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지난달 29일 오후 9시 '서울 속 옌볜(延邊)'이라 불리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골목에는 경찰관과 옷차림이 흡사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순찰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한국어와 중국어로 '기본질서를 지킵시다'라고 적힌 어깨띠를 둘러매고 경광봉을 흔들면서 중국어 간판으로 가득한 골목 안쪽까지 구석구석 유심히 살폈다.
같은 차림의 또 다른 50여명은 지하철 2호선 대림역 앞과 중앙시장 인근에서 서울 경찰의 캐치프레이즈인 '선선선, 선을 지키면 행복해져요'가 한국어와 중국어로 담긴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었다.
이들은 때로는 한국어로, 때로는 중국어로 "이것 한 번 읽어보세요"라고 말하며 캠페인 활동을 벌였다.
이들은 이날 출범식을 한 '한마음 순찰대'라는 이름의 자율방범대 소속 대원들이었다.
3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한마음 순찰대는 한국인 90명, 중국동포 70명으로 구성된 전국 최초의 한국인과 외국인 통합 자율방범대다.
자율방범대는 경찰의 한정된 인력과 장비를 보완하기 위해 지역 주민들이 방범 봉사활동을 펼치며 경찰의 치안활동에 협력하는 단체다.
대림동의 자율방범대는 다른 지역과는 다른 점이 있다.
대림2동만 해도 전체 주민의 80%가 중국동포일 정도로 중국동포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한국인과 중국동포 자율방범대가 따로 활동하고 있었다.
이러다 보니 언어적·문화적 차이와 국내법규 인식 부족 때문에 각종 사건·사고 등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애로가 있었다.
이런 부족함을 해결하려고 경찰 주도로 두 방범대를 한마음 순찰대로 통합하게 된 것이다.
이는 치안 시너지 효과는 물론 한국인과 중국동포 사이의 공동체 의식 형성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경찰은 기대하고 있다.
김갑식 영등포경찰서장은 "그동안 대림동을 특별 치안 강화구역으로 관리해 범죄가 많이 줄기는 했지만, 언어·문화 차이 등으로 여전히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다"며 "한마음 순찰대가 이런 틈을 좁혀 대림동이 한국인과 외국인이 화합하는 지역공동체의 모범이 됐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중국동포 자율방범대원 윤경호씨는 "아들이 갑자기 아파 응급실에 가게 됐을 때 자율방범대원의 도움을 받은 계기로 봉사에 참여하면서 낯선 땅이었던 대한민국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진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봉사활동이 중국동포들과 한국인의 화합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도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대림동 중앙시장 상인인 중국동포 황모(27)씨는 "한국에서는 중국동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통합 순찰대가 우리를 위해 활동하고 관심을 가져주는 점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인 상인 김모(57)씨는 "(순찰대 통합은) 중국동포와 사고 없이 더불어 잘 사는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며 "방범대 활동이 힘들겠지만 '안전하게 다녀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도록 더 늦은 시간에도 방범 활동을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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