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수원 토막 살인 사건의 용의자 박춘봉이 중국동포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도민들과 중국동포 간에 ‘상호 불안 심리’가 커지고 있다. 도민들은 중국동포들을 ‘위험인물’로 인식하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중국동포들은 전반적으로 백안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성실히 살아가는 중국동포들이 피해를 입을까 매우 두렵습니다.”
17일 오전 만난 중국동포 김모(38)씨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박춘봉 사건에 대해 질문하자 수차례 대답을 기피하며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이 없냐’는 질문에 김씨는 “같은 조선족 출신들이 모두 걱정이 많다”고 어렵게 입을 연 뒤 “직장에서도 불편한 분위기가 있는 것 같고 친하게 지냈던 한국 친구들이 고정관념을 갖고 우리를 대할까봐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길림성 연변 출신으로 10년 전 한국에 들어온 김씨는 서울의 중국집에서 7년간 일하다 3년 전에 친구의 권유로 춘천에 정착해 중국집에서 요리사로 일하고 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당시 중국동포 출신의 꼬리표 때문에 무시와 멸시를 겪기도 했지만 그는 성실함을 무기로 한국 사회에 녹아들었다.
그러나 연이어 중국동포가 저지른 참혹한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김씨는 같은 동포출신이라는 죄의식에 입지가 움츠러들고 있다.
그는 “중국동포가 저지른 살인사건은 명백한 잘못이지만 같은 동포라는 이유만으로 의심의 눈초리를 갖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춘천에서 식당종업원으로 일하는 중국동포 유모(42·여)씨도 “말을 하면 조선족이라는 것이 티가 나 당분간은 말을 많이 하는 것이 꺼려진다”며 “우리를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강원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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