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키이우를 가다] 7. "지옥 너머가 있다면 바로 이곳"…이르핀의 상처
조글로미디어(ZOGLO) 2022년6월15일 12시00분    조회:690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러시아군 진격 막으려 주민 피란 전에 폭파해 다리 아래 주민 묶여

러시아 침공 참사 알리는 추모 공간으로 보존

피난길 희생자 추모하는 십자가

(이르핀[우크라이나]=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위성 도시인 이르핀의 간이 다리에 피난길에 올라 희생된 주민들을 기리는 십자가가 만들어져 있다.
이르핀은 키이우랑 근접해 러시아군 침공 당시 수도를 지키려는 우크라이나군과 격렬한 전투가 벌어진 곳으로 이 다리를 통해 피난에 나선 주민들이 어렵게 간이 다리를 이용해 대피했다. 2022.6.12 hkmpooh@yna.co.kr

'러시아의 침공'을 관념적인 안보 상황으로 인식했던 국제 사회는 우크라이나 국민 개개인이 처한 삶의 위기를 구체적으로 목격할 수 있게 됐다.

무너진 다리의 상판 아래 교각 사이 공간에 빽빽이 서 있는 이들은 키이우 북서쪽 소도시 이르핀의 주민이다.

토요일이었던 3월5일 새벽 러시아군의 급습을 받은 이르핀 주민들은 제대로 짐을 챙기지도 못하고 키이우를 향해 허겁지겁 피란길에 올랐다.

키이우까지 거리는 20㎞. 주민들은 걸어서 가지 못할 거리는 아니라는 생각에 피란길을 떠났을 테다. 키이우까지 가는 기차도 있었지만 주민 모두 태우기엔 턱없이 모자랐던 데다 러시아군은 주요 보급선인 철로를 집중 공격해 피란 수단으로는 매우 위험했다.

키이우에 가려면 폭 15m 정도의 이르핀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다리를 폭파한 뒤였다.

파괴된 이르핀 다리 밑에서 피신한 주민들(3.5)
파괴된 이르핀 다리 밑에서 피신한 주민들(3.5)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뒤에선 기세를 올린 러시아군이 턱밑까지 추격해 오고, 건너야 할 다리는 앞에서 끊어졌으며 머리 위로는 언제 포탄이 떨어질지 몰라 오도가도 못하게 된 피란민이 다리 아래에 모인 장면을 카메라가 포착했다.

사람이 너무 밀집해 앉지도 못하고 선 채로 포격 소리가 그치기만을 기다리는 모습은 당시 우크라이나가 몰린 위태로움을 대변했다. 이렇게 이르핀 다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상징적인 현장이 됐다.

석 달 여가 지난 11일(현지시간) 이곳을 찾았을 때도 다리는 사진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였다.

당시 피란민들이 강을 건너기 위해 널빤지 몇 장을 이어 만든 임시 다리도 여전했다.

혼자 건너도 삐걱삐걱 소리가 나면서 위아래로 흔들렸다. 이 불안한 널빤지를 딛으며 아이와 늙은 부모의 손을 잡은 수많은 피란민이 목숨을 걸고 남쪽으로 향했을 것이다.

널빤지 다리 옆에 얼기설기 엮어 세웠던 손잡이는 무기력하게 주저앉아 있었고, 강바닥에는 한쪽 문짝이 날아간 자동차가 거꾸로 처박혀 있었다.

이르핀의 피난 다리는 여전히 그대로
이르핀의 피난 다리는 여전히 그대로

(이르핀[우크라이나]=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위성 도시인 이르핀의 다리가 완전히 파괴된 채 있다. 2022.6.12 hkmpooh@yna.co.kr

널빤지 다리를 따라 양옆으로 줄지은 나무 십자가는 희생자를 기리는 흰색 리본을 두른 채 주인을 잃어버린 신발과 모자, 장갑을 대롱대롱 매달고 있었다.

늦겨울 삭풍 속에 급작스레 떠난 피란길에 우는 아이를 달래려고 부모가 챙겨왔을 장난감 자동차와 구피 인형도 버려져 있었다.

흙먼지에 뒤덮인 채 버려진 유모차는 포성 속에 갓난아이를 태우고 내달렸을 부모의 마음을 떠올리게 했다.

이르핀의 다리에 만들어진 희생자 추모 십자가
이르핀의 다리에 만들어진 희생자 추모 십자가

(이르핀[우크라이나]=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위성 도시인 이르핀의 간이 다리에 피난길에 올라 희생된 주민들을 기리는 십자가가 만들어져 있다. 2022.6.12 hkmpooh@yna.co.kr

다리가 끊어진 지 석 달이 지난 지금은 이르핀 강 위에 차가 다닐 수 있는 차로는 복구지만 보행자는 여전히 나무로 만든 간이 다리를 이용해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피란민의 피와 눈물이 얽히고설킨 이 다리를 그대로 보존하기로 했다. 대신 옆에 새로운 다리를 놓기로 했다고 현장 공사 관계자가 말했다.

임시 다리엔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르핀의 다리를 러시아의 침공으로 사망한 우크라이나인을 추모하는 공간으로 선포했다"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설명이 있었다.

위험한 피난의 상징이 된 이르핀의 다리 건너는 공사 관계자들
위험한 피난의 상징이 된 이르핀의 다리 건너는 공사 관계자들

(이르핀[우크라이나]=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위성 도시인 이르핀의 간이 다리를 새로운 다리를 만들려는 사람들이 건너고 있다. 2022.6.12 hkmpooh@yna.co.kr

다리 곳곳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일으킨 전쟁의 잔혹함을 알리는 그림과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기원하는 다양한 언어로 적은 글들이 걸려있었다.

우크라이나 국기 아래 러시아군 군복과 군모가 못 박혀 있는 한 캔버스 상단에는 "메시지를 쓰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여기에 해달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이곳의 고통은 푸틴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지옥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바로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듯하다. 이 암흑기에서 단결한 우크라이나인이 파도처럼 일어나 위대한 땅을 지켜내기를"

이르핀의 다리에 남은 그날의 급박함
이르핀의 다리에 남은 그날의 급박함

(이르핀[우크라이나]=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위성 도시인 이르핀의 간이 다리에 당시 주민들이 버리고 간 유모차가 전시돼 있다. 2022.6.12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616
  • 블라디미르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72명 선정…오바마 2위로 하락, 이건희 회장 41위, 朴대통령 52위 김정은 46위…반기문 사무총장·김용 총재도 포함 (뉴욕=연합뉴스) 이상원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올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
  • 2013-10-31
  • 일본군 생물학전 부대인‘731부대’가 생체실험용으로 사용했던 각종 해부용 기구와 소화 13년이라 새겨진 방독면, 당시 부대원들이 착용했던 완장과 신분증. [서울대 서이종 교수, 극비문서 분석] 지린성 農安에 페스트 벼룩 살포, 2500명 사망 日731부대 간부의 논문·문서 분석 통해 입증 731부대 민간...
  • 2013-10-31
  • [서울신문 나우뉴스]최고수 저격범은 정말 광대였을까? 멕시코 마약카르텔의 거물이 저격을 당해 사망하면서 광대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광대들은 성명까지 내고 “광대 중에는 저격범이 없다. 광대는 범죄의 피해자일 뿐 범죄를 저지르진 않는다”고 해명했다. 발단이 된 사건은 멕시코의 휴양지 로스카보스에...
  • 2013-10-31
  • 2012년 10월 29일, 허리케인 `샌디(Sandy)`가 뉴욕, 뉴저지, 펜실베니아주 등 미국 동북부 지역을 강타해 피해가 속출한후, 일년이 지났다. 도저히 답이 없는 줄만 알았던 뉴저지주의 다리는 어느 정도 복구되어 말끔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허리케인 속에 집을 잃었던 로버트 커널리 부부도 새로 지은 집에 정착하여 살...
  • 2013-10-31
  • 영국, 독일 등 유럽 북서부 일대를 강타한 '허리케인급' 폭풍이 29일 러시아 서북부에 상륙, 정전 등 피해가 잇따랐다. 폭풍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이르러 조금 누그러들었지만 련일 내린 폭우로 침수 등 피해가 큰것으로 알려졌다.   신화넷
  • 2013-10-30
  • 더 빨리 대응할 순 없었나... (AP=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인근 터렐 경찰 책임자가 전날 저녁 5명이 피살된, 총기난동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6시간에 걸쳐 소도시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사건의 용의자는 찰스 브라운로우(36)로, 상습 마약 복용자로 알려졌는데 경찰의 추격 끝에 체포됐다. 사...
  • 2013-10-30
  • 미국국가안보국의 도청사건이 최근에 갈수록 심각해 지고 있습니다. 미국 국가안보국이 한달사이에 프랑스인들의 7천만건 통화내용 도청에서부터 독일 메르켈 총리의 전화 도청에 이르기까지, 또 세계 35개 국가 정상들의 전화 도청, 스페인의 6천만건 전화통화 도청에 이르기까지 잇달아 폭로되는 도청사건에 미국 백악관...
  • 2013-10-29
  • 고위도 지역인 영국에 26년 만에 허리케인급 저기압이 통과하면서 4명이 사망하고 수십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겼으며 프랑스 서북 지역에서도 수만 가구에 단전이 이뤄졌다. 영국 기상재해 당국은 28일(현지시간) 잉글랜드 중부 이남 지역이 최고시속 159㎞를 기록한 해양성 저기압 '세인트 주드'의 피해로 4명이...
  • 2013-10-29
  • 일본 도쿄가 2020년 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된데 이어 2015년 일본·태평양 다자회의까지 일본 후쿠시마에서 개최된다. IOC 회의에서 일본 아베 총리의 `원전, 완전히 통제되고 있다`는 발언이 논란에 휩싸이며 일본 방사능 유출문제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2011년 3월 후쿠시마를 강타한 쓰나미 이후 방사능 유출에 대...
  • 2013-10-29
  • 28일 고려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워셜 교수(오른쪽)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박성우 기자. “과학자는 자신의 신념 믿고 끌고가는 근성이 필요합니다.” 아리에 와르셸(Arieh Warche·73)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는 28일 “새로운 시도를 할 때 대부분의 사람이 틀렸다고 말할때가 많지...
  • 2013-10-28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