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 안산에 사는 하칸(가명·33)씨는 신용카드 발급을 알아보다 포기했다. 반월공단에서 일하는 그가 국내 신용카드사의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키기에는 무리였기 때문이다. 그는 카드사의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소수의 화이트칼라 외국인만 특혜를 받는 것 같아 아쉽다"고 토로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내 거주 외국인의 신용카드 발급이 내국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색한 실정이다. 더구나 지자체의 지원 업무도 축소되고 있어 외국인의 신용카드 발급이 한층 어려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5월 현재 국내 상주하는 15세 이상 외국인은 112만6천명이다. 이중 76만명이 취업자로 경제활동참가율은 70.4%로 집계됐다.
그러나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외국인은 20만명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매월 평균 8만장 이상의 카드(개인카드 기준)가 발급되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적은 수치다.
이는 신용카드 업체들이 외국인의 불안정한 신용, 연체 가능성 등을 이유로 신용카드 발급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내국인에 비해 엄격한 신용카드 발급 기준의 영향이 크다. 한 카드사의 경우 외국인 카드 발급 기준을 △대기업의 등록법인 정규직 △제1·2금융권 정규직 △공무원 △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회계사 등의 전문직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충족하는 경제력을 지닌 외국인은 소수에 그친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외국인 월평균 급여 현황을 보면 100만~200만원 미만인 임금근로자가 48만3천명(65.7%)로 가장 많다. 200만~300만원 미만이 15만900명(21.7%), 300만원 이상이 5만1천명(6.9%) 순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외국인의 신용카드 발급을 돕던 지자체들도 관련 업무에서 손을 떼고 있다. 서울글로벌지원센터 관계자는 "과거 관련서비스를 지원했지만 현재는 중단한 상태"라며 "신용카드 발급에 대한 문의는 은행이나 카드사에 직접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국인 지원 공공기관인 안산외국인주민센터도 신용카드 발급에 대한 안내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한 외국인은 "서울글로벌지원센터에서 신용카드발급 업무를 지원한다는 홈페이지 안내를 보고 문의했는데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에 근무하는 한 외국인은 "외국인이어서 신용평가가 어렵다는 이유를 내세우는 것은 지나친 차별"이라며 "한국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외국인이 늘고 있는 만큼 이들을 대상으로 한 신용카드를 출시하면 카드사도 수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신용카드 발급 완화에 신중한 입장이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금융 고충에 대해 상담하다 보면 신용카드를 발급받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무턱대고 발급받았다가는 빚더미에 앉게 될 수 있어 되도록 자제하라고 당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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