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현지시간) 美국방부 대변인실은 “보고서 공개로 전 세계적인 소요가 일어날 수도 있다”면서 “전 세계에 나가 있는 미군 지휘관들에게 보호 조치를 취하도록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한 상태”라고 밝혔다.
美백악관도 해외 공관과 주요시설들에 ‘테러 경계령’을 내린 사실을 확인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9일 CIA 고문 보고서가 공개되면 전 세계에서 미국 시설과 미국인을 향한 위협이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美정부가 이처럼 긴장하는 이유는 9일 공개된 ‘CIA 고문 보고서’의 내용 때문이다.
‘CIA 고문 보고서’에는 CIA를 중심으로 한 美정보기관이 2001년 아프가니스탄 이후 요르단, 폴란드, 이집트 등에 설치한 ‘블랙사이트(정보기관들이 고문을 금지한 미국 법을 어기지 않기 위해 해외에 설치한 비밀 수감시설)’에서 자행했던 고문 내용을 적나라하게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은 9일 공개된 500여 페이지 분량의 보고서 내용을 인용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2000년 예멘에서 美구축함 ‘콜(Cole)’호 자폭테러가 일어난 뒤 알 카에다 간부 압델 라힘 알나쉬리를 붙잡은 CIA는 전동드릴로 그를 협박했다고 한다.
또한 CIA는 붙잡은 테러범들을 처형할 것처럼 협박하는가 하면, 빗자루로 성고문을 하겠다는 위협도 가했다고 한다.
알카에다 조직원 아부 주바이다의 경우 5일 동안 잠을 재우지 않고 계속 심문하는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한다.
주요 외신들이 전하지는 않았지만, ‘테러와의 전쟁’ 당시 美CIA는 고문을 금지하지 않는 중동 국가 또는 동유럽 국가에 ‘비밀 감옥’을 만들고, 이들에게 테러범의 고문을 ‘위탁’하기도 했다.
美상원 정보위원회가 이번에 공개한 ‘CIA 고문 보고서’는 CIA 등 정보기관에 의한 고문 및 가혹행위를 조사한 6,000페이지 분량의 원본 보고서를 500페이지 가량으로 압축한 것이다.
美상원 정보위원회는 ‘CIA 고문 보고서’를 통해 “CIA는 가혹한 심문을 했음에도 의미있는 정보를 캐내지 못했다”면서 “테러범에 대한 고문을 통해 사전에 테러를 막을 수 있는 귀중한 정보를 얻었다는 CIA의 주장은 거짓이며, 당시 대통령을 속이고 월권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같은 ‘CIA 고문 보고서’를 언론에 공개하는 데 대해 오바마 정부는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중요한 테러 정보를 고문을 통해 확보했을지라도 오바마 대통령은 ‘고문 행위는 부적절하며, 미국의 가치에 맞지 않고 국민들을 안전하게 만들지 못한다’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CIA의 고문을 승인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는 부시 前행정부 인사들과 공화당, 고문의 당사자로 지목받은 CIA 등 정보기관들은 이번 보고서 공개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특히 2001년 9.11 테러 이후 CIA의 ‘테러 조직 비밀소탕작전’과 ‘비밀 군사 작전’, 美국방부 산하에 비밀 휴민트(HUMINT) 조직 창설을 승인한 조지 W.부시 前대통령은 ‘CIA 고문 보고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前대통령은 지난 7일 CNN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CIA 요원들은 애국자”라며, 이들이 테러범에게 고문을 한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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