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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유산] 룡고무, 현대의 박동과 만나 새로운 생명력을 얻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26년9월8일 15시36분    조회: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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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급무형문화유산 조선족 룡고무 전승인 황려의 이야기

북소리와 함께 깨여나는 룡의 정신

한여름 날, 룡정시 배꽃민속문화광장, 뜨거운 해살아래 백여 명의 무용수들이 북을 메고 장엄한 대렬을 이루고 있다. 갑자기 웅장한 북소리가 터져 나오자 그들의 몸에서 일제히 에너지가 폭발한다. 강렬한 리듬과 함께 흰 소매가 파도치듯 휘날리고 발걸음은 땅을 울리며 전진한다. 마치 잠자던 룡이 깨여나 하늘로 승천하려는 듯한 이 장관은 바로 조선족 전통무용 룡고무(龍鼓舞) 의 현장이다. 그리고 이 거대한 룡의 심장을 뛰게 하는 이가 있다. 주급 제3대 룡고무 전승인이자 룡정시문화관 부관장인 황려이다. 그녀의 지휘봉 아래, 오랜 전통을 간직한 룡고무의 북소리는 현대의 박동과 만나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다.

룡고무와의 만남, 북소리는 민족의 심장소리

1987년, 조선족 문화의 중심지인 룡정시에서 태어난 황려는 어릴 때부터 북소리와 함께 자랐다. 명절이면 마을 광장에서 펼쳐지는 농악놀이와 각종 공연에서 북을 치며 춤추는 어른들의 모습은 그녀에게 가장 익숙한 풍경이였다. 특히 룡고무는 단순한 춤이 아닌, 룡의 기상을 빌어 마을의 평안과 풍년을 기원하는 종합 예술이였다. 북은 악기이면서 동시에 춤의 도구였고, 춤사위는 리듬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했다.

“어릴 때는 그저 시끄럽고 재미있는 춤이라고만 생각했어요.” 황려는 당시를 회상한다. “하지만 문화관에서 열린 룡고무 강습반에 다니면서, 이 춤 속에 우리 민족의 력사와 정신이 담겨 있다는 걸 깨달았죠.”

그녀의 본격적인 인연은 2002년에 시작되였다. 당시 룡정시문화관의 원로 무용가이자 제2대 전승인인 강순자 선생을 스승으로 모시게 되면서부터였다. 강선생님은 단순한 춤 기술이 아닌, 룡고무의 정신적 뿌리를 전수했다. 북을 치는 각각의 동작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룡의 형상을 형상화한 춤사위가 어떻게 하늘과 땅, 인간을 련결하는지에 대한 철학까지 가르쳤다.

“스승님은 늘 말씀하셨어요. ‘북소리는 우리 민족의 심장소리야. 그 소리를 잊으면 우리는 정체성을 잃는 거다.’” 황려는 스승의 가르침을 전하며, 자신의 사명이 단순한 예술 전승을 넘어선다는 것을 일찍이 깨달았다고 말한다.

전통의 맥을 잇는 무대, 그리고 창조적 도전

체계적인 훈련을 거친 황려는 빠르게 두각을 나타냈다. 그녀의 춤은 강인함과 유연함을 동시에 지녔고, 복잡한 북 치기 기술과 정확한 춤사위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2008년 장춘에서 무용교사로 활동하며 청소년들에게 룡고무를 가르치기 시작한 것은 그녀에게 전승자로서의 첫 발걸음이였다. 2011년에 고향인 룡정시의 문화관으로 돌아온 후, 그녀는 무용수에서 창작자이자 지도자로 령역을 확장해 나갔다.

그러나 그녀는 전통을 단지 복제하는 데 머물지 않았다. 현대 관객들의 미적 취향과 무대 환경의 변화를 간파한 그녀는 ‘창조적 전환’ 에 나섰다. 가장 큰 혁신은 ‘삼면고(三面鼓)’ 와 ‘립고(立鼓)’ 의 도입이였다. 기존의 주로 들고 치는 한 면의 북에서 벗어나, 세 면을 모두 활용하거나 큰 북을 무대에 세워 연주하는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룡고무의 시각적 스펙터클과 음향적 충격력을 극대화했다. 이는 단순한 형식의 변화가 아닌, 룡의 웅장한 기상을 더욱 립체적으로 표현하려는 시도였다.

“전통의 핵심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하면 오늘날 사람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녀의 혁신은 호응을 얻었다. 그녀가 창작하고 연출한 〈북동〉, 〈고락제명〉, 〈백인함성〉 등의 작품은 각종 대회에서 수상하며 룡고무가 ‘박물관 속 춤’이 아닌 ‘현대 무대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했다.

고독한 전승자의 길, 그리고 희망의 불씨 지피기

화려한 무대 뒤편, 황려의 일상은 고된 전승 활동으로 가득 차 있다. 그녀가 맞닥뜨린 가장 큰 과제는 후계자 부족 이라는 전통 예술계의 공통된 고민이였다. 룡고무를 배우려면 뛰여난 체력과 리듬감, 장기간의 꾸준한 훈련이 필요했지만 이를 직업으로 삼아 생계를 꾸려나가기는 쉽지 않았다. 젊은 인재들은 더 실용적인 직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였다.

황려는 이 장벽을 ‘보급’ 과 ‘체험’ 을 통해 돌파하려 했다. 그녀는 문화관의 전승 기지뿐만 아니라, 학교, 공동체, 로인 대학, 관광지에 이르기까지 발로 뛰며 룡고무 보급 활동을 펼쳤다. “먼저 많이 알리고, 많이 경험하게 해야 해요. 사랑이 생겨야 배우려 하니까요.”

2015년부터 매년 진행된 공개 강좌는 수백 명의 일반 시민을 모았다. 2021년에는 길림성직업기술학원에서 2개월 동안 진행된 ‘백인 룡고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젊은 학생들 사이에서 민족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불러 일으켰다. 지금까지 그녀가 진행한 교육은 40여 회, 루적 강습인원은 1,500명을 넘어선다. 또한 틱톡, 위챗 등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여 물리적 한계를 뛰여넘는 전파를 시도하고 있다.

그녀의 노력은 점차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가장 값진 성과는 제4대 전승 후보자들을 키워내는 것이였다. 그중에서도 반우와 주사위는 뛰여난 재능과 열정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만족 출신의 반우(1994년생)는 황려의 직계 제자로, 그녀에게서 직접 사사를 받았다. 반우는 삼면고의 독특한 매력을 활용한 섬세하면서도 힘 있는 표현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족 출신의 주사위(1993년생)는 학습 능력이 뛰여나 룡고무의 교수법과 리론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데 기여하고 있으며, 소셜미디어를 통한 홍보와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민족을 불문하고, 이 춤을 사랑하고 정성을 다하는 사람이면 모두 우리의 동반자입니다.” 황려는 이들이 룡고무의 미래를 함께 열어갈 동료이자 가족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허수영, 최미연, 김의진, 박지영 등 더 많은 젊은 인재들을 준비시켜 3-5년 내에 독립적인 전승자로 성장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황려에게 룡고무 전승은 예술적 실천을 넘어선 사회적 실천이다. 그녀는 문화관 부관장으로서 예술 단체를 이끌어 ‘공연을 관광지로’, ‘공연을 기층으로’ 보내는 문화 혜민 공연을 300여 회 진행하며 수많은 관객들에게 생생한 민족 문화를 선사했다. 중국 조선족 농악무 대회, 전국 소수민족 무용 작품 전람, 지방의 명절 행사 등 각종 플래트홈에서 룡고무를 선보이며 지역 문화 브랜드를 구축했다.

또한, 그녀는 무형문화유산 자료 수집과 정리에 힘썼다. 력사적 문서, 노래 악보, 이전 세대 전승자들의 이야기, 각종 공연 영상 등을 체계적으로 수집하여 룡정시문화관 민예전시실에 보관함으로써 이 소중한 무형문화유산이 디지털 시대에도 영원히 보존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끝나지 않은 북소리

오늘날 황려가 무대에 서거나, 학생들을 가르칠 때, 그녀의 몸짓에는 개인적인 열정만이 아닌, 몇 세대에 걸쳐 전해져 내려온 집단적 기억과 사명감이 깃들어 있다. 그녀의 손끝에서 터져 나오는 북소리는 과거로부터의 메아리이자, 미래를 향한 다리가 된다.

“룡고무의 북소리는 결코 멈춰서는 안 됩니다.” 황려는 확고하게 말한다. “그것이 멈추는 날은 우리 민족의 심장 박동이 멈추는 날이 될 테니까요.”

하나의 춤이 한 민족의 얼굴이 되고 한 사람의 열정이 문화의 생명선을 지키는 힘이 된다. 북소리와 함께 춤추는 황려의 모습은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변치 않는 정신으로 땅을 굳건히 딛고 서 있는 조선족 문화의 살아 있는 상징이다. 그녀와 그녀의 동료들이 이어가는 룡의 춤사위는 오늘도 고향의 들판을 가로지르며 더 넓은 세상으로 우렁찬 울림을 전파하고 있다. 

/안상근 기자


编辑:김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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