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과기대 캠퍼스에서 채플이 허용되고 있다는 게 무얼 의미할까요?”
김진경(77·사진) 연변과학기술대학 총장은 “공산당의 첫째 적이 기독교 아닌가요”라고 반문하면서 “이 나라를 위해 사랑을 실천하자 중국 당국도 ‘김 총장의 하나님은 우리도 존경한다’고 말하더라”고 했다.
국민일보는 지난달 31일 개교 20주년을 앞둔 연변과기대를 찾았으나 김 총장은 마침 평양과기대 방문 중이었다. 김 총장은 지난 2일 평양-옌지(延吉) 직항 편으로 연변과기대로 돌아온 뒤 4일 국민일보와 전화인터뷰를 가졌다. 연변과기대를 모체로 평양과기대가 2010년 4월 문을 열었다. 이에 따라 김 총장은 평양과기대 총장을 겸임하고 있다.
그는 “교내에서 국기(오성홍기) 게양식을 할 때마다 모든 학생, 교직원과 함께 ‘나는 중국을 사랑한다. 나는 중국인민을 사랑한다’고 말한다”면서 “중국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이곳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을 ‘사랑주의자’라며 사전에도 없는 단어 ‘사랑주의(Loveism)’를 설파하고 다닌다. 그러면서 항상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를 생각한다고 했다.
김 총장은 연변과기대에 대해서는 “지난 20년간 발전을 토대로 이제 글로벌 대학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동북아공동체 형성에 기여할 것으로 확신했다. 연변과기대가 3개 언어를 공용어로 쓰면서 국제적인 인재를 길러내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언젠가는 중국 한국 일본 몽골과 극동러시아가 경제 통합을 이루게 될 것”이라며 자신이 말하는 동북아공동체는 바로 이러한 경제 통합체를 지칭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변과기대와 평양과기대 간 관계를 설명하면서 “유럽통합 과정에서는 ‘에라스무스 프로젝트’나 ‘소크라테스 프로젝트’를 통해 유럽에 있는 대학들이 먼저 통합됐다”며 “이게 유럽통합의 기초가 됐다”고 했다. 두 학교의 통합이 통일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평양과기대를 두고는 “평양 내 ‘외교 특구’라고 보면 된다”며 “엄청난 감동을 주는 대학”이라고 말했다.
“평양과기대의 학교 자동차 번호판에는 외교관을 뜻하는 ‘외’ 자가 붙어 있다. 북한 정부가 평양과기대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 총장은 “북한 정부가 이 대학에 거는 기대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이라며 “대학 설립 당시 북한이 내각 승인으로 평양 낙랑구역 보성리 땅 100만㎡를 내주고 외국인 교수들이 자유롭게 강의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은 획기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평양과기대가 지난해 10월 처음 국제학술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던 예를 들며 이 학교의 미래를 낙관했다. 당시 세계적 석학들은 이곳 학생들이 유창한 영어로 질문을 던지는 것을 보고 북한의 변화에 상당한 기대를 갖는 모습을 보였다고 회고했다.
김 총장은 경남 의령 출신으로 미국 시민권자이면서 서울시 명예시민이자 평양시 명예시민이다. 옌지에서도 영구시민 자격을 얻었다. 그는 중국과 평양을 자유롭게 드나든다. 그는 이를 두고 “나는 이미 통일된 사람”이라고 말했다.
옌볜=정원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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