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1위 라면기업 '마미더블데커'의 최고전략책임자(CSO) 겸 최고재무책임자(CFO) 뷔통 팡은 2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말레이시아에서 한국 라면이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며 "한국 라면이 전체 라면 시장의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마미더블데커는 지난해 11월 한국의 신세계푸드와 합작법인 '신세계마미'를 설립하고 한국식 라면 생산에 나섰다. 뷔통은 이 신세계마미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AC닐슨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라면 시장에서 한국산 라면의 점유율은 2013년 0.7%에서 올해 1분기 13.4%로 20배 가까이 상승했다. 그 덕분에 말레이시아는 한국의 주요한 라면 수출 국가로 급부상 중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말레이시아에 수출한 라면 금액은 1256만3000달러(약 140억원)였다. 중국·미국·일본 다음이다. 지난해만 해도 말레이시아는 대만지구와 태국에도 밀렸지만, 올해 들어선 그 두 지역을 넘어섰다.
한국 라면이 말레이시아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뷔통은 '퀄리티(품질)'를 우선으로 꼽았다. 특히 면발에 대해 "현지나 일본산 라면보다 더 쫄깃쫄깃하고, 잘 퍼지지 않는다. 제조 기술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현지 라면의 중량이 70g가량인 것과 비교해 한국 라면이 110g으로 푸짐하다는 점 역시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동남 아시아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 유튜브를 통한 입소문 마케팅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한국산 라면들이 말레이시아의 3200만 명 인구 중 2000만 명에 달하는 무슬림을 위해 할랄푸드(무슬림이 먹을 수 있는 음식) 인증을 받은 것도 인기 비결로 꼽혔다. 뷔통은 "일본은 할랄 인증 기관이 10개 가량으로 분산돼 있는데, 한국은 1곳(KMF·한국이슬람중앙회)으로 집중돼 있어 일본 라면보다 한국 라면의 할랄 인증을 더욱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에서 한국 라면 열풍은 말레이시아 한 곳의 현상으로만 의미를 한정할 수 없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 중산층 시장의 테스트베드(시험대), 이슬람 시장의 테스트베드로 통한다. 한국 라면이 말레이시아를 발판으로 동남아시아 전반, 중동을 포함한 이슬람 국가 등으로 인기를 더 끌 가능성이 커졌다는 이야기다.
뷔통이 이끄는 신세계마미는 올해 4월 말레이시아에 '대박라면(매운치킨맛 볶음면·김치찌개맛 국물라면 등 2종)'을 내놓았다. 대박라면은 이날 현재까지 약 29억원의 매출(판매량 363만 개)을 올렸다. 지난달에는 한국으로 수출을 시작하기도 했다. 뷔통은 "신세계마미는 창의적이고 흥미로운 한국식 라면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라며 "한국 라면기업들과 선의의 경쟁을 하겠다"고 말했다.
뷔통은 인터뷰 전날인 20일 서울의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김밥·떡볶이·치킨 등) 점포를 탐방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 한식 소스와 식재료를 활용한 외식사업을 추진하는 데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서다. 뷔통은 "신세계마미의 제품군을 라면에서 한식 전반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민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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