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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들이 세운 서아프리카 빈국
대선 1차 투표서 10%P 차 선두
현 부통령과 결선, 개표 시작
라이베리아 대선 결선 투표가 치러진 26일(현지시간) 조지 웨아 후보가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서아프리카의 빈국 라이베리아가 73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적인 정권 교체를 목전에 두고 있다. 라이베리아 선거관리위원회는 26일(현지시간) 대선 결선 2차 투표가 순조롭게 치러졌으며 수일 내 개표가 완료된다고 밝혔다.
결선은 1990년대 세계적인 축구스타였던 조지 웨아(51)와 조셉 보아카이(72·사진) 현 부통령의 맞대결로 치러졌다. 두 후보는 지난 10월 치러진 1차 투표에서 각각 38.4%, 28.8%의 표를 얻었지만 과반을 얻지 못해 결선무대에 올랐다.
조셉 보아카이. [로이터=연합뉴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웨아의 당선 여부다. 수도 몬로비아 외곽 최빈민가 출신인 웨아는 할머니 슬하에서 자라 축구 특기생으로 학교를 다녔다. 88년 AS모나코를 시작으로 AC밀란, 첼시, 맨체스터 시티 등 유럽 리그에서 활약하면서 95년 아프리카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발롱도르(Ballon d’Or)를 수상했고 같은 해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도 받았다. 웨아는 AC밀란에서 현역 선수로 뛰던 96년 방한해 경기를 치른 바 있다. 당시 박종환 감독이 이끌던 한국 축구국가대표팀과의 친선전에서 선취골을 터뜨렸다.
2000년 프리미어리그 첼시 소속으로 뛰던 시절 웨아. [로이터=연합뉴스]
웨아는 2003년 은퇴한 뒤 정치권에 투신해 2005년 대선 후보로 나섰지만 당시 설리프 후보에게 패하면서 설리프가 아프리카 첫 여성 대통령에 올랐다. 몬로비아가 포함된 몽세라도주의 상원의원으로 활동해온 웨아는 지난해 4월 두 번째 대선 도전을 알렸다.
웨아 혹은 보아카이 후보 둘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라이베리아는 1944년 이래 처음으로 민주적인 정권교체를 하게 된다. 인구 470만 명의 라이베리아는 19세기 초 해방된 미국 흑인 노예들이 이주하면서 나라를 이루기 시작했다. 1847년 7월 26일 미국의 후원 아래 정식으로 독립해 아프리카 최초의 공화국이 됐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아프리카계-미국인 혈통의 아메리코-라이베리아인과 기존 토착민이 일종의 계급 사회를 이뤘고 비교적 정치가 안정된 편이었다.
하지만 44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집권한 윌리엄 튜브만 대통령을 시작으로 장기 독재와 쿠데타가 반복됐다. 특히 90년 찰스 테일러가 이끄는 반군에 의해 사무엘 도 대통령이 피살되면서 내전이 확대돼 피의 살육전이 10여 년간 지속됐다.
내달 12년 임기를 마치는 엘런 존슨 설리프(79) 대통령은 아프리카에선 드물게 권좌를 평화적으로 물려주는 대통령으로 남게 됐다.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의 설리프는 2011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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