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키이우를 가다] 10.전사자를 위한 진혼곡
조글로미디어(ZOGLO) 2022년6월17일 13시23분    조회:797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전쟁과 이별, 그리고 남은 자의 슬픔
전쟁과 이별, 그리고 남은 자의 슬픔

(키이우=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성 미하일 황금 돔 수도원에서 열린 블라디미르 프리마첸코 키이우 재향 군인부 키이우 부서장의 장례식 도중 부인 올레나씨가 고인이 누워있는 관에 손을 올리고 오열하고 있다.

(키이우=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몇 날 며칠을 눈물로 지새웠을 올레나는 퉁퉁 부은 눈을 가리고 싶었는지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남편이 잠들어있는 관 위에 머리를 파묻고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하던 그는 소리 내 울 기력도 없는 듯 그렇게 한참을 파르르 떨었다.

몇 번이나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이고, 금방이라도 실신할 듯 목이 뒤로 젖혀졌지만, 아들과 딸의 부축으로 간신히 버텨내는 것처럼 보였다.

14일(현지시간) 무거운 진혼곡이 울려 퍼지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우크라이나 정교회 성미하일 수도원에서 올레나는 남편 블라디미르 프리마첸코와 이렇게 작별했다.

프리마첸코는 5일 우크라이나 동부 최전방 격전지 도네츠크주(州) 바흐무트 인근에서 러시아군과 맞서 싸우던 중 탱크가 폭발하면서 전사했다.

그가 눈을 감은 것은 아흐레 전이지만, 전쟁터에서 시신을 수습하는 일이 쉽지 않았던 데다 외국으로 피란했던 가족이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바흐무트는 우크라이나군의 주요 보급선이 지나는 요충지로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병사들을 격려한 곳이기도 하다.

러시아와의 격전 치르다 전사한 노병의 장례식
러시아와의 격전 치르다 전사한 노병의 장례식

(키이우=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성 미하일 황금 돔 수도원에서 열린 블라디미르 프리마첸코 키이우 재향 군인부 키이우 부서장의 장례식에서 고인의 관이 예배당으로 옮겨지고 있다. 2022.6.14 

이날 오후 1시 프리마첸코의 장례 예배에는 가족, 친척, 친구뿐만 아니라 군복을 입은 수많은 군인이 참석해 수도원을 가득 채웠다.

고인에게 인사를 하려는 조문객은 끊임없이 밀려들어 왔고, 그가 잠든 관 위에는 빨간색 장미와 우크라이나 국기 색 국화가 치워도 치워도 수북이 쌓였다.

묵념하거나, 무릎을 꿇거나, 거수경례 하거나, 관에 손을 갖다 대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국가를 지키려다 목숨을 바친 '영웅'에게 경의를 표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에서 친구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러 키이우까지 기차를 타고 550㎞가 넘는 거리를 달려온 세르게이 세리코프(54) 씨도 장미꽃을 내려놓고 촛불을 들었다.

그는 장례 예배가 열리기 두시간 전부터 수도원에 도착해 먼저 세상을 떠난 벗이 평안히 눈을 감기를 바라며 성호를 그었다.

담담한 목소리로 고인과의 인연을 들려주던 세리코프 씨는 갑자기 감정이 북받친 듯 뒤로 홱 돌아섰다.

동거동락했던 노병들의 전사에 대한 기도

(키이우=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성 미하일 황금 돔 수도원에서 열린 블라디미르 프리마첸코 키이우 재향 군인부 키이우 부서장의 장례식 도중 전쟁에서 동거동락했던 전우들이 고인의 죽음을 추모하고 있다. 2022.6.14 

헛기침을 여러 번 하고 나서야 "우리는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고 말문을 겨우 뗐다.

세리코프 씨는 2014년 친러시아 정부를 무너뜨린 유로마이단 혁명에서 정부 측에 함께 총구를 겨누는 전우로서 처음 프리마첸코를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때부터 서로가 서로의 삶에 녹아 들어왔다는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얼굴을 본 것은 지난해 12월 무렵. 그때를 끝으로 프리마첸코를 볼 수 없으리라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지금 도네츠크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한참 모자라 징병이 필요합니다. 나이와 관계없이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상황이죠. 그곳에 가장 먼저 달려간 내 벗은 예나 지금이나 용감했습니다."

프리마첸코는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친러시아 반군과 싸우다 다쳐 몸이 성치 않았지만 러시아가 침공하자 고민 없이 다시 최전방으로 향했다고 한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도 참여했던 그는 2004년 친러시아 정권을 붕괴시킨 오렌지 혁명에서도 남부 헤르손주를 대표하는 시위대 일원으로 총을 잡았다.

격전지에서 전사한 노병의 장례식
격전지에서 전사한 노병의 장례식

(키이우=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성 미하일 황금 돔 수도원에서 블라디미르 프리마첸코 키이우 재향 군인부 키이우 부서장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2022.6.14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616
  • 제재에 꿈쩍않는 푸틴…러, 차근차근 전세 전환 장기전 수렁 속 바이든표 경제·인권·리더십 연쇄타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서방의 대응을 주도하는 미국의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전쟁 여파가...
  • 2022-06-14
  • 각종 대책 효과없자 석유회사·공화당에 화살…외교정책도 선회 트럼프보다 낮은 지지율 '굴욕'…민주, 11월 중간선거 비상 물가 관련 연설하는 바이든 대통령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치솟는...
  • 2022-06-14
  • 러시아군 한 달간 점령했던 보로디안카 곳곳에 전쟁 상흔 도시 곳곳에 러시아군이 써놓은 검은 'V' 표식 러시아군 공격에 집잃은 알렉산드르 씨 (보로디안카[우크라이나]=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중심에서 북서쪽으로 50Km 떨어진 보로디안카의 폐허가 된 아파트 앞에서 러...
  • 2022-06-13
  • 3월 러시아군 미사일에 아파트 파괴…"졸지에 모든 것 잃어" 러시아군 폭격 당했던 새벽 상황 설명하는 올렉 씨 (키이우=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의 북쪽 외곽에 위치한 러시아군 폭격 피해 아파트에서 이 집의 주인인 세레메트 올렉 씨가 폐허처럼 변한 집안을 공개하며 당...
  • 2022-06-13
  • 인공위성에서도 찍힌 부차 성당의 집단 매장지 "러시아군, 움직이는 것은 모두 다 죽였다" 민간인 학살 일어났던 부차에는 파란 하늘만 (부차[우크라이나]=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0일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 인근 소도시 부차의 한 성당에 마련된 민간인 학살 희생자 매장지에 희생자를 기리는 십자가와 우크라이나 ...
  • 2022-06-13
  • "러시아군 길 모르도록 도로 표지판 모두 떼내" 주유 제한 정책에 주유소엔 긴 줄…기름값 배로 뛰어 이정표를 뗀 우크라이나 고속도로 (노보라드 볼린스키[우크라이나]=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9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국경을 지나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로 향하는 여정도중 로보라도 볼린스키 인근 고속도로에...
  • 2022-06-13
  • 폴란드 메디카 국경검문소 앞에 중고차 실은 화물차 행렬 피란민 지원 위해 검문소 앞 가득 채웠던 NGO 텐트도 줄어 [※편집자 주 : 연합뉴스는 외교부의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를 받아 9일 취재진이 우크라이나에 입국했습니다. 앞으로 2주간 입국 과정부터 수도 키이우와 주변 지역을 현장 취재해 기사와 사진을 생생하게...
  • 2022-06-13
  • 수단의 양떼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신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북아프리카 수단의 연해에서 과적한 화물선이 침몰하면서 실려 있던 양 약 1만6천 마리가 익사했다고 AFP, 블룸버그통신 등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고는 이...
  • 2022-06-13
  • 우크라 세베로도네츠크 도로변에 방치된 파손 차량 (세베로도네츠크 A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이 교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와 루한스크주) 지역 세베로도네츠크의 도로변에 파손된 차들이 늘어서 있다. 2022.6.10 jsmoon@yna.co.kr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 2022-06-13
‹처음  이전 75 76 77 78 79 80 81 82 83 84 85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