불호령'을 내리시군 했다.

"모두 와서 함께 메주를 써야겠다." 하시면서 아침 일찍 우리 형제들을 모두 부르신다. 어머님은 "초닷새, 초엿새 메주가 달고 맛있다." 고 하시면서 콩을 정선하기 시작하셨다. 그때는 갓 시집 와서 어쩌다 휴식하는 명절인데 하필이면 명절에 귀찮게 메주를 하시는지 참 시어머님이 야속하기만 했다. 그러나 시어머니의 '어명'이라 별수없이 따르기로 맘 먹고 집을 나설수밖에 없었다.

문을 떼고 들어서는 순간, 두 눈이 휘둥그래지고 눈굽이 젖어 들었다. 새벽 3시부터 시아버님은 불을 때고 시어머님은 두 가마에 콩을 안치고 여덟 시가 되기도 전에 삶은 콩을 손절구로 모두 찧어 놓으셨기때문이다.

너무도 미안한 마음에 "벌써 다 해놓으셨네요. 어머님, 제가 너무 늦게 왔습니다."라고 사죄하면 시어머님은 “빨리 올라 오오. 함께 빚으면 되오.” 하시면서 무랍없이 환하게 웃으셨다.

우리는 모여서 금방 뭉겨 놓은 메주를 둥글게 빚어 벼짚을 깔고 올려놓고, 또 묵은 장 한 소래에 햇 메주를 버무려 '오누이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집에서 대물림한 나무 소쿠리에다 벼짚을 펴고 청국장을 띄우기도 했다.

그때 우린 뜨끈 뜨끈한 가마목에서 청국장에 명태를 넣고 보글보글 끓인 국물 한 그릇에 옥수수밥 한그릇 뚝딱 비우고 나면 그 맛이 또한 천하별미였다. 

저녁밥을 맛나게 먹은 우리 형제들은 윷판으로 옮겨 즐겁게 놀기 시작한다. 

그러는 사이에 시어머님은 없는 살림에도 어느새 오누이장이며 마른 산나물이며를 꽁꽁 싸서 보따리를 여러개 만드시군 했다... 

 시어머님은 항상 우리에게 "한끼 못 먹은 티는 나지 안아도 없고 못 사는 티는 난 다" 고 하면서 아껴 드시고 아껴 쓰면서도 항상 우리들에게 휴일만 되면 "오늘은 두부를 앗을테니 함께 하자" "오늘은 순대를 함께 만들어 먹어보자"... 이런 저런 각가지 '불호령'을 내리시였고 우리는 또 시어머님의 이런 제안을 항상 '가풍'으로 받아들이면서 장장 25년을 내내 이어 왔다. 이렇게 시어머니가 항상 자식들에게 일솜씨를 모름지기 배워주고 이끌어주니 형제들의 정도 더욱 두터워 졌다.

 그런데 그 잊지 못할 '불호령' 중 마지막 '불호령'이 내 마음속의 마지막 여한으로 남아 지울래야 지울수 없는 평생의 후회로 남아있다.

그날, 무역 물자를 싣고 먼 길을 갔다 집에 오는 길에 시댁에 잠간 들렸더니 시어머님의 '불호령'이 또 시작되였다.

"래일 집에 오너라. 감자국수를 푸짐히 사왔으니 형제들이 모여 함께 먹자." 라고 하셨다. 그날 따라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열 몇시간이나 차를 타고 온 터라 몸이 피곤했다. 그래서 싫은 마음에 시어머님께 "감기 기운이 있어 좀 쉬겠습니다."라고 외면했고 시어머님도 그렇게 하라고 선선히 대답해주시였다. 그후 며칠 뒤에 외국 출장을 떠나게 되였다.

그런데 출장을 나온지 스무날만에 부고가 날아 올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였다. 시어머님이 심장병으로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나셨단다. 청천벽력이 가슴을 쳤다. 자식들을 보고 싶어서 또 맛있는 것 을 주려고 오라고 했던 그 한마디, 시어머니의 그 마지막 '불호령'을 끝내 지키지 못한 내가 너무나 미워졌고 그 후회는 가슴 한구석에 영원한 흑점으로 남아있다.

세월이 지나니 시어미니의 자식들을 향한 '불호령' 의 날들이 너무나도 소중한 추억의 날들이였음을 뒤늦게야 깨닫게 된다.

'불호령'속에 깃든 시어머님의 참뜻을 떠올리기만 해도 목이 메여 눈시울이 젖어든다. 비록 세상은 변해가고 가마목에서 지지고 볶던 그 미량풍속들은 점점 멀어져 가고 있지만 그 옛날 따뜻했던 시어머님의 인정보꾸레미를 풀어 그리운 마음을 되새기며 달래보군 한다.

그때 시어머님의 그 '불호령'은 나를 외롭게 내버려 두지 않으려 했던 웃세대 어른들의 사려깊은 사랑이였음을... 이제 나는 그 사랑의 빚을 갚기 위해 내 손주들에게 그 '아름다웠던 불호령' 을 맘껏 이야기해주려 한다. 시부모님의 그 뜨거웠던 마음의 참사랑을 말이다. 이제는 그 참사랑을 내가 이어받아 후세대들에게 위대하고 아름다운 참사랑을 전하련다. 

아,ㅡ 그립고 그리운 잊지 못할 시어머님의 '불호령'이여!


정금련 

연변시조협회 회원

1978년부터 연길시조양천공소합작사 직원

1998년부터 무역사업에 종사


编辑:안상근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8098
  • ◎정금련 류수같은 세월이 흘러 이젠 나도 일흔의 문턱에 들어섰건만, 오늘도 시어머니처럼 손발이 분주해진다.손수 반찬을 지지고 볶고 설 차림상을 차렸지만 손주들은 둬저가락 뜨네 마네 하고는 핸드폰 삼매경에 빠져든다. 텅 빈 듯한 아이들의 눈동자를 보노라니 야속해서 도망치고 싶었던 그때 그 시절 시어머님의...
  • 2026-06-01
  • ◎한경애삶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만남으로 시작된다. 부모, 형제, 이웃, 친구, 선생님, 동료…… 수많은 사람과 만나 인연을 맺으며 살아간다. 어느 날, 외손녀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청소기를 돌리는데 전화가 울렸다. 모르는 번호라 잠시 망설이다가 통화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안녕하세요? 혹시 ...
  • 2026-06-01
  • 지난달 ‘동북리그’가 힘차게 막을 올린 가운데 제2라운드 경기들도 잇달아 열리며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내몽골팀과 개막전을 치렀던 연변팀은 오는 6월 13일 펼쳐지는 제2라운드에서도 원정길에 올라 심양팀과 맞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이에 홈에서 연변팀과의 경기를 앞두고 5월 30일과 31일, 이틀간 심양시 문화...
  • 2026-06-01
  • - 원정 떠나는 연변팀, 3위 남통 잡고 반등할가?지난 10라운드 홈에서 ‘길림더비’를 치른 연변팀. /사진 김파기자시즌 3분의 1이 지나며 리그 순위 경쟁이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고 있지만 연변팀은 여전히 홈 첫 승의 고리를 풀지 못한 채 ‘마귀홈장’에서 예상 밖의 답답한 흐름을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승리를 향한...
  • 2026-06-01
  • 5월 31일 저녁, 2026 동북지역 도시축구리그 정규 경기 제2라운드에서 최고의 빅매치가 펼쳐졌다. 장춘팀이 홈장에서 상승세의 대련팀을 맞이해 90분간의 혈투 끝에 1대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이 경기 결과로 두 팀은 나란히 승점 1점씩을 추가했다.이 경기는 철옹성 같은 수비와 ‘젊은 피의 반란’이 정면으로 충돌한...
  • 2026-06-01
  • ‘유령배달’ 단속, 온라인 음식점 전 과정 엄격히 관리6월 1일부터 <온라인음식봉사경영자 식품안전 주체적 책임 감독관리규정>이 정식 시행된다. 해당 규정은 여섯가지 차원에서 온라인 음식 배달 안전관리를 강화한다. 배달 플래트홈은 업체 자격에 대해 실질적인 심사를 진행하고 감독 관리 부문과 데이터를 대조...
  • 2026-06-01
  • 5월 30일, 길림성 적십자기금회 설립 대회가 길림대학 제1병원 보고홀에서 개최되였다. 중국적십자회 당조성원이며 부회장인 장변효, 길림성당위 부서기 오해영이 대회에 참석했다.대회에서는 민정 부문의 설립 비준 및 기금회 제1기 리사회와 감사회 인사 명단을 선독함으로써 길림성적십자기금회가 공식적으로 설립 승인을...
  • 2026-06-01
  • 송화강 따라 펼펴진 코스에서 강성의 풍경 만긱5월 31일, ‘2026 후곡커피·길림시마라톤경기’가 길림시인민광장에서 출발 신호와 함께 시작됐다. 3만명의 참가 선수들이 출발선에서 출발하고 있다.5월 31일, ‘2026 후곡커피·길림시마라톤경기’가 길림시인민광장에서 출발신호와 함께 시작됐다. 세계 각지에서 온 3만명...
  • 2026-06-01
  • 습근평 중국공산당 제1차 전국대표대회 기념관, 남호혁명기념관 소선대 붉은넥타이 해설원들에게 회신 보내 격려홍색유전자 전승하고 지식과 능력 키워 새 로정에서 력사의 계주봉 잘 이어받아야전국의 어린이 친구들에게 6.1국제아동절 축하인사 전해[북경 5월 31일발 신화통신] 6.1국제아동절에 즈음해 중공중앙 총서기이...
  • 2026-06-01
  • 5월 30일, 대련시 백운안수공원에서 ‘대련시 조선족 민속문화예술공연’이 열렸다. 대련시문화및관광국에서 주최하고 대련시조선족문화예술관에서 주관했으며 대련시조선족학교와 대련시조선족기업가협회, 대련시조선족로인협회가 함께했다. 이날 행사에는 주최 및 주관 단체 관계자들을 비롯해 장춘시조선족군중예술관과 ...
  • 2026-06-01
‹처음  이전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