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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건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조글로미디어(ZOGLO) 2009년4월25일 15시18분    조회:7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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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0만 재외동포 엄청난 민족적 자산"
"한상들의 모국 달러 보내기 운동에 깊은 감동"
"재외동포 모국어 교육 지원 아끼지 말아야"




   "전 세계 176개 나라에 700만 명이 넘는 주재원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동포사회와 모국이 협력한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재외동포재단의 권영건(62) 이사장은 재외동포의 민족적 자산이 엄청나다면서  특히 경제가 최대 화두인 이 시기에 재외동포가 쌓아온 기반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 이사장의 말은 당위성이나 희망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실제 현실로 구체화하고 있다. 작년 10월 제주도에서 제7차 한상대회가 열렸을 때 운영위원들이 주도해서 모국에 달러 보내기 운동을 시작했다. 외환위기 때 국민이 자발적으로 금 모으기 운동을 했듯이 이번에는 국외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동포들이 어려움에 부닥친 모국을 조금이라도 돕겠다고 스스로 나선 것이다.


    작년에 전 세계 재외동포들이 고국에 송금한 돈은 2조 원 수준. 전년보다 53%나 늘어났다. 올해 들어서도 재외동포들에게서 지속적으로 작년 수준의 달러가  들어오고 있다. 권 이사장은 재외동포들의 끈끈한 애국심을 보고 깊은 감동을 느꼈다고 한다.


    주목되는 점은 재외동포의 경제력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는 것.  중국경제가 급속한 발전을 이룬 데는 화상(華商) 자본이 밑바탕이 됐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스라엘의 뒤에는 미국사회의 핵심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유대인  네트워크가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한상을 비롯한 우리 재외동포가 화상이나 유대인보다 못하라는 법도 없다. 그들에 비해 이민의 역사는 짧을지 몰라도 끈끈한 애국심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더구나 한국인 특유의 끈기와 강인함, 근면성을 바탕으로 세계 곳곳에서 뿌리내리는 데 성공했다.


    글로벌시대를 맞아 중국이 그랬듯이 우리도 재외동포 가운데 우수한 두뇌를  유치할 필요성이 높아지는 등 재외동포 문제에 좀더 관심을 두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재외동포를 보는 국내의 인식이나 시각이 아직도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재외동포에 대한 참정권 부여는 부작용이 우려되는 점도 있지만, 국내 정치에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됨에 따라 동포의 위상과 역할도 큰 변화의 계기를 맞게 됐다. 재외동포사회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주무 기관인 재외동포재단도 요즘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외교부 산하에 있는 재단의 역대 이사장들이 주로 직업외교관 출신인 데  비해 권영건 이사장은 안동대 총장과 대교협 회장을 역임한 교육자 출신이다.  그래서인지 재외동포 교육문제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 교육현장에 몸담아 오셨는데 재외동포 교육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
    ▲ 처음에는 재단 이사장이라는 직책을 수행하는 데 있어 동포사회에 대한 식견이 가장 중요한 줄 알았습니다. 막상 일을 하면 할수록 식견은 기본적이지만 동포에 대한 애착, 사명감이 중요하고 특히 교육문제는 철학이 필요하다는 것을 깊이  느끼고 있습니다. 전 세계 우리 동포가 700만이 넘습니다만 책을 보고 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모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거든요. 10% 정도로 파악됩니다.  이민 4세, 5세까지 내려간 독립국가연합(CIS)지역은 모국어를 이해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일본도 마찬가지죠. 2세들은 언어구사 수준이 소통이 힘들 정도입니다. 미국도 2세, 3세들 일부가 부모 노력으로 모국어를 해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한국의  언어, 문화에 대해 불편하게 접하고 있죠. 이런 것을 봤을 때 앞으로 우리 동포의  조국에 대한 열정, 애정 이런 것이 얼마 동안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 의문을 갖게  됐습니다.
    현재 상태로 보면 20년, 30년 뒤에 어떻게 될까 하는 불안감을 갖거든요.  획기적인 정책 전환과 노력이 필요한 거죠. 결국 언어를 모르면 문화, 역사를 모르고,  민족의식이 희박해지며 핏줄은 같지만 민족의식이 남아 있기 어려운 거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서 동포교육에 총력을 기울여야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중요한 갈림길에 있습니다.

 

    -- 재외동포에게 참정권이 부여됐는데 잘 될까요.
    ▲ 참정권 문제는 재외동포들이 오래 전부터 원하던 숙원이었습니다.  2007년도에 헌법소원을 통해 참정권을 주지 않는 것이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헌재 불합치 결정을 봤고 올 2월 국회에서 통과되어 법적인 마무리가 됐습니다. 2012년 총선과  뒤이어 대선 때 동포들이 참여하게 됩니다. 총선은 지역구 의원을 직접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비례대표에만 투표할 수 있고 대통령선거는 직접 선택할 수 있죠. 또 일시  귀국해서 거소증명을 받은 사람은 지역구 국회의원도 투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외국시민권자는 투표권이 없지요. 그러다 보니까 미국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시민권을 획득한 분, 또 일본에 귀화해서 일본국적을 가진 분, 중국 국적을 가진 조선족, 이런 분은 자격이 없습니다. 영주권자나 일시 거주자 즉 유학생이라든가 상사주재원, 외교관들은 물론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지요.
    문제는 재외공관에서만 투표하게 되어 있다는 겁니다. 미국같이 큰 나라는 공관까지 가려면 거리가 굉장히 멀지 않습니까. 투표율이 어느 정도겠느냐는 것도  관건인데 최근 언론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80%가 투표를 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습니다만 현실은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한인회라든가 현지 정부의 협조를 얻어서 공공기관 같은 장소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우편투표, 인터넷투표도 가능하도록 하자는 얘기도 있습니다만 헌법의 원칙인 직접투표에 어긋나기 때문에 헌법을 고치지 않고는 사실 불가능합니다. 영국 같은 데는 민주주의가 출발한 나라인데도 우편투표가 가능합니다. 대리투표가 가능하다는 얘기죠.
    이 같은 점은 계속 쟁점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부에서는 참정권에는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있는데 선거권과 더불어 피선거권도 재외동포에게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또 이중국적 허용과 연계해 외국의 시민권자들에게도 투표권을 줘야 한다는 요구도 있습니다.
    우려되는 것은 선거문화적 측면이 있습니다. 외국에서 오랫동안 거주하면서  조국의 실정을 잘 모르는데 과연 성숙한 판단력으로 투표할 수 있겠느냐, 동포사회가 정치문제로 갈등이 유발되면 되겠느냐, 상호 간 화합의 분위기가 저해될 수 있지 않으냐고 우려하는 분도 계십니다.
    우리는 이런 우려보다는 오히려 역으로 재외동포들이 모국보다 더 선진적인  선거문화 풍토를 조성해서 모범을 보여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잘못하면 외국인들  보는 데서 국가브랜드가 실추될 수 있는 만큼 오히려 이 기회에 선거문화에 모범을 보여달라고 주문하고 싶습니다.

 

    -- 700만 재외동포가 엄청난 국가적 자산인데 전략적 활용하는 데는 미흡한  점이 많지 않습니까.
    ▲ 그동안 동포정책에 일관성이 좀 부족했고 각 기관이나 부처에 분산되어 있었습니다. 교육만 해도 그렇습니다. 한글학교는 교육부에서 일부 담당하고 있고  문화부와도 관계됩니다. 시민단체나 민간기구에서도 참여하지요. 중복되고 이중화되고  하니까 효율성이 떨어지고 낭비가 됩니다.
    일원화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재외동포들의 민족적 자산이 엄청나거든요. 2003년도 통계입니다만 미국의 한 경제연구소에서 나온 자료에 따르면 2003년도 재외동포가 가진 자산 가치가 한국 전체 GDP의 4분의 1이 된다고 합니다. 어림잡아 보더라도 엄청난 저력인 셈이죠.
    전 세계 176개 나라에 700만 이상의 주재원이 있다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단순한 재외동포 숫자로 따지면 우리가 세계 8위입니다만 인구비례를 고려하면 1, 2위를 다툽니다. 세계 8위의 재외 인적 자산을 가지고 있는데 동포사회와 모국이 서로 협력한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특히 경제문제가 제일 중요한 화두인 시점이 아닙니까. 재외동포만큼 훌륭한 기반이 없지요. 이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중국 화상은 리콴유와 덩샤오핑이 착안해 키웠는데 엄청나게 커졌잖습니까.  중국경제 초기 투자의 70% 이상을 화상들이 했습니다. 이를 모델로 삼아서 우리가  만든 것이 8년 전의 세계한상대회입니다. 우리도 화상처럼 국가경제발전뿐만 아니라  외국 동포들과 상생, 공동발전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것이죠. 작년에 7차를 마치고 올해는 10월에 인천에서 8차 대회를 열게 됩니다.
    한상대회를 시작할 때는 국내기업인과 동포기업인들이 서로 만나게 하자,  모이는 것이 주된 목표였습니다만 예상외로 굉장한 발전을 이뤘어요. 2007년도 부산에서 한상대회가 열렸는데 3천여 명이 참석했어요. 일대일 상거래를 통해 이뤄진 상담액 규모가 6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작년에 제주도에서 열렸을 때도 경제불황에도  그만한 성과를 올렸습니다. 한상대회는 오프라인 사업인데 온라인사업도 가능하도록  내년에 '세계한상정보센터'를 만들려고 합니다. 1년 내내 전 세계 동포들의 '장터' 역할을 하게 됩니다.

 

    -- 최근 정부가 국가브랜드 10대 추진과제에 '재외동포 통합네트워크' 구축사업을 포함해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일부 예산을 확보한 상태입니다만 전 세계 재외동포들의 네트워크  형성이라는 것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니거든요. 가장 기초적인 것이 데이터베이스(DB)  구축작업인데 관련 자료가 부처마다 분산되어 있습니다. 이들 자료를 한 곳에 통합해야 됩니다. DB 구축문제부터 총리실 협조를 얻어서 시작하고 있는데 그 이전에 기본 설계가 필요합니다. 전 세계 동포들을 하나의 네트워크화시키는 데는 기본적인 전략  구상이 나와야 합니다. 그 작업을 지금 우리가 용역을 주든지 해서 시작하려고 합니다. 새로운 전략과 예산, 인력을 투입해서 글로벌 시대에 걸맞게 코리안 네트워크가  만들어져야죠.
 
    -- 한상대회가 연륜을 더해가고 있는데 성과와 개선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 한상들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성과를 얻고 있는데 작년 10월 제주도에서 제7차 한상대회를 할 때 운영위원들이 주도해서 모국에 달러 보내기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순전히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입니다. 그 결과 상당한 성과가 있었습니다.
    한국은행의 2008년도 통계를 보면 재외동포들이 고국에 송금한 돈이 2조 원이  넘습니다. 전년보다 53%가 늘어난 수치입니다. 계속해서 자료를 매월 체크를 하고  있습니다만 올해에도 지속적으로 달러가 작년 수준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한상대회의 문제점은 행사가 끝난뒤 계속 추적해서 실적이나 개선책 등을  파악할 기회를 안 가졌다는 것인데 그것은 우리(재단)의 잘못입니다. 어려움도 있고  예산도 필요하고 해서 그랬는데, 앞으로는 한상정보센터를 통해서 충분히 보완하고 고쳐나갈 생각입니다. 또한, 한상대회가 중소기업 위주거든요. 앞으로는 대기업을  끌어들여야죠. 재벌기업도 참여하는 큰 동포시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 동포청 신설문제 어떻게 보십니까.
    ▲ 국회에서 법안이 발의된 상태입니다만 명칭만 동포청이나 교민청이 아니고  정말 동포를 위하고 동포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의미를 담은 내용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저희의 바램입니다. 정부 산하기관인 재단 입장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거든요. 동포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는 있지만,  독자적인 안을 내서 정치권이라든가 정부관계부처와 대립하는 견해를 주장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자료확보나 준비는 하겠지만, 공개적으로 저희 복안을  주장할 그런 입장은 못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꾸준히 정치권과 접촉하고 또 정부부처 관계자와 연락해서 이왕 시작하는 동포청 설립이 실익이 있도록 보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이중국적, 허용되어야 할까요.
    ▲ OECD 국가 대부분이 이중국적을 허용하거든요. 국제적인 대세는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우리 실정과는 다르다고 봅니다. 이중국적자가 병역. 납세의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국민정서는 아직은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중국적을 허락하지 않으면 우리 동포 가운데 인재들이 세계 곳곳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데 그분들을 국내에 데려와서 도움을 받을 기회를 얻지 못할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우수한 두뇌, 자격을 갖춘 인재부터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앞으로 재단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나가실 계획인지요.
    ▲ 여기에 와서 학계에 있을 때와는 많이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식견만 가지고 되지 않는다, 사명감과 철학이 있어야만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갈수록 더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래서 결국 민족 보존차원 그리고 재외동포와 내국인 간 공생 공동발전이 필연적이고 또 그렇게 할 수 있는 여건과 잠재력이 있거든요.
     국가가 지금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획기적으로 단시일에  변화시킨다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점진적으로 예산 인력을 확대하고 내실을 기해야  하고 우리가 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좀 더 개발해서 적극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외형적 물질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재외동포들은 제가 겪어본 바로는 굉장히 외로운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제일 필요로 하는 것은 따뜻한 '정'(情)입니다.
    조국을 떠나 멀리 있는 동포 가운데는 우리 재단을 정신적인 안식처로 생각하는 분이 많습니다. 과연 우리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느냐, 좀 더 따뜻하게 형제처럼 그분들을 도와줘야 할 것 아니냐 하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직원들에게도 계속  당부하고 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홍성완 편집위원 = jami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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