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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왼쪽)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지난 12일 국무부에서 열린 ‘중앙아메리카 번영과 안보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달 25일(뉴욕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미 비핵화 협상의 진전에) 방해가 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도쿄의 소식통이 14일 전했다. 해당 친서는 9월 26일 뉴욕 롯데팰리스호텔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보여준 편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뿐만 아니라 회담을 취재하던 기자들에게도 양복 안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내 슬쩍 보여주며 “김 위원장에게서 어제 막 전달받은 아주 특별한 편지”라고 소개했다. 그는 “역사적인, 한 편의 아름다운 예술작품”이라고 친서를 극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보여주니 그도 ‘정말 획기적이며 역사적인 편지’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그런데 북·미 협상에 밝은 도쿄의 한국 측 소식통에 따르면 친서엔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가지고 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그런데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현재 (비핵화 협상 진전에) 방해가 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을 빨리 북한으로 보내 달라. 비핵화 문제를 빨리 논의하고 싶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아베 총리에게 친서 내용 전체를 모두 보여주지는 않았고, 편지를 살짝 보여준 뒤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는 주로 구두로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특정 인물이 협상에 ‘방해’가 된다면 배제나 교체를 요구하는 게 정상적인 논리 전개지만 북한은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는 폼페이오 장관을 빨리 북한에 보내 협상을 재개하자”고 제안했다. “한 편의 예술작품”이란 트럼프 대통령의 평가는 친서 속에 담긴 이 같은 논리적 반전에 대한 소감일 수도 있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 남북 정상회담(9월 18~20일) 직전 ‘충분한 사전조율 없는 남북 간 군사분야 합의’에 대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강하게 항의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친서 내용과의 연관성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폼페이오와 강 장관의 통화→남북 정상회담→김 위원장의 친서 전달’이라는 시간적인 흐름으로 볼 때 김 위원장이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폼페이오의 불만을 파악한 뒤 폼페이오 장관 관련 내용을 친서에 일부러 담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폼페이오 장관을 방해로 표현한 것은 미국과의 협상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북한의 오기가 담겨 있을 수 있다”고도 봤다. 지난 7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때까지 카운터파트 역할을 해 왔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에 대해 미국 조야에선 “지나치게 강경해 말이 안 통한다”며 불만을 표시해 왔다. 그러자 ‘우리라고 불만이 없는 게 아니다’는 반론 차원에서 폼페이오 장관을 찍어서 김 위원장이 일부러 친서에 담았을 가능성이다. 폼페이오 장관과 북한은 공개 설전을 벌인 적이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7월 3차 방북을 한 뒤 북한 외무성은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 폼페이오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요구를 “강도적인 요구”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폼페이오 장관은 직후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요구가 강도 같다면 전 세계가 강도”라고 맞받아쳤다. 어쨌든 “협상에 방해가 되는 폼페이오를 빨리 평양에 보내 달라”는 김 위원장의 친서 내용대로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7일 당일로 평양을 방문했다. 이날 폼페이오 장관과 만난 김 위원장의 옆자리엔 미국이 불만을 표시해 온 김영철 대신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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