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호의 유화작품은 인물, 정물과 풍경 등 다양한 방면을 아우르지만 가장 많이 그린 것은 역시 풍경이다. 그가 붓터치와 색채로 부각해낸 향토의 거친 자연미는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
풍경화로부터 소재 선택에 있어서 강종호화가의 이중적 선택을 엿볼 수 있다. 말하자면 순수회화언어에 대한 추구 속에 떨쳐버릴 수 없는 향토애가 오롯이 스며있는 것이다. 자연은 그의 붓에 의해 인격화된 대상으로 거듭나고 원시적이면서도 호방한 기개를 부여받는다.
현대 유화의 획기적인 변화는 프랑스인상파로부터 시작되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시대에서 풍경은 많이는 외적인 광선을 표현하는 매개로 존재하였고 색채와 광선은 풍경 뒤에 숨겨진 잠재적인 주제였다. 강종호의 풍경화는 양식에 있어 표현주의에 더 근접하지만 풍경은 단지 회화언어의 매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회화언어와 함께 그의 정감세계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량자가 합일을 이룰 때는 그가 어느 한 쪽에 더 치우쳐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강종호의 유화기법은 중국미술교육의 전통적인 유화 훈련에서 비롯된 붓터치의 표현력에 강점을 두고 색조의 조화로움을 지향한다. 이런 기법으로 그는 자기의 고향 장백산 특유의 거칠고 드넓은 원시적인 야성미를 어필하고 있다. 그의 전기 풍경화를 보면 농촌마을의 풍경은 회화언어의 온전한 매개로서가 아니라 그의 정감적 대상으로 된다. 첫 시작부터 그는 대상의 세부에 집착하지 않고 정감의 강렬한 방출을 중시한다.그의 거친 붓터치는 이러한 요구에 더없이 적합한 것이다. 색채의 처리에 있어 일단 큰 색채적 관계를 파악한 다음 명랑하고 채도가 높은 색채를 사용하여 화면의 색채를 한결 강렬하고 자극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밝은 느낌의 조화를 이루게 했다. 그 터치는 력동적이면서도 대상의 구체적 형상에 얽매이지 않고 대상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시각적인 장력을 남김없이 표출하고 있다. 이처럼 이 시기 강종호 작품의 특징은 전통적인 기법에 대한 정서적 변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가능케 하는 힘은 자아의 정감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고향풍경을 마주했을 때 자연스레 우러나는 격정의 발로라고 할 수 있는데 세잔이 자신의 고향 생 빅투아르의 산을 마주했을 때 느꼈던 감정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강종호는 예술의 길에서 더 높은 경지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풍경은 분명 그의 종착지가 아니다. 풍경 속에 녹아있는 내재적 생명은 화가의 개인경험이 대상화 된 것이다. 강종호가 이루려고 하는 것은 바로 형식적인 언어로 이러한 내재적 생명을 표달해내는 것이다. 그는 자연적 모티프를 리탈하지 않는 전제하에 순수언어적인 표현을 이루어낸다. 이와 같은 작품세계의 변화는 두 단계에 거쳐 두가지 풍격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두 풍격은 서로 련관되면서도 구별되는 언어특징과 정감세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첫 단계는 전기 풍경화의 연속으로서 자연추상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현대추상화의 중요한기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강종호에게 추상의 목적은 추상 자체가 아니라 더 많은 정감을 형식에 응축시키기 위한 데 있다. 그는 추상표현주의에 가까운 화면에 붓과 색채로 강렬한 감정을 담아내는데 형식적인 관계에서 보일 듯 말 듯한 자연적 모티프는 표현하려는 감정을 지탱하고 있다. 이처럼 작품의 추상적인 구조 속에는 생명이 살아있으며 이 생명은 자연적 모티프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고향과 들판, 자연생명에 대한 화가의 친밀한 체험이 화면의 형식 속에 투사된 것이다. 자연을 제목으로 한 상기 추상화 작품들은 전반 형식과 구조에서 그의 풍경화들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며 제목을 통해 상응한 자연경관을 암시하고 있다. 특히 장백산 가을풍경과 겨울풍경은 그의 추상화면의 기조를 이루는데 이는 아마 그가 이 두 계절의 열렬하고 강인한 자연현상에서 생명의 의미에 대한 깨달음을 얻은 것일 수도 있겠다. 상기 작품들에서 그에게 가장 알맞는 자의적이고 종횡무진한 붓터치가 극대화되여 시적인 운률과 력동성을 획득한다.
그의 최근 작품들에서 또 하나의 변화 과정을 불 수 있다. 웅장한 기세를 보여주던 붓터치와 강렬한 대조를 이루던 색채는 단색에 가깝게 옅어져 몽롱한 시적인 분위기로 변화하였다. 마치 교향악에서 랑만적인 느낌을 주는 템포인 안단테(行板)로부터 슬프고 서정적인 아다지오(柔板)로 미끌어져 들어간 느낌이다. 넓은 면으로 캔버스를 쓸고 지나던 터치는 우아하고 미세한 터치로 바뀌였으며 일부 화면에서는 나이프를 사용하기도 했다. 모든 화면은 주황색으로 물들어 마치 꿈속의 한 장면 같다. 이 시리즈의 작품은 강종호 예술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고 있다. 즉 그의 예술은 호방함뿐만 아니라 섬세함도 지니고 있는데 이는 모두 자연을 바탕으로 상응한 형식을 통해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 시리즈 작품들은 사실주의적인 풍경으로 회귀하였지만 그 의경은 오히려 더 몽롱해져 초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마치 그가 대면하고 있는 것은 더이상 현장 사생으로서의 대상이 아니라 지난날에 대한 추억과 꿈속에서 느꼈던 진실한 마음인 듯 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자신이 찾은 회화언어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회화언어를 부단히 개척해가는 창조적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는 그의 개인 심미경험의 두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즉 초기 풍경화에서 그는 장백산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미를 마주하고 순수한 형식과 생명체험이 하나의 유기체를 이루도록 옹근 생명의 열정을 모두 형식에 응집시켰다면 형식에 대한 새로운 발견은 또 역으로 자신의 생활경험을 순수형식으로 표현하도록 그를 이끌어주는 것이다. 일상의 경험은 늘 신비롭고 몽롱한 분위기에 쌓여있는것처럼 그가 꿈에서도 그리는 장백산은 그의 생명에 깊이 스며들어 그와 혼연일체를 이룬다. 이러한 초현실적인 신비는 그로데스크하게 왜곡된 인격에서 비롯되였다기보다 자연으로부터 승화된 시적인 인격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강종호의 풍경화는 결국 자연에 대한 재현과 언어적인 표현이 그의 인격과 생명의지와 합일을 이룬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의 풍경화로부터 예술가가 살아온 인생려정 중 밀물이 차오를 때의 정열과 썰물이 빠져나갈 때 꿈처럼 부드러운 읊조림을 읽을 수 있다. 장백산은 또한 그의 생명을 이루는 일부분으로 그의 생에서 희망을 주는 고향일 뿐더러 그의 예술언어가 새롭게 태여나는 곳이기도 한 것이다.
강종호 약력
현직
연변대학교미술대학서양학과 교수
연변조선족자치주미술가협회 주석
연변문화예술련합회 부주석
길림성미술가협회 리사
연변조선족자치주장백산조형예술연구원 원장
주요수상경력
2001년 <연구와 초월>중국유화작품대전 <가을의 넋> 최고상-“예술상“ 수상
2002년 길림–장백산 제1회 단풍제미술작품전 작품 <장백산의 가을> ”은상” 수상
2002년 연변조선족자치주 성립 50주년 미술작품전 작품 <합> “금상” 수상
2005년 연변최고문예상“진달래작품상” 수상 수상작 <가을의 운치>
2012년 송강의풍정-길림성미술작품전 작품 <눈꽃>”우수상” 수상
2013년 제1회 길림성예술대학교수작품초대전 작품 <눈내린장백산>”우수상” 수상
2014년 제3회 전국소수민족미술대전 유화 <2014탈춤시리즈>“우수상“ 수상
동북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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