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6년 8월 남태평양에서 조업 중이던 참치잡이 원양어선 페스카마호에서 선상반란이 일어나 한국인 선원 7명을 포함한 11명의 선원이 참혹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 충격을 안겼다.
일이 서툴렀던 외국인 선원들에 대한 지속적 폭언과 폭행이 가해졌고, 이에 격분한 조선족 선원 6명이 조직적으로 한국인 선원 살해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20년 가까이 지났지만 처우는 여전
근로기준법 대신 선원법 적용받지만
선원 근로감독관 겨우 50여 명 불과
외국인 선원들에 대한 인권 침해는 '제2의 페스카마' 비극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지난 4월 6일 아프리카 인근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부산 선적 원양어선 A 호(491t)에서 인도네시아 선원 Y(33) 씨가 기관장 이 모(51) 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한 사건도 잦은 폭언이 한 원인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 선원들은 육지와 떨어진 좁은 어선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수일~몇 달씩 일을 한다. 인권 침해가 일어나도 감시할 눈이 없다. 특히, 원양어선의 경우 장기간 외국 해역에 나가 조업하는 탓에 정확한 인권 실태 조사도 어려운 실정이다.
근로기준법이 아닌 선원법의 적용을 받는 선원들은 노동부와 해수부 사이에서 근로감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전국적으로 겨우 50여 명에 불과한 해양수산청 소속 선원 근로감독관들이 국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선원 관련 노동사건을 도맡고 있다.
어선 내에서 엄격한 상하관계가 유지되는 것도 끊이지 않는 폭언·폭행 문제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어업의 특성상 강도 높은 노동과 열악한 근로환경 탓에 선원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고, 이는 종종 '을 중의 을'인 외국인 선원에 대한 폭력과 폭언으로 분출된다.
본보 취재진이 만난 20여 명의 외국인 선원 중 절반 이상이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 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정보의 부재도 인권 침해 피해를 키우는 요인인 셈이다.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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