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중국 조선족 어린이들이 우리 말과 글 실력을 겨루는 유일한 전국 규모의 경연 축제가 1일 헤이룽장성 하얼빈시에서 막을 올렸다.
조선족 어린이들의 정체성 함양을 위해 유나이티드문화재단 후원으로 올해로 15회째 이어오는 축제다.
지난 1월부터 동북3성(지린성·랴오닝성·헤이룽장성)을 비롯한 중국 전역에서 700여 명이 참가해 펼친 예선을 통과한 66명이 이날 '제15회 홈타민컵 전국 조선족어린이 방송문화축제' 본선 무대에서 경연했다.
흑룡강조선어방송국·중국국제방송국 조선어부·흑룡강성교육학원민족교연부가 주최한 축제는 한국어 글짓기·이야기·노래·피아노 등 네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글짓기는 '어떤 일' '안중근 의사의 혼이 깃든 하얼빈' '내 친구'를 주제로 1천자 내외 작문을 하는 과제가 제시됐다.
헤이룽장성 오상시 조선족실험소학교에서 온 김소정 양은 '어떤 일'로 암 수술을 해 파리해진 얼굴의 어머니가 퇴원 후 자신에게 '난 괜찮다'고 말한 게 걱정을 덜어주려고 한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작문으로 어머니의 사랑을 표현했고, 지린성 옌지시 신흥소학교의 성준우 군은 세상에서 금은보화보다 더 소중한 것이 '내 친구'라고 우정의 소중함을 강조한 글을 썼다.
조선족출판사에서 한중사전 출판 담당으로 3년째 심사를 맡은 한영남 씨는 "기발한 아이디어나 감동적인 사연을 소개한 글이 많아 여러 번 감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글쓰기 장려를 위해 역대 수상작을 모아 책자로 발간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전래 동화나 산문 등을 5분 이내로 발표하는 이야기 경연에서 참가자들은 한복을 입거나 이야기 속 동물 분장 등을 하고 나와 구연동화를 하듯 실감 나게 솜씨를 뽐냈다.
심사위원들은 정확한 언어 구사와 목소리·몸짓을 통한 전달력 등 표현력을 중심으로 심사했다.
피아노 부문 참석자들은 무대에 올라 갈고닦은 기량을 바탕으로 클래식 곡을 연주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노래 부문 경연자들은 조선족 민요, 동요, 가곡 등을 율동과 함께 불러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얼빈조선족제1중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유나이티드소녀방송합창단은 축하공연으로 감동의 경연 무대를 이어갔다.
허용호 흑룡강조선어방송국 국장은 개막 축사에서 "하얼빈은 안중근 의사가 110년 전에 일제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척살한 독립운동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라며 "고국을 떠나 만주벌판에서 일제와 싸우며 조선족 공동체를 건설해온 위대한 선조들의 후손이라는 자긍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축제는 15회를 맞는 동안 1만5천여명의 참가자와 900여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이들이 모두 조선족 사회를 책임질 동량으로 성장하고 있으므로 여러분은 수상 여부를 떠나 모두 승리자"라고 격려했다.
김태식 유나이티드제약 전무는 축사에서 "15회째 대회를 후원해 온 것은 참가 학생들이 중국을 이끄는 훌륭한 인재가 돼서 한중 우호 관계 구축에 가교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라며 "대회 참가를 계기로 더 큰 세상에서 활약하는 꿈을 갖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개막식에서 유나이티드문화재단은 최용수 흑룡강성교육학원민족교육부 주임, 김동광 중국국제방송국조선어부 주임, 현국화 흑룡강조선어방송국 아나운서에게 공로패를 전달했다.
또 유나이티드제약은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암살을 도운 유동하 의사의 후손 이림 씨와 지린성 일대에서 항일 무장투쟁을 벌인 마하도 의사의 후손 노미향 씨를 초청해 감사장과 격려금을 전달해 축제의 의미를 더했다.
두 사람은 "일본 제국주의와 맞서 싸웠던 선조를 잊지 않고 기억해줘서 감사하다"며 "독립투사의 후손으로 부끄럽지 않게 주변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고마워했다.
경연 시상식과 폐막식은 2일 하얼빈조선족제1중학교에서 열린다.
이 축제는 현지화하는 조선족 차세대에 우리 말과 글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민족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2002년 시작됐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대표 영양제인 '홈타민'의 이름을 따 지금까지 단독 후원하고 있으며, 2009년부터는 유나이티드문화재단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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