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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로마 군사법정에 들어서는 프리프케(AP=연합뉴스) |
15년 가택연금 상태로 변명만…아르헨, 자국 내 매장 거부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2차대전 당시 수백 명을 학살한 나치 전범이 자신의 범행에 대한 사과를 끝내 거부하다 이탈리아에서 100세 나이로 숨졌다.
나치 무장친위대 대위 출신으로 '아르데아티네 동굴의 백정'으로 불렸던 에리히 프리프케가 15년의 가택연금 끝에 11일 숨졌다고 미국 CNN방송과 AFP통신이 12일 보도했다.
프리프케는 1944년 3월24일 로마 외곽의 아르데아티네 동굴에서 대량학살을 주도한 혐의로 1998년 이탈리아 법정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게릴라의 나치친위대 공격을 '10배로 되갚겠다'면서 계획된 이 학살에서 이탈리아 레지스탕스 대원, 유대인, 어린이 등 335명이 나치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
프리프케는 판결 이후 고령과 건강문제 때문에 수감되지 않았고 자기 변호사의 로마 자택에 갇히는 형태로 형을 살았다.
그는 생전 한 번도 범행을 사과하지 않은 채 "상부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고 어차피 당시 세계 여러 곳에서 민간인이 숨졌다"며 변명만 되풀이했다.
프리프케는 2차대전 종전 뒤 아르헨티나 남부의 관광명소인 바릴로체로 도망쳐 40년 이상 호텔지배인으로 살다 1995년에야 이탈리아로 송환돼 재판을 받았다.
아르헨티나 생활 당시 프리프케는 태연히 실명을 쓰면서 지역 유지로 행세했고 독일 여권을 갖고 고국, 미국, 이탈리아를 여행하기도 했다. 바릴로체는 프리프케 외에도 많은 나치 전범이 평온한 삶을 누리는 도피처로 악명이 높았다.
프리프케는 죽은 뒤 아르헨티나의 부인 묘 옆에 묻히고 싶어했지만, 아르헨티나 정부는 그의 사망 사실이 알려진 뒤 분명하게 거부의 뜻을 표시했다.
아르헨티나 외무부는 "인류의 품위에 대한 모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프리프케 시신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트위터 메시지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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