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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초중생에 태블릿PC 무상제공… 보급 늘면서 ‘온라인 왕따’도 급증
급우 비밀번호 알아내 망신 주고, 담임 차단 ‘방’ 만들어 집단 욕설
2년전엔 초등 6년생 극단적 선택… “부모, IT 잘 몰라 가정교육 한계”
일본 정부가 전국 대부분 초·중학교 학생들에게 태블릿PC를 무상 지급하면서 이른바 ‘태블릿 이지메’로 불리는 ‘온라인 왕따’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일선 학교는 부모에게 스마트기기 사용을 지도해 달라며 요청하고 있지만 아이들의 스마트기기 사용 능력이 부모 교사를 훌쩍 뛰어넘는 경우가 많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 노골화하는 태블릿 이지메
6일 요미우리신문이 도쿄를 비롯한 전국 지방자치단체 109곳을 조사한 결과 초·중학교에 1인당 1대씩 배포된 학습용 태블릿PC로 벌어진 온라인 왕따 사건은 최소 47건이었다. 다른 학생의 아이디 비밀번호를 멋대로 도용한 사례도 36건에 달했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일본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개인용 스마트폰, PC 등을 활용한 왕따, 놀림 사례는 2014년 7898건에서 2020년 1만8870건으로 6년 새 2.5배 가까이로 늘었다.
태블릿PC 등 보급 확대에 따른 부작용 사례는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도쿄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친구의 비밀번호를 알아내 몰래 접속한 학생이 수업용 워크시트에 대변 그림을 그렸다. 오사카의 한 중학교에서는 같은 반 학생 3명이 담임선생님이 볼 수 없도록 문서 공유 프로그램을 설정한 뒤 다른 학생들에 대한 욕설을 썼다. 온라인 수업을 하는 도중 프로그램 안에서 같은 반 급우를 강제로 쫓아내거나 온라인 메시지로 ‘바보’ ‘죽어라’ 같은 폭언을 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간사이 지역 교육위원회 관계자는 “과거에는 욕설이 적힌 종이를 증거로 혼내면 됐지만 태블릿PC 폭언은 흔적도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2020년에는 도쿄의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이 학습용 태블릿PC로 다른 학생 4명에게서 지속적으로 폭언 메시지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여학생 부모는 지난해 9월 기자회견에서 “학교와 시 교육위원회가 충분한 설명도 없이 불성실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문부과학성에 조사 요청서를 제출했다.
○ 급증하는 ‘스마트폰 왕따’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역시 수업시간에 스마트폰 사용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통제 방식을 썼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학생 1인에게 태블릿PC 1대를 빠르게 보급했고 단계적으로 교과서도 태블릿PC 등으로 대체하는 상황이어서 스마트 기기 사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온라인 왕따·놀림’이 확산되면서 일본 학교들은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도쿄 신주쿠구 한 초등학교는 올 4월 신학기를 맞아 모든 학생에게 태블릿PC를 나눠주면서 ‘보안을 위해 반드시 학생이 아닌 부모 지문(指紋)을 등록해 달라’는 가정통신문을 전달했다. 이 학교는 “최근 다른 학교에서 태블릿PC를 통한 불상사가 발생한 데다 일부 학생은 온라인에서 문제되는 행동을 한다”며 가정에서 사용할 때는 부모가 직접 통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도쿄 시나가와구에서는 경찰이 관내 초등학교를 방문해 모든 학생과 희망하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올바른 스마트기기 사용법, 온라인에서 하면 안 되는 행위 등을 강의했다. 시나가와경찰서 관계자는 “학부모 대부분은 스마트기기가 없던 때 학창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스마트폰 같은 기기를 어떻게 올바로 쓰는지 배워본 적이 없다. 가정교육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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