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우리 아들과 며느리가 배에 탔는데, 분명 탔는데 명단에는 없다니…서럽고 또 서럽다."
세월호 침몰 사고 나흘째를 맞은 19일 오후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만난 조선족 정모씨(여). 그에게 며느리가 남긴 마지막 말은 '어머니, 날씨가 안 좋아 배에서 차를 빼달라고 했는데 안된다네요. 도착해서 전화할게요'였다.
정씨는 유난히 날씨가 좋지 않았던 지난 15일 제주도로 여행을 떠난 아들내외가 걱정됐다. 그는 "날도 궂은데 가지 마라"고 며느리에게 말했으나 며느리는 "안그래도 배에서 차를 빼려고 하는데, 안된다고 하네요. 어머니, 어쩔 수 없이 가요"라고 답했다.
아들 내외가 탑승한 세월호가 출발하고 하루가 지난 다음날 16일, 정씨는 뉴스를 통해 '세월호 침몰' 비보를 접했다. 아들내외가 타고 있던 배가 침몰했다는 소식에 정씨는 한걸음에 인천항으로 달려갔다.
정씨는 "'우리 아들내외가 타고 있다'라는 말에 인천항 관계자는 '외국인의 탑승 명단 확인은 시간이 좀 걸린다. 기다려라'는 말만을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종이 3장에 빽빽히 적인 세월호 탑승객 명단 중 조선족인 정씨 아들과 며느리의 이름은 없었다. "우리 아들이 분명히 탑승했다"라는 정씨의 외침에 관계자는 아들의 자동차는 차에 실어진 것이 맞지만 아들내외가 배에 탑승했는지 여부는 확인을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팽목항을 찾았다"며 "아들과 며느리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탑승객이다. 눈물날 정도로 심한 외국인 차별에 서러움만이 복받쳤다"고 울먹였다.
결국 정씨의 노력 끝에 아들과 며느리는 '세월호 실종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생사 조차 알 수 없는 아들내외 탓에 정씨의 눈물은 멈추지 않고 있다.
한편 이날 오후 7시 현재 4명의 시신이 추가 인양됐다. 이에 따라 세월호 침몰 사망자는 33명으로 늘었고 실종자는 269명으로 줄었다.
사진:kbs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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