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언론에 국정원 협조자로 알려졌던 재중국동포 61살 김원하 씨가 중국 공문서 위조에 가담한 것은 국정원이 한국 국적 취득을 대가로 문서 위조를 사주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 3월 유우성 씨가 간첩이 분명하다고 유서까지 남겼던 김 씨는사실은 유 씨를 잘 모르고 국정원 말만 듣고 한 행동이라고 털어놨다.
현재 구속 중인 김원하 씨는 자신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고 싶다며 증거 위조에 가담하게 된 경위와 최근 심정을 담은 자필 편지를 뉴스타파에 보내왔다.
지난 3월 초 억울함을 호소하며 국가조작원이란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던 김 씨와 그의 가족들이 언론 취재에 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에 넘겨진 국정원 비밀요원 김보현 과장 등 국정원 직원들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자칫하면 죄를 뒤집어쓸 처지에 놓인 김원하 씨와 그의 가족이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국정원 증거조작에 가담하게 된 경위를 자세히 전했다.
뉴스타파의 질문에 답변 형식으로 쓴 편지에서 김 씨는 대한민국을 돕는다고 한 일이 엄청난 피해를 준 데 깊이 사죄한다며 자신과 관련된 의혹을 해소하고 싶다고 적었다. 우선 김 씨는 국정원 증거 위조 사건에 가담하게 된 경위를 자세히 밝혔다.
10여 년 전 안면만 있던 국정원 김 과장이 지난해 9월부터 자신에게 접근해 집요하게 유우성 씨 관련 문서와 관인 입수를 부탁했고, 몇차례 거부 끝에 가담하게 된 것은 “한국 국적 취득 문제 해결을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김 씨의 아들 김 모 씨는 “중국에 가족들이 많아 아버지가 한국 국적을 취득하면 나머지 가족들도 자동으로 한국에서 직업을 얻고 살길 원했다”고 말했다.
지난 60년대 탈북한 뒤 중국에 정착해 국적을 갖게 됐다는 김 씨는 몇 차례 한국을 오가다 지난 2012년 5월 부터 방문취업 비자로 인천의 한 공장에서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힘든 작업을 하며 가족들의 국적 취득 문제를 고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첫 재판에서 김 씨가 국적 취득 희망서를 제출한 것도 이런 이유로 보인다.
이같은 사정을 잘 아는 국정원 김 과장은 지난해 12월 김 씨에게 아예 공장 일을 관두고 본격적으로 중국 문서 위조에 나설 것을 요구했고 결국 김 씨를 이에 따랐다. 김 씨는 “국적 취득 문제도 해결되고 위조 문서를 요구하는 측이 대한민국 검사와 국정원이라 국익을 위한 일로 믿었다”고 밝혔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국정원 김 과장이 앞서 법원에 제출된 검찰 측의 위조 문서들을 보여주며 “한국에서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해 국정원 말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김 씨는 지난 3월 6일 서울 영등포 호텔에서 쓴 유서에 ‘유우성은 간첩이 분명하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선 “사실 유우성을 잘 모르고 국정원의 설명만 듣고 쓴 것”이라며 지금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고 고백했다.
김 씨는 당시 유서가 “어리석고 유치한 행동”이었다고 답했다.
중국 당국이 증거 조작 사실을 통보한 뒤에도 김 씨는 김 과장의 요청으로 새로운 문서를 위조했고 검찰 조사를 앞두고 지난 2월 23일 한국에 입국했다.
지난 3월 검찰은 김 씨가 입국하자마자 국정원 김 과장 등이 국정원 사전 조사라는 명목으로 본부와 가까운 분당에 호텔을 잡아 놓고, 닷새 동안 동행하며 조사에 대비한 정황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가 검찰 조사를 위해 머물던 서울 영등포 호텔로 옮기기 전이다.
검찰에서 김 씨는 국정원 김 과장이 노골적으로 거짓 진술을 요구하며 “이 사건이 미궁에 빠질 것이다”고 말했고, 처음에는 국정원이 요구한 대로 위조 사실을 부인했다고 검찰 조사 과정에서 진술했다.
그러나 김 씨는 뒤늦게 국정원과 김 과장에 이용당한 것을 깨달았고, 지금은 잘못을 뼈아프게 느끼며 대한민국에 큰 빚을 지게 됐다고 후회했다.
최근 김 씨가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 등에도 이같은 뜻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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