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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수기] 나이타령 3부작 _ 홍동영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5월28일 06시26분    조회: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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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영

심양시서탑조선족소학교 교원
교원수기 둔촌백일장  “뿌리” 금상
심양시조선족중소학교교원글짓기시합 “미안하다. 석준아” 은상
심양시조선족중소학교교원글짓기시합 “고추장” 은상
홍타민컵, 둔촌백일장, 성민들레콩, 중국조선족소년보사 5차례 지도대상 및 最佳指导奖 



나이타령 3부작
홍동영
                                     (1)
오늘 오후 학교적으로 제5절에 말하기 기말시험이 있었다. 무슨 큰 면접시험에라도 가듯 우리반 꼬맹이 혜진이가 크레용으로 입술을 빨갛게 칠하고 나오는 바람에 교도처 주임쌤들과 전반이 배꼽잡고 한바탕 소동이 났었다.  “혜진친구, 엄마 립스틱 바르고 나왔어요?” 얼굴이 원숭이 엉뎅이처럼 빨개서 몸둘바를 모르는 천진란만한 쬐꼬만것의 일거일동이 그렇게 귀여울수가 없다. 요즘 애들이랑 있으면 무지 즐겁다.
드디여 하학할 무렵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때면 교실은 흥분된 기분에 살짝 휩싸여 웅성웅성해진다. 분명 숙제는 수학훈련 116페지부터라고 했는것 같은데  저쪽 대여섯명 아이들은 곧장 119페지부터라고 했다고 빡빡 우겨댄다. 여느때 같으면 다짜고짜로 선생님이 그럴수 있냐며 언성을 높이여 보련만 오늘은 그럴 기운도 없었다.
<<얘들아, 잠깐ㅡ 이젠 선생님도 나이가 들었는가보다. 자꾸 말이 빗나가는걸 봐서, 그러니 많이들 량해하거라. 그럼…>>
바로 이때다.
<<아니요~ 선생님ㅡ  우리가 나이 많아서 잘못 들었습니다.>>
문득 개구장이 금주가 대꾸하는 말이 귀가에 쟁쟁하게 들려왔다. 교실은 잠시 물뿌린듯 조용했다가 나의 가슴치는 박장대소에 삽시에 웃음의 바다로 되고 말았다. 무심결에 입버릇처럼 나이핑게를 댔다가 그만 본전도 못찾고 말았던것이다. 하도 기가 차서! 혼자 집에 조용히 있다가도 그 일이 문득 떠올라 폭소를 터뜨리기도 하고 밥먹다가도 떠올라 킥킥 웃어서 집식구들로부터 <<돌았냐?>>란 눈총도 적지 않게 받아왔었다.
 
(2)
그렇다. 왠지 요즘은 나이에 유난히 민감하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아마 1년전 신년모임때부터였을거다. 그날따라 학교에서 평양요리 <<무지개>> 식당에다 근사한 신년경축모임을 안배했다. 음식이 끝내주는데다 이북미녀들의 공연까지 볼수 있어서 기분은 그야말로 짱이다. 다 좋은데 나중에 문제로 된것은 결국 다 그놈의 자리안배서부터였다. 또래끼리씩 한상에 앉는데 우선 퇴직교원들을 앞좌석에 모시고 그다음 순위는 나이대로 안배되였다. 그것도 모르고 제4좌석일 우리또래가  앞이면 좋은가 해서 앉다보니 그만 제3순위를 덥석 빼앗았던것이다. 아래 또래들은 우리들보고 <<로인대오>>에 들어앉았다고 얄밉게도 깔깔거렸다.
 (뭘? 중노백인줄 알았는데 벌써 제3순위야? 어머, 말도 안돼,)
그제야 우리는 잠간 직감못했던 나이문제를 첫자리에 놓게 되였다. 우리들은 너무도 억이 막혀 서로 쳐다보며 혀를 홀랑 내두르고 말았다. 하긴 그때가 바로 오십줄에 들어서기 직보였으니말이다. 방금전까지도 부풀었던 가슴이 총알에 맞은것처럼 김이 쑥 빠지고 말았다. 그렇게 기대했던 모임이였건만 처음으로 씁쓸하고 별로였다. 그때로부터 나이타령은 내입에 오르기 시작했던것일거다.
 
(3)
제일 앞에 앉은 퇴직교원들을  멍하니 바라보노라니 저도모르게 사범을 갓 졸업하고 서탑학교에 왔을때의 정경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쉰이 넘도록 희끗희끗한 머리에 감출수 없는 나이살, 할매소리를 들으며 담임교원을 맡고 숨차도록 헐떡이며 혁명교육사업에 충성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따금 리해가 안갈때도 많았지만 무지무지 고상하고 위대해보였다. 그리고 양발 짝재기를 신고 중간체조시간에 대렬행진을 지휘하는 나의 사부 师傅ㅡ 박선희선생님을 두고 웃음주머니가 흔들흔들했던 그 시절이 눈앞에 선히 떠오른다. 어쨌든 젊다는 리유 하나만으로 그렇게 신나게 웃을수 있었는것 같다. 그런데 세월이 빠르다더니 눈깜짝할사이에 옹근 30년이 지난 요즘 새로 들어오는 교원들은 거의 없기에 계속 이렇게 나가다간 우리또래가 옛날 로교원들의 신세를 못면할것 같다 라는 생각에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날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그리고 나이는 못속인다고 박선희선생님을 두고두고 웃었던 내가 끝내 지난번에는 그보다 더 심각한 일을 저질렀으니 어쩌면 좋을가?
자세히 말하자면 그날은 금요일 날이다. 며칠동안 시과제연구인 막바지날을 맞이하며 밤낮 눈코뜰새없이 바쁘게 지냈다. 코스웨어며 회보고를 연구하느라고 밤을 패며 하다가 쪽잠밖에 못잔 나는 이튿날 까칠해서 학교에 왔었다. 첫번째 시간은 수학시간이였는데 전날에 친 수학시험지를 총결지었다. 잘 틀리는 문제를 그런대로 순조롭게 해결해나가다가 나중에 마지막 사고문제 (문제본신이 엄밀하지 못함) 를 두고 쟁론이 붙었는데 서로들 자기것이 맞다고 우겨댔다. 설명하다하다  그만 버쩍 열이 나서 바깥오리털옷을 훌렁 벗어던지고 계속 선분도를 그어가며 상세히 설명했다. 그들은 하나와 같이 눈들을 동그랗게 뜨고 숨을 죽이고 잘도 들었다. 이젠 자기절로 고칠 차례다. 내가 뒤짐지고 한바퀴 순회하다가 중대장옆에 왔을때 그는 얼굴이 빨개서 높은 점수를 맞은 시험지만 뚫어지게 들여다보고 있었다. 하도 이상해서 어디 아프냐며 손길이 그애 이마에 닿는 순간 그애의 고사리같은 손가락이 나의 팔소매를 살짝 가리켜주는것이 아니겠는가. 그 순간 나는 그만 피가 머리우로 솟구치는 느낌이 들었다. 글쎄 내가, 아니 내가 글쎄 세타를 뒤집어입었지 뭐예요. 그것을 알아차렸을때 첫번째 반응이 무작정 100m/초 속도로 물방으로 죽으라고 달려갔다. 숨돌릴 겨를도 없이 재빠르게 세타를 훌렁 벗었다.  바로 이때, 공교롭게도 문이 덜컥 열렸다.
<<어머! 안돼!>>
나는 저도모르게 새된 소리를 지르며 얼른 세타를 다시 머리우에 뒤집어썼다. 그바람에 들어오던 청소공언니가 와뜰 놀라며 하는 말이
<<아이마야, 니 쩐 바이야!!!(你真白呀) >>
그야말로 아슬아슬한 순간이였다. 만약 청소공언니 말고 왕아저씨가 들어왔다면 어쩔번했겠나? 정말 백년감수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후 어떻게 교실에 들어가서 애들을 봤는지 기억에 없다. 다만 고마운것은 그들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던가 싶게 모르는척 해줬다. 그러나 나자신은 결코 아무일 없었던것처럼 그렇게 편안하지를 못했다. 생각할수록 찝찝하고 막 챙피스러워 죽을 지경이였다. 그래서 고민끝에 사무실에서 이 비밀을  말했더니 집천정이 떠날 정도로 웃은건 두말할것도 없다. 한참 웃고 난뒤 워낙 아는것이 많은 연화선생이 옷을 뒤집어입거나 꺼꾸로 입거나 여하튼 이렇게 실수한 날은 운수가 무지 좋은날이니 롯또(彩券)를 사볼만하다고 했다. 행여 또 나를 놀리는거나 아닐가 생각히우기도 했지만 이토록 망신한김에 뭐가 더 두려울가 까짓것. 퇴근길에 롯또 파는 가게에 들어서다가 그만 콩나물시루처럼 법석이는 사람들을 보고 기가 눌리워 나오고 말았다. 왠 아저씨들이 저렇게 많은지, 일들은 안나가고 다들 벼락부자가 되려고 잔뜩 독이 오른 눈들이다. 할수없이 집에 돌아와 저녁에 꼼짝하기 싫어하는 남편을 졸라 아래 내려가 그중에서 제일 간단한 《刮刮乐》채권을 샀더니 아닐새라 100원이나 당첨됬다. 남편은 내가 낮에 어떤 실수를 한줄도 모르고 연신 대박이라며 싱걸벙걸 입도 못다물었다.                                                                                                                                                                                                                                                                                                                                                                                                       <<어휴ㅡ >> 그제야 나는 마음의 보따리를 털어버릴수 있었다. 원래 이런 좋은일이 있을려고 그렇게 볶았구나 하고 생각을 고쳐보니 그것도 별거 아니였다. 그런 뒤 행여 또 이런 행운이 다시 한번 찾아오려나 은근히 기대도 해보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그런 실수는 아무나 , 아무때나 하는것이 아니라는것도 절실히 느꼈다.
다 나이가 되면 한번쯤은 그런 실수도 하며 사는것이 인생이 아닌가 싶다. 이제 더는 나이때문에 슬프지 않고 원망도 하지 않을거다. 그저 맡은 공작이나 열심히 하며 순리대로 즐거이 살다가 죽으면 그만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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