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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한조선족 밀집한 식당가의 어떤 풍경
조글로미디어(ZOGLO) 2014년7월10일 07시59분    조회:3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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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동포 거주지에 밀집한 식당, 그곳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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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성찬
세미나에 참석하려고 졸업한 지 수년이 지난 모교를 방문하면서 생경한 풍경에 놀랐다. 전철역부터 학교 정문까지 가장 좋은 상권에 양꼬치 전문점이 들어서 있었다. 그 자리는 때마다 가장 유행하는 음식점이 있던 곳이다. 양고기가 익숙치 않던 시절, 학교 축제 등에서 호기심에 양고기 케밥을 한입 베어 물었던 많은 학생들이 얼굴을 찡그리던 걸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다.

양꼬치 전문점의 원조라 할 만한 곳은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마포구 연남동, 광진구 건대입구 등이다. 대부분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온 중국 동포나 화교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특히 건대 양꼬치 골목은 양꼬치 전문점 70여개가 밀집할 정도로 성황이다. 지금은 종로, 강남, 사당 등 서울의 대표 번화가에도 양꼬치 전문점을 쉽게 볼 수 있다.

나는 사당역 인근 양꼬치 전문점을 좋아한다. 좁은 골목길에 들어선 '홍태양 양꼬치'다. 건대 양꼬치 골목처럼 유명지역은 아니지만 양꼬치 맛은 그곳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이곳의 미덕은 초벌구이다. 다른 양꼬치 전문점 중에도 초벌구이를 해주는 곳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껏 가봤던 곳 중에서는 '홍태양'이 유일했다.

초벌구이가 중요한 이유는 생양고기를 알맞게 굽는 데까지 시간이 좀 걸려서다. 성급한 한국 사람에게는 특히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 초벌구이라지만 조금만 더 구우면 바로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초심자가 양꼬치를 잘못 구워 못 먹게 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홍태양'은 양념도 일품이다. 양꼬치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즈란'이라는 양념인데, 양고기 특유의 냄새를 없애줄 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풍미가 있다. 사실 한국인이 양고기를 선호하지 않았던 건 '즈란'의 향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양꼬치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인 입맛에 맞는 '즈란'이 속속 개발됐고 이제는 '즈란' 없이는 양꼬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념 만드는 법은 가게마다 다 다른데 영업비밀인지 그 비법은 잘 알려주지 않는다. '홍태양'도 분명 나름의 방법이 있을텐데도 여느 양념과 다를 바 없다고만 한다. 양꼬치 전문점이라고 해서 양꼬치만 있는 건 아니다. 중국식 면요리인 '온면'이나 중국식 탕수육이라고 할 만한 '꿔바로우'도 있다. 양꼬치를 양껏 먹은 뒤 가볍게 입맛을 전환하기에 좋다. 물론 칭다오 맥주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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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성찬

여느 양꼬치 전문점과 같이 '홍태양'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중국 동포다. 하지만 손님은 한국 사람이 더 많다. 요즘 양꼬치 전문점이 인기라 한국 손님이 많을 것이란 건 알았지만 중국 동포나 중국인들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의외였다.

양꼬치 전문점에 가면 으레 다른 테이블에서 중국어가 들릴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홀과 주방 사이의 대화만 그렇고 손님이 중국말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중국 동포와 화교들이 많이 거주하는 가리봉동이나 건대 입구 쪽에 양꼬치 전문점이 들어섰는데 정작 그들은 사먹지 않는 양꼬치 전문점은 왠지 부자연스럽다.

조선족 디아스포라의 일용한 양식처였던 양꼬치 전문점에서 중국 동포들의 자취가 사라져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혹자는 양꼬치 전문점을 운영하는 사람이 대부분 중국 동포인 점을 고려하면 양꼬치 전문점이 성행하는 게 그들의 달라진 경제적 지위를 나타내준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또 양꼬치 전문점에서 중국 동포 손님들이 사라진 것이 문제가 아니라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인기없던 메뉴에서 각광 받는 외식 메뉴로 변신한 양꼬치. 이같은 변화가 중국 동포들의 한국 생활에 투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몇몇 중국 동포들의 성공담을 전체 중국 동포들의 삶이 나아진 것으로 보는 착시에 가까울 것이다.

주류에 편입하지 못하는 주변인은 다른 분야보다 서비스업에 종사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일본 등으로 이민간 한국인들 가운데 성공한 정치가나 경제인보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교포가 더 많은 것이 익숙한 것도 같은 이유다. 식당 자영업 비율이 높은 한국에서 양꼬치 전문점을 연 것은 중국 동포들이 한국 사회에 진입하려는 몇 안되는 선택지였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 있는 중국 동포는 같은 처지의 동포들과 아픔을 나누고 지친 삶을 달래던 자리를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삼았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위해 아예 자리를 내준 것일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양꼬치 전문점에서 중국어와 한국어가 뒤섞여 난무할 날을 기대해 본다.

머니투데이 김성찬 (푸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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