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니스서 수천명 군중 향해 돌진… 최소 84명 사망
범인 31세 튀니지 출신 프랑스인은 경찰에 사살 당해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 축제 노려… 한국인 2명 연락두절
"분위기 좋은 저녁 밤이었다. 불꽃놀이도 멋졌고, 아이들은 물에 돌을 던지며 놀았다. 매년 7월 14일이 그랬던 것처럼…."
14일 오후 11시쯤(현지 시각) 프랑스 남부 휴양 도시 니스의 코트다쥐르 해변에 있는 유명 산책로 '프롬나드 데 앙글레'에선 프랑스혁명 227주년을 맞아 불꽃놀이가 열렸다. 구경 나온 시민·관광객들은 한가로이 해변을 거닐었다. 지역 신문 니스 마탱의 다미앙 알르망 기자도 그 행렬 속에 있었다.
하지만 평화롭던 해변가는 대형 화물 트럭 한 대가 등장하면서 대학살의 현장으로 돌변했다. 19t짜리 흰색 트럭은 1.8㎞ 거리를 시속 60~70㎞ 속도로 시민들을 향해 질주했다. 알르망 기자는 "1초도 안 되는 순간 엄청나게 큰 흰 트럭 한 대가 미친 속도로 달려와 덮쳤다"고 블로그에 썼다. 이 죽음의 질주로 최소 84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다쳤다. 이번 사건 희생자 규모는 지난해 11월 파리 연쇄 테러 당시 130명에 이어 프랑스 역사상 둘째로 크다.
테러 다음날, 무심한 해변 - 15일 프랑스의 휴양 도시 니스의 코트다쥐르 해변. 전날 밤 트럭의 질주로 84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가 벌어진 곳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요하고 평화롭다. /AP 연합뉴스
긴급 출동한 경찰은 트럭 운전자를 현장에서 사살했다. AFP통신은 "범인이 시민·경찰을 향해 총을 쐈고, 경찰과 총격전을 벌였다"고 했다. 트럭 안에선 소총과 가짜 수류탄 등이 발견됐다.
니스 마탱은 "범인이 사망 직전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쳤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극단주의 무장 세력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자생적 테러리스트가 벌인 사건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날 한 친IS 매체에는 '이번 공격은 최고사령관 오마르 알 시샤니의 사망에 대한 성스러운 복수의 시작'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프랑스 정부는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공격에 배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범인은 튀니지 출신으로 니스에 거주하는 프랑스인 택배 기사 모하메드 라후에유 부렐(31)로 밝혀졌다. 이번 테러는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휴양지에서 대형 트럭을 테러 수단으로 사용한 점에서 IS의 소프트 타깃(민간인) 테러가 더 교묘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희생자 중에는 미국·중국인 등 외국인도 포함돼 있다. 한국인 피해는 아직 없으며, 현재 여행객 2명이 연락 두절 상태라고 외교부는 밝혔다.
올랑드 대통령은 15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건이 테러와 싸우려는 우리의 의지를 꺾을 수 없다"며 오는 26일 종료 예정이던 국가 비상사태를 3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또 IS 본거지인 이라크·시리아 군사작전을 강화하고, 항공모함도 재배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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