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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오스트리아 총선 중도 右派 승리… 쿠르츠, 세계 최연소 총리 유력
- 쿠르츠, 23세 정치 입문 '젊은 늑대'
빈 시의원과 내무부 차관 거쳐 27세에 유럽 최연소 외무장관
전문가 "무자비할만큼 과감해… 유럽서 가장 낡은 정당 재포장"
- 反난민 강경 구호 통했다
선별적 이민 공약으로 지지 늘려… 장관 때도 난민 '발칸 루트' 폐쇄
극우정당과 연정, 과반 확보할 듯
15일(현지 시각) 열린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중도 우파 국민당이 제1당을 차지하면서, 이번 총선 승리를 이끈 제바스티안 쿠르츠(31) 국민당 대표가 세계 최연소 지도자(총리)에 오르게 됐다.
오스트리아 공영 방송 ORF에 따르면 우편 투표를 포함한 잠정 집계 결과 하원 의원 183명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국민당은 득표율 31.6%로 1위를 차지했으며 중도 좌파인 사회민주당이 26.9%, 극우 정당인 자유당이 26.0%로 뒤를 이었다.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민당의 명확한 승리"라고 선언했다. 우편 투표를 합한 최종 개표 결과는 19일 공개된다. 2~3위 간 표차가 근소해 우편 투표 결과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도 있다.
13년째 사귀는 연인과 투표소로 - 오스트리아 총선이 열린 15일(현지 시각) 제바스티안 쿠르츠 국민당 대표가 연인 주자네 티어의 손을 잡고 수도 빈의 한 투표소로 걸어가고 있다. 이날 선거 결과 국민당이 득표율 31.6%로 1위를 차지했기 때문에 올해 31세인 쿠르츠 대표는 세계 최연소 총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AFP 연합뉴스 국민당의 승리가 확정된 이날 밤 쿠르츠 대표는 수도 빈의 유명 공연장 쿠어살롱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국민이 우리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오스트리아를 변화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싸우겠다"고 했다. 쿠르츠는 이번 선거에서 반난민 이슈를 내건 극우 자유당과 손잡고 우파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이 많다고 외신들은 전망했다.
이번 총선은 지난 5월 집권 사민당이 연정 파트너인 국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조기 총선을 결정하면서 실시됐다. 중도 우파인 국민당은 난민·실업·복지 등 주요 정책에서 중도 좌파인 사민당과 잇따라 이견이 드러나자 연정에 등을 돌렸다. 당시만 해도 극우 자유당이 지지율 30%를 기록하면서 총선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조기 총선 확정 직전 쿠르츠 외무장관이 국민당 대표를 맡으면서 선거판이 확 바뀌었다.
쿠르츠는 '발하우스(총리실 주소) 프로젝트'란 선거 전략을 만들어 보수적이고 전통에 집착해온 국민당을 역동적이고 젊은 당으로 만드는 데 주력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당을 상징하는 칙칙한 검은색을 버리고 밝고 산뜻한 청록색으로 바꿨다. 또 소셜 미디어를 통한 선거 홍보로 젊은 층을 사로잡았다. 선거 당일엔 18세 때부터 여자 친구인 재무부 공무원 주자네 티어의 손을 잡고 투표소로 향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유럽 싱크탱크 카네기 유럽의 스테판 레네 교수는 "쿠르츠는 자신에게 뭐가 필요한지 정확하게 알고 있고 어떤 측면에서는 무자비할 만큼 과감하다"며 "유럽에서 가장 고루한 정당 중 하나를 새로 포장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고 했다.
국민당은 쿠르츠가 전면에 나선 이후 지지율이 급상승해 줄곧 1위를 지켰다. 사민당과 함께 오스트리아 양대 정당 중 하나인 국민당이 사민당을 선거에서 이긴 것은 1970년 이후 두 번째다. CNN은 "순전히 쿠르츠 개인의 능력으로 국민당을 변화시켰다"고 했다. 르 피가로는 "셔츠 윗단추를 채우지 않고 다니는 그의 젊은 이미지와 야망, 현실주의적 정치 철학이 선거에서 통했다"면서 그를 '오스트리아 우파의 젊은 늑대' '오스트리아판 마크롱'이라고 불렀다. 언론은 불과 5개월 만에 선거 판세를 뒤집은 그에게 '분더부치(wunderwuzzi·독일어로 '물 위를 걸을 수 있을 정도의 능력자'라는 뜻)' '원더보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1986년 빈에서 교사 어머니와 기술자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쿠르츠는 2009년 국민당 청년위원장을 맡으며 정계에 입문했고 2010년 빈 시의원을 지냈다. 2011년 빈대학 법학과 재학 중 학업을 중단하고 본격적인 정치 경력을 쌓았다. 내무부 정무차관 등을 지낸 그는 27세 때인 2013년 총선에 처음 당선됐고, 이때부터 외무장관으로 일했다. 유럽 내 최연소 외무장관이다.
외무장관 시절인 2015년 중동 난민들이 유럽으로 들어오는 길목인 발칸 루트 폐쇄를 강행하면서 보수·우파로부터 호감을 얻었다. 하지만 '작은 독재자' '강철 심장'이라는 비판도 들었다. 쿠르츠는 이번 선거에서도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오는) 지중해 루트도 폐쇄해야 한다" "세금 안 내는 난민에 대한 지원은 줄여야 한다" 등 강경한 반(反)난민 공약을 내걸었다. AP 등 외신들은 "이런 반난민 정책으로 극우 자유당 지지자들을 빠르게 흡수해 지지율을 역전시켰다"고 분석했다. 인구 870만명인 오스트리아는 지난 2015년부터 난민 13만명을 받아들였으며, 중산층과 저임금 노동자층을 중심으로 치안 불안과 일자리 부족 등에 대한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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