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지금의 경제 발전을 이뤄낸 데는 조선족을 비롯한 재외 한인들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들을 고려하지 않고는 한국 경제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습니다."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일본 지바(千葉)지회 상임고문이기도 한 가사이 노부유키 아시아경제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순수 일본인이면서도 조선족 문제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2000년 결혼한 조선족 아내 전정선 씨의 영향도 있지만 조선족에 대한 관심은 결혼 전부터 시작됐다.
1일 중국 옌지(延吉)에서 열린 월드옥타의 한·중경제포럼에서 만난 가사이 연구원은 "개발경제학자로서 30년간 한국을 연구했는데 한국 경제를 70%밖에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머지 30%를 이해하기 위해 재외 한인에 주목했다"고 능숙한 한국어로 설명했다.
"한국 자동차업체가 캐나다에 진출한 초창기에 그곳에 있는 한인들이 먼저 한국차를 사기 시작하면서 시장이 커졌죠. 일본에서도 재일동포들이 한국 물건을 먼저 소비하면서 시장을 키워온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 내에서만 연구하면 경제발전이 민간수출기업의 공으로만 돌아가는데 처음에 누가 시장을 만들어냈는지를 알려면 해외 한인을 연구해야 합니다."
가사이 연구원은 특히 최근 한국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이 늘어나면서 중국 내 조선족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오면 정부와의 관계나 근로자와의 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조선족이 중간 역할을 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코트라와 같은 정부 기관이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을 돕고 있지만 현지 사정에 밝은 조선족들이 코트라가 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보완해주기도 하죠."
실제로 가사이 연구원의 아내 전씨도 결혼해 일본으로 오기 전 상하이에서 중국 진출을 타진하는 한국 기업을 지원하는 일을 맡아왔다.
현재 재일조선족여성회 회장인 전씨는 "당시 한국 기업이 오면 같은 핏줄이라는 생각에 사명감으로 도와주게 됐다"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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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연구하는 일본 학자 가사이 노부유키 |
가사이 연구원 부부는 2006년 재일 조선인들이 만든 월드옥타 지바지회에도 초창기부터 참여했다.
대부분의 재일 조선인이 중국 국적으로 들어온 탓에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가사이 연구원은 중국 내에 8만-10만 명가량의 재일 조선인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대부분 1985년 이후 유학을 통해 들어와 정착한 사람들이다.
연구원은 "재일 조선인은 이민 역사가 짧아 경제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지식 기반은 높다"며 "한국, 중국, 일본에 모두 연고를 갖춘 '동아시아인'으로 미래지향적인 인재"라고 평가했다.
가사이 연구원 부부는 "재일 조선인이 한국의 관심 밖에 놓여 한국인의 정체성을 잊고 자라는 경우가 많아. 한글 교육 등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재일 조선인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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