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7월부터 한국에 6개월 이상 머무르는 외국인 유학생은 국민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이에 따라 10만여명에 달하는 외국인 유학생의 보험료 부담이 기존보다 7배 늘어나는 등 큰 변화가 있지만 교육부의 '늑장 대응'으로 혼란이 커지고 있다.
12일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에 따라 법이 시행되는 7월16일부터 6개월 이상 국내에 머무르는 외국인은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의무가입해야 한다. 기존에는 3개월 이상 체류하면 가입할 수 있었지만 의무는 아니었던 것을 강화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세부 지침을 담은 시행령이 입법예고 중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고등교육기관의 외국인 유학생 수는 14만2천205명이다. 이 중 학위과정 유학생 8만6천여명과 장기 어학·직업 연수생을 포함하면 건강보험 의무가입자가 될 유학생은 10만명이 넘을 전망이다.
복지부는 법 개정에 따라 외국인도 내국인과 동일하게 의료기관에서 보험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전반적인 의료복지가 향상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대학 현장의 시각은 다르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보통 이용해왔던 민간보험사의 유학생 보험보다 보험료 부담은 커지지만 유학생 맞춤형 서비스는 받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주요 손해보험사의 외국인 유학생 보험 상품은 실비보험으로 가벼운 질병·부상은 물론 입원치료와 사망 시에도 보험금을 지급한다. 사망 시 시신을 본국에 이송하는 비용이나 가족이 한국에 오는 비용까지 부담해주는 보험사도 있다.
민간보험사들은 유학생 맞춤형 서비스로 주요 언어에 대한 24시간 서비스나 카카오톡·위챗 등 메신저 상담도 제공한다.
현재 대다수 외국인 유학생이 1년에 10만∼11만원의 보험료로 이런 서비스를 받고 있다.
그러나 유학생들은 7월부터 건강보험 지역가입자가 되면 보통 한 달에 5만6천530원을 내게 된다. 1년이면 67만8천여원으로 민간 유학생 보험보다 6∼7배 부담이 늘어난다.
한 대학 관계자는 "개발도상국 출신 학생들에게 한 달에 5만6천원은 큰 부담"이라면서 "건강보험이 전반적인 의료 혜택은 더 크겠지만, 대부분 20대인 유학생이 혜택을 돌려받는 비율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대학 담당자들은 유학생이 실수로 체납하는 등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민간보험처럼 학교가 가입 및 납부 절차를 대신 챙겨줄 필요가 있다고도 말한다.
유학생이 주소지를 업데이트하지 않는 등 실수로 납부 고지서를 놓쳐 보험료를 체납하면 의료 혜택 제한은 물론 비자 연장까지 불이익을 받게 된다.
그러나 보건 당국은 건강보험 가입·납부를 대신 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상 어려우며, 대학의 사전 공지가 충분하면 해결 가능한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에 일부 대학 담당자들은 "유학생의 외국인 건강보험 당연 가입을 철회해달라"며 청와대 청원까지 제기했다. 청원에는 11일 오전 현재 3만2천여명이 동의했다.
현장 반발이 크자 교육부는 "민간보험이 유학생들 입장에서 더 편리하다고 보이는 측면이 있어 외국인 당연 가입에서 학생은 예외로 해달라고 복지부에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복지부는 "교육부의 공식 의견이 오면 검토하겠다"면서도 "법에 명시되지 않은 내용을 시행령에서 논의하기는 부적절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국회에서 법 개정을 논의할 때 나왔어야 할 의견 같다"고 반박했다.
대학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교육부가 더 일찍 사안을 파악해 의견을 들었어야 한다는 불만도 나온다.
시행령 입법예고 및 의견 수렴이 지난달 5일 시작돼 오는 15일 끝나지만 교육부는 지난 7일에야 처음으로 대학 담당자들을 불러 설명회를 열었고 8일에 의견 수렴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행령이 어떻게 나오는지 기다리다가 대응이 늦어진 측면이 있다"면서 "대학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복지부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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