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L씨는 중국 장춘에서 기계공정사로 일하면서 취미로 글쓰기에 매진해 조선족 일급 잡지에 시를 100여 편 발표한 중견시인이다. 중국조선족사회에서 가히 엘리트에 속하는 L씨는 3년 전 정년퇴직하고 아내 따라 한국에 왔다. 아들 며느리 일본에서 잘 나가고 딸은 중국에서 석사 졸업하고 모 연구소 연구원이다.
L씨는 먹고 살 걱정이 전혀 없지만 아직 사지가 멀쩡해 한국에서 체험삼아 단순노무에 종사하면서 글감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지난 12월 중순경 단속에 걸렸다. F-4비자 소지자가 단순노무에 종사한 것이 불법취업이니 벌금 납부하라는 명령에 ‘일 한 게 죄냐’고 벌금 내지 않겠다고 뻗혀 하룻밤 유치장신세를 지고 나왔다.
L씨는 중국에서 유치장 경험을 못해보고 평생 정직하게 살아왔는데 고국에서 일한 죄로 유치장을 경험하게 되었고 더는 한국에 미련이 없어 중국으로 돌아갔다.
L씨처럼 정년퇴직하였거나 일부 조기퇴직하고 한국에 왔거나 혹은 한때 본과졸업생 부모, 유학생 부모, 공무원가족이 F-4비자로 한국에 입국한 조선족이 많다. 이들이 한국에 온 목적이 다수가 일하기 위해서이고 아울러 사무직에 종사하는 자가 극히 드물고 단순노무에 종사하는 비례가 많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들이 단순노무에 종사하고 있지만 단속에 걸리면 벌금 맞고 여러 차례 반복되어 검거되면 강제추방 당하고 단속에 걸리지 않으면 그럭저럭 일을 계속 하고 있다. 단속에 걸려 벌금 맞았거나 추방당한 조선족들이 물론 대한민국 법을 지키지 않은 것이 잘못이 되겠지만 한편으로 노동이란 생계수단이 범죄행위가 된다는 것에 수긍가지 않아 고국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가 만무하다.
2012년 4월부터 국가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F-4비자로 변경된다는 법무부 정책에 의해 현재까지 수만 명이 체류자격을 부여받아 혜택을 보고 있다. 그러나 자격증에 해당되는 직종에만 취직해야한다는 전제조건이 조선족사회를 울리고 있다.
정보처리, 한식, 미용, 세탁, 위험물처리, 유기농, 제빵제과 등등의 기능사 자격증 취득 중에 극소수를 제외하고 절대다수가 기능사 자격증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직종에 근무하고 있다. 특히 2012년 금속재창호 기능사 시험에 7,901 명, 2013년에는 응시자가 1만4천 명이며 합격률이 50%를 넘어섰으니 2만2천 명 응시자 중 1만여 명이 F-4비자로 변경될 터인데 이 많은 사람들이 전부 해당직종에 근무한다는 것은 실로 아라비안나이트(天方夜談)와 같은 소설이다.
물론 법무부는 조선족에게 시험보라고 강요한 적은 없다. 조선족들 자발적인 행위였다. 한국정부는 “우리 잘못이 아니고 당신네 조선족들 책임이니 계속 단속을 벌여 처벌하겠다.”고 고집할 일이 아니다. 출발이 어떠했든지 결과적으로 이들에 대한 단순노무 취업제한을 철폐하지 않으면 이에 따른 부작용이 엄청 발생할 것이고 코리안드림 역사에 또 어두운 큰 그림자를 남기게 될 것이며 대한민국정부 동포정책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다.
15만 명의 조선족 F-4 소지자 중 소수만 해당직종에 근무하고 다수는 불법취업이며 이들은 매일 단속에 걸리면 어떡하나 가슴을 졸이며 불안한 한국생활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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