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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공은 여왕을 "양배추" 애칭으로 불러
여왕도 웃긴 표정 잘 짓는 모사의 달인
영국 역사상 첫 결혼 70주년 맞은 군주
2017년 6월에 촬영한 영국 왕실 가족 사진. (APPhoto/KirstyWigglesworth, File)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에든버러 필립공이 오는 20일(현지시간) 결혼 70주년을 맞는다. 영국 왕실 역사상 첫 기록이다. 영국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해로의 비결은 '유머'라고 보도했다.
14년간 BBC 왕실 특파원으로 일했던 제니 본드는 "깊은 사랑 못지않게 부부가 농담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게 큰 몫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사적인 자리에서 여왕은 재미있는 표정을 짓는 능력이 탁월한 '표정 모사'의 달인이라고 한다.
2011년 여왕 부부가 걸어가는 모습. (APPhoto/MattDunham, Pool, File)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여왕의 어머니 전기를 쓴 작가 휴고 비커스는 "필립공은 공식 행사에서 아내의 기운을 북돋워 주는 걸 자신의 역할이라 여기며, 모든 일에 대해 명랑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그것이 그들을 훌륭한 콤비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필립공은 영국의 군주를 '양배추(Cabbage)'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이는 2006년 개봉된 영화 '더 퀸(TheQueen)'의 작가 피터 모르간이 시나리오에 포함하면서 알려진 사실이다. 그 밖에도 부부의 에피소드가 여럿 전해진다.
결혼 70주년 기념우표. 1947년 신혼여행 당시의 사진을 담았다. EPA/BRITISHROYALMAIL / HANDOUTHANDOUTEDITORIALUSEONLY/NOSALES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1951년 캐나다 여행을 갔을 때 필립공은 심부름꾼을 시켜 가짜 견과류 캔을 사왔다. 여왕이 열차에서 땅콩을 먹으려고 캔을 여는 순간 장난감 뱀이 튀어나왔다.
1957년 여왕이 첫 TV 방송용 크리스마스 메시지 녹음을 앞두고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긴장하고 있을 때, 필립 공은 감독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녀에게 울부짖는 치아를 기억하라고 하세요."
여왕만 농담을 알아듣고 활짝 웃었다. 녹화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울부짖는 치아'는 필립공이 아내와 아이들을 즐겁게 하려고 가짜 이빨을 끼운 채 복도를 오르내리는 놀이를 가리킨다. 아버지의 유머 감각을 물려받은 왕자들은 여왕의 의자에 방귀 소리가 나는 쿠션을 숨겨놨다.
1964년 여왕이 막내 에드워드 왕자를 가정 출산하기로 결정했고, 버킹엄 궁의 손님용 욕실에서 아이가 태어나길 기다렸다. 생각보다 진통이 길어지자 필립공은 분위기를 밝게 하려고 농담을 던졌다.
"일주일 전만 해도 드골 장군이 이 욕실에서 목욕하고 있었을 거라는 건 너무 장엄한 생각인가…."
1977년부터 85년까지 여왕의 비서로 일했던 필립 무어경은 여왕이 버킹엄 궁 식구들이 경비 절감하는 방법을 찾아낸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그가 여왕에게 어떤 결정을 내렸느냐고 묻자 여왕은 진지하게 답했다.
"잉크를 아끼기 위해 i의 점과 t의 가로선을 그리지 않아야 할 것 같다."
19일 공개된 여왕 부부의 초상. EPA/MattHolyoak/CameraPress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91세 엘리자베스 여왕과 96세 필립공은 1947년 11월 20일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 7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행사는 준비돼 있지 않지만 20일 오후 1시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 종이 울릴 예정이다. 두 사람은 70년간 찰스 왕세자, 앤드루 왕자, 에드워드 왕자, 앤 공주 등 네 자녀와 8명의 손주, 5명의 증손주를 뒀다. 자녀 넷 중 셋은 이혼했지만 부부는 해로했다.
AFP는 "필립공은 여왕의 그림자로 사는 걸 받아들였고, 여왕은 간간이 일어나는 그의 실수를 용서했다"고 보도했다. 필립공은 1997년 결혼 50주년 금혼식에서 "우리가 배운 교훈은 어떤 행복한 결혼에서든 필수 요소 중 하나는 인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필립공은 지난 8월 왕립 해병대 행사 참석을 마지막으로 공무에서 은퇴했고, 여왕도 공무를 서서히 이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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