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짓기경연 학부모조 1등 수상자 연대한글학교 김예린의 엄마 정향화씨(왼쪽 세번째)
고향을 떠나 산동성에 온지도 어느덧 15년이란 세월이 지나갔다. 조선족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한글을 거의 리용하지 않던 나한테 한글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백일장 글짓기에 참가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오랜만에 나와 한글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어릴적 할머니와 함께 생활했 던 우리 가족은 지금에 와서도 삶의 철학이 듬뿍 담긴 할머니의 말씀들을 되새기게 된다. 학교를 얼마 다니지 못한 할머니는 소박한 시골사람이지만 생활에 대해서, 대인관계에 대해서 늘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없이 교과서에서도 배우지 못한 속담같은 말씀 한마디로 의사표현을 명확하게 하시곤 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봐도 너무 대단해 보인다. 시어머니한테서 이런 속담들을 전수받으신 어머니 또한 말수가 적으셨지만 자녀교육을 하실 때 늘 조상들의 지혜가 함축되여있는 짧은 한마디로 대화를 마무리하신다.
할머니와 어머니한테서 물려받은 이런 말들이 지금의 나의 생활에 너무나 재미를 가져다주고 있다. 남편이 간혹 “당신은 이런 말들을 어디서 배웠냐”며 감탄의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아쉬울 때도 있다. 한족 친구들한테 멋진 의사표현을 하고싶은 데 번역하고 나면 그 매력을 잃어버린다.
환경의 영향을 받다 보니 딸애한테 이렇게 매력있는 언어를 잘 물려주지 못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연대한글학교에서 조직하는 ‘한글사랑, 한글자랑’행사가 너무 고맙다. 내가 딸애를 사랑하듯이 한글 사랑도 꼭 계속될 것이다.
/정향화
길림신문 신정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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