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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하는 방글라데시 가정부가 고용주에게 성 학대와 고문을 당했다고 호소해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수미 아크터 페이스북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하는 방글라데시 가정부가 고용주에게 성 학대와 고문을 당했다고 호소해 논란이 일고 있다. 중동 전문 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와 알자지라 등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가정부로 일하고 있는 방글라데시 여성 수미 아크터(25)가 지난달 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피해 사실을 알렸다고 보도했다.
아크터는 해당 영상에서 “주인이 나를 때리고 고문했다. 보름 동안 감금하고 끓는 기름에 내 팔을 집어넣었다”며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 제발 도와달라”고 눈물을 쏟았다. 또 고용주에게 성 학대까지 당했다면서 “고문을 당한 곳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고 구조를 요청했다.
그녀는 한 달 전에도 정부와 인력소개소에 본국으로 귀환할 뜻을 밝혔지만 부정적 답변을 얻었다며 도움을 구한 바 있다. 그러나 아크터가 이미 사망했다는 가짜뉴스가 나돌면서 혼란은 가중됐다. 아크터의 남편 시라줄 이슬람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내를 되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사진=AFP 연합뉴스
사진=AFP 연합뉴스
방글라데시 구호단체 BRAC은 아크터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고용주와 함께 있으며 논란 후 휴대전화를 압수당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생사를 알 수 없었던 그녀가 한 달여 만에 다시 피해 사실을 폭로하자, 방글라데시 시민사회가 들고일어났다. AFP통신은 지난 1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아크터 송환과 함께 해외 근로 여성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파문이 일자 방글라데시 정부는 아크터를 학대하고 다른 브로커에게 팔아넘겼다는 의혹이 제기된 채용회사를 단속하는 한편, 국영 인력수출사무소에 그녀의 송환을 지시했다.
1991년 이후 외화벌이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로 넘어간 방글라데시 여성은 약 30만 명이다. 이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가 본국으로 송금하는 외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하는 많은 방글라데시 여성이 열악한 처우와 성폭력을 포함한 신체적 학대에 시달리고 있다. 브로커들에게 속아 넘어가는 일도 다반사다.
사진=알자지라 캡쳐
사우디아라바리아에 이주노동을 갔다 지난달 말 귀국한 시리나 베굼(29)은 8일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요리만 하면 된다는 말을 믿고 떠났지만, 가족 6명의 청소와 세탁 등 집안일을 도맡아야 했다. 월급도 처음 약속과 달리 235달러(약 27만 원) 수준이었다”고 하소연했다. 또 “매일 14~15시간씩 쉬지 않고 일했다. 지팡이로 맞기 일쑤였고 언어도 통하지 않아 매우 힘들었다”고 밝혔다.
병든 남편과 두 아이의 생계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주 노동을 하러 갔던 그녀는 가족 중 장남에게 성폭행까지 당했다고 털어놨다.
살아 돌아온 건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함께 송환된 나즈마 베굼(42)은 죽어서야 고국 품에 안길 수 있었다. 현지언론은 병원 관리직을 약속받고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났던 이 여성이 가정부로 일하다 고용주의 학대에 시달려 사망했다고 전했다.
BRAC에 따르면 올해만 48명의 방글라데시 여성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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