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변두리가 늙어간다
커버스토리 - "한국 복지혜택 중국보다 좋아"
과거 일용직 일하던 동포들, 나이들어 국적 취득해 정착
지역 전통시장은 되살아나
노인들이 28일 서울 대림2동의 다사랑 어린이공원 벤치에 앉아 쉬고 있다. 박상용 기자
28일 오후 서울 대림2동의 다사랑 어린이공원에는 어린이들 대신 수십명의 노인이 공원 곳곳의 벤치에 앉아 있었다. 노인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한 가지 특이한 점이 눈에 띄었다. 화투 대신 포커 카드게임을 즐기는 노인들이 종종 보였다.
28일 서울 대림2동 중앙시장이 장을 보러 나온 노인들로 붐비고 있다.
36년 동안 대림2동에서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주민은 “대부분 중국 동포로 중국에서는 포커 게임이 화투보다 보편적이어서 그렇다”며 “11년 전쯤부터 중국 동포들의 유입이 본격화되면서 어르신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2005년 이후 10년간 대림2동의 노인인구 비율은 142.6% 늘었다. 서울에서 가장 빠른 증가율이다. 그 사이 외국인 주민의 비율도 빠르게 증가했다. 지난해 41.8%였던 대림 2동의 외국인 주민 비율(중국 출신 한국 국적자 포함)이 올해 들어 급증해 52.6%로 내국인보다 많아졌다.
서울 지하철 2호선과 7호선 환승역인 대림역이 가까워 교통이 편리한 데다 주택 임차료가 저렴해 일용직 등으로 서울 각지에서 일하는 중국 동포들이 모여든 결과다.
중국 동포 노인인구가 늘어난 결정적 요인은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한국의 복지제도다. 이 지역에서 30년 동안 중개업소를 운영한 음선경 씨는 “노령연금과 기초생활수급자 지원, 의료보험 등 중국보다 복지 혜택이 좋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 한국 국적을 취득해 정착한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돈을 벌기 위해 40, 50대에 한국에 온 동포들 중 이 지역에서 노년을 맞은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이 해당 지역에서 젊은 층의 이탈을 부추겨 노인인구 증가를 가속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동포의 증가로 치안과 자녀교육 등 거주환경이 나빠지면서 젊은 층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노인인구 비율이 116% 증가한 대림1동과 107% 늘어난 가리봉동도 비슷하다.
하지만 지역 전통시장은 중국 동포와 노인인구 증가를 반기고 있다. 대림2동 중앙시장의 한 상인은 “과거에는 손님이 없어 파리만 날렸는데 중국 동포들이 들어오면서 식료품과 먹거리 장사가 잘되는 등 시장이 살아났다”고 했다. 이날 오후 중앙시장은 장을 보러 나온 주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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