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꼬치의 습격’ 전문점거리 급증
마니아 ‘별식’에서 대중음식으로 ,한국인 손님이 90% 이상
양고기는 그동안 한국에서 마니아들만 찾는 ‘별식(別食)’ 정도로 여겨져왔으며 닭고기, 돼지고기에 비해 관심 밖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사이 양고기에 대한 소비자의 태도가 달라진 모습이다. 건대입구, 구로, 대림 등지에 양꼬치 전문점이 생겨나면서 우리의 입맛에 ‘양고기의 습격’이 시작됐다.
지난해 볼리비아에 사는 세계 최고령 할아버지(123세로 추정)가 국내 언론 보도를 통해 소개된 바 있다.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지팡이 없이 걷고 안경도 쓰지 않는 그가 장수비결로 꼽은 음식은 ‘양고기’.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양고기는 특유의 냄새에 대한 편견 때문에 닭이나 돼지고기에 익숙한 소비자들로부터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했다.
이렇듯 큰 호응을 얻지 못했던 양고기가 지난 몇 년간 양꼬치 전문점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재조명받고 있다. 한 번 먹어본 사람은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며 ‘왜 진작 먹어보지 않았을까’라고 말하기도 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1년 전체 양고기 수입량은 4992톤, 수입액은 2726만달러로 2010년과 비교하면 수입량은 19%, 수입액은 46% 증가했다. 양고기 수입액은 2009년 1350만달러에서 2년 만에 2배 넘게 늘었다. 2012년에는 2797만달러, 지난해 2746만달러로 2010년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이래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양고기 대부분은 호주와 뉴질랜드산으로 수입에 의존한다.
온라인 마켓도 관련 매출이 상승세라고 밝혔다. 11번가는 “과거에는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중심으로 육류 판매가 이루어졌지만, 최근에는 양고기의 판매 비중도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관계자는 “양고기 매출은 2012년 대비 지난해160%, 2013년에도 160% 증가세(3월 기준)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양꼬치 전문점이 서울을 중심으로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양고기에 대한 대중의 편견이 많이 사라진 모습이다. 서울 조선족타운의 시초라 불리는 구로구 가리봉동에서는 심심치 않게 양꼬치점을 볼 수 있다. 구로구청에 따르면 1995년부터 중국 동포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현재 화교가 운영하는 음식점이 80% 이상이라고 한다. 관계자는 “양꼬치와 함께 다른 중국 음식도 함께 운영하는 게 대부분”이라며 “현재 구로에는 30여 개, 가리봉동에만 약 9개의 음식점이 있다”고 말했다.
광진구 자양동 건대입구에는 10여 년 전부터 양꼬치점이 생기면서 관련 음식점이 즐비한 거리를 형성하게 되자, 2011년 초 동일로 18길을 ‘양꼬치거리’로 명명했다. 광진구청 관계자는 “현재 약 70여 개의 음식점이 있고 대부분 화교가 직접 운영한다”며 “손님 대부분이 한국인”이라고 말했다.
건대입구 ‘양꼬치거리’ 가보니
한자 간판이 보이고 중국어로 오가는 대화가 익숙한 광진구 동일로 18길. 평일 오후 7시 30분, 이곳의 모습은 새로운 세상을 마주한 느낌이다.
건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첫 번째 골목으로 들어가면 대학가 골목답게 다채로운 먹을거리와 젊은이들로 북적북적하다. 이곳을 지나 동일로 18길에 접어드니 붉은색의 한자와 한글이 섞여 있는 간판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이어 간간이 들려오는 중국어, 양고기를 굽는 냄새와 향신료 특유의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길이가 약 800m에 달하는 이 거리에는 재한 조선족들이 운영하는 양꼬치집 70여 개가 즐비하다. 양꼬치 전문이라는 간판의 글씨 외에도 우리가 잘 아는 탕수육, 짬뽕, 깐풍기는 물론 훠궈(중국식 샤브샤브) 등도 함께 판매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중국식품점, 환전소, 이발관 등 중국의 어느 거리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건대 지하철역 주변 번화가와는 또 다른 세상이다.
이곳에서 양꼬치집을 운영한 지 올해로 6년째라는 사장(화교)은 “평일 같은 경우는 90%가 한국인이고, 주말이나 휴일에는 조선족도 있다”며 “건국대학교 중국 교환학생도 있고, 이 근처에 거주하는 화교도 많아 유동인구가 꽤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워낙 많은 양꼬치점이 있어 어딜 선택해야 할지 모를 때는 줄을 서 있는 곳이 가장 ‘맛집’이라고 했다. 4팀 정도가 대기하고 있는 음식점에 다가가 밖에 걸어놓은 칠판에 이름을 적었다. 앞서 온 손님들은 모두 한국인. ‘이곳에 자주 오느냐’는 질문에 회사원 김 씨(35세)는 “가격이 저렴하고 맛있어 종종 들른다”며 “젊은이들도 많이 오고 오늘은 회사 동료들과 회식을 하러 왔다”고 말했다.
이곳은 음식점 밖에서 직접 양꼬치를 굽는다.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즉석에서 양꼬치를 굽는 데 걸리는 시간은 5분 남짓. 그 모습을 보며 15분 정도 기다리니 드디어 차례가 왔다. ‘양꼬치’ 1인분(꼬치 10개) 1만원, ‘탕수육’ 1만~1만5000원 선. ‘가지볶음’ 8000원~1만원 선, ‘깐풍기’ 1만~1만5000원. ‘옥수수국수’ 5000원, ‘칭다오’ 5000원 등이 한국인들이 주로 주문하는 메뉴라고 한다.
양꼬치는 직접 구워서 손님 자리에 내놓는 경우도 있고 자리에서 직접 구울 수 있도록 숯불을 준비해주기도 하는 등 음식점에 따라 다르다. 양꼬치를 주문하면 중국 향신료 ‘즈란’이 함께 나오는데, 찍어 먹을지 말지는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처음 먹는 사람에게는 강하고 특이한 향이 거부감이 들 수 있으나, 한국인 입맛에 맞게 고춧가루와 깨소금을 사용해 새로운 양념을 만들어내는 음식점도 많아져 시도해볼 만하다. 대부분 양꼬치점에서는 호주산 양고기를 사용한다.
특히 기름기가 많은 양고기의 느끼함을 덜어낼 수 있는 술 ‘칭다오’는 거의 모든 테이블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 맥주와 비슷하지만 좀 더 맑고 깔끔한 맛이 양고기와 잘 어울린다. 양꼬치거리에 자주 온다는 한 손님은 “칭다오와 소주를 ‘소맥(소주+맥주)’ 비율로 섞어 먹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양꼬치점 사장(화교)은 “중국의 소수 부족이 양고기를 즐겨 먹는데, 이 사람들이 한국으로 들어와 양꼬치 전문점을 차리면서 시장이 형성된 것”이라며 “10년 전부터 양꼬치점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하더니 2000년대 후반에는 많은 가게가 형성돼 자리를 잡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평일 매출 200만원, 주말에는 1.5배 정도 더 많다”며 “여름이 성수기인데, 그때는 매출이 더 늘어난다”고 말했다. 다른 양꼬치점 사장도 “평일을 기준으로 양꼬치만 100인분 정도 팔고 주말에는 2배가량 증가한다”고 밝혔다.
손님 연령대는 다양하다. 나이가 지긋한 노부부부터 젊은 20대 여성끼리 온 자리도 보였고,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양꼬치를 먹기 위해 모여있다. 음식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화교였지만, 손님들은 거의 한국인이었다.
노점상에서도 양꼬치를 판매한다. 저녁 11시, 길거리를 지나가다 하나씩 사서 옆자리 벤치에 앉아 먹는 모습이 보였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5명 정도가 양꼬치가 구워지길 기다리고 있다. 한꺼번에 20개를 주문해 가는 손님도 있다.
이날 양꼬치를 기다리고 있던 한 손님은 “여러 개 먹기 부담스럽거나 혼자 간단하게 먹고 싶을 때 이곳에 온다”며 “1개에 1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음식점보다 양도 더 많아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건대입구, 구로뿐만 아니라 강남, 종로, 영등포 등 서울의 중심 지역에서도 양꼬치점을 찾는 게 어렵지 않다. 한 유통 전문가에 따르면 2012년 통계청의 전국사업체조사를 보면 서울의 치킨전문점이 4660개라고 한다. 그는 “양꼬치점은 아직 그 정도 수준엔 못 미치고 대략적인 통계도 없다”며 “그러나 서울뿐 아니라 지방까지 확산돼 지속적으로 한국 소비자를 이끌어 대중화한다면, 양고기도 치킨 못지않게 관련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양고기, 다이어트에 ‘GOOD’
칼로리가 소고기나 돼지고기보다 낮고 콜레스테롤도 적으며, 칼슘과 인, 아연 등 무기질이 많이 포함돼 있다. 특히 양고기에 많이 포함돼 있는 ‘카르니틴’성분은 신체의 기초대사를 향상시켜 세포 내 지압연소를 촉진하는 기능을 한다. 또한 다른 고기에 비해 지방 융점이 낮아 인체 내에서 흡수가 잘 안 돼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양고기는 섬유질이 연해 불고기나 스튜, 스테이크 등으로 조리해서 먹기에 좋다. 특유의 냄새 때문에 양고기를 꺼리는 소비자도 있지만, 허브오일과 통후추가루, 소금 등으로 밑간을 하고 나서 하루 정도 재워두면 냄새를 없앨 수 있다.
이코노믹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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