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10만 명에 이르는 재일조선족사회의 가장 큰 고민은 자녀 교육입니다. 아이들이 한민족의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주말학교를 열어 우리말과 글을 가르치고 있지만 열악한 상황이라 도움이 절실합니다."
지난 1일 도쿄 아라카와(荒川)구 생애학습센터서 '2015년도 재일조선족어린이 우리말교실'을 개강한 재일조선족여성회의 전정선(59) 회장은 5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자녀의 한국어·중국어 교육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80년대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일본으로 건너온 유학생이 정착해 형성된 재일조선족 사회는 30~40대가 가장 많다"며 "이들은 일본에서 태어난 자녀가 민족어인 한국어와 고향의 말인 중국어를 배우지 못해 어정쩡한 정체성을 갖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2008년 2월 설립 초기부터 재일조선족여성회를 이끌어 온 전 회장은 "조선족 여성의 일본 내 정주·취업·출산·육아 등을 서로 돕자며 여성회를 만들었다"며 "취학 전 아동을 대상으로 여는 우리말교실에서는 2명의 자원봉사 교사가 40여 명이 아이들이 가르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문화센터 등을 빌려 우리말교실을 운영하는데 교재 부족과 재정적 어려움 등으로 격주로 여는 상황.
그는 "자녀가 현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자신이 일본인인지, 한국인인지, 중국인인지 정체성 혼돈을 겪는다"며 "우리말이나 중국어를 배우지 못해 중국에서 조부모가 찾아와도 의사소통도 안돼고 낯설어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고 안타까워했다.
"중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일본의 대학·대학원으로 유학 온 경우가 많은 재일조선족은 고학력의 지식인이 많습니다. 일본 유력 일간지 아사히(朝日) 신문은 한·중·일 3개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인재라서 잠재력이 크다고 보도한 적도 있지만, 3개 언어와 문화를 아는 균형 감각을 자녀가 이어받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전 회장은 "지난해 일본 내 외국인을 대상으로 도쿄에서 열린 국제홍백노래자랑에 여성회 후원으로 조선족어린이 합창단이 출전해 최우수상인 관광청 장관상을 받는 쾌거를 올린 적이 있다"며 "한국어·중국어·일본어·영어 등 유일하게 4개 언어로 노래해 큰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수상 후 인사말을 일본말로 밖에 표현할 수 없어 부끄러웠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부모와 달리 일본 사회에 동화돼 가는 자녀를 위해서는 고국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는 일이 중요하다"며 "재외동포재단 등 고국의 기관에서 시행하는 재외동포 차세대 모국연수에 재일조선족 2세도 초청해주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관심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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