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반다문화 정서가 확산하면서 사회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문화에 대한 반감이 극단적인 혐오로 흐르지 않기 위해서는 다문화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편견을 부채질하는 정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 "다문화 수용성 10년째 제자리…선진국보다 낙후"
아직 이주민에 대한 반감이 집단행동이나 정치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다문화 수용성은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각국 사회과학 연구자가 1981년부터 공동으로 진행해온 '세계 가치관 조사'(World Values Survey)의 최근 연구(2010∼2014년)에서 한국 성인은 다른 인종을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을 느끼는 비율이 34%로 전체 59개국 가운데 51위에 그쳤다.
외국인 근로자와 이민자를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서도 44%가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 조사 대상국 가운데 6번째로 높았다.
이 같은 수치는 10년 전과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악화했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낸다.
2012년 여성가족부의 인식 조사에서도 성인 응답자의 36%만이 "다양한 인종·종교·문화가 공존하는 것이 좋다"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해 유럽 18개국의 찬성 비율 74%보다 크게 낮았다.
◇ "인식 개선 교육은 필수…동등한 주체로 바라봐야"
전문가들은 반다문화 정서가 사회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인식 개선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주민지원단체 희망의친구들 김미선 상임이사는 "교육 현장에서 어렸을 때부터 다문화 감수성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며 "이주민도 똑같은 이웃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교육을 통해 자연스레 형성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성가족부가 2012년부터 다문화 이해교육 강사를 양성해 파견하고, 교육부 역시 전국에 다문화 중점학교를 지정해 운영하는 등 정부 역시 다문화 인식 개선 교육에 힘쓰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관점의 전환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김현미 연세대 교수는 "이주민을 지역사회의 책무를 함께하는, 동등한 존재로 인지하는 게 필요하다"며 이주민을 시혜 대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김이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다문화연구센터장 역시 "이주민이 한국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 중 하나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 사회를 같이 살아가는 동료라는 인식을 강화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 "관련 정책 재조정 필요…정확한 정보 제공해 부정적 인식 줄여야"
과거 다문화 정책이 성급하게 추진된 면이 있는 만큼 이제부터라도 정책에 신중함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영명 한림대 교수는 "이주민을 차별하지 않는 것과 별개로 우리 사회에 이주민이 얼마나 필요한지 면밀하게 검토해 신중하게 받아들이는 정책을 펴야 한다"며 "결혼이주여성의 자격을 제한하는 등 이민 정책을 엄격하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다문화 정책을 통합·조정해 예산 낭비를 줄이고,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대응 방안으로 제시됐다.
전문가들은 더 나아가 극단적인 혐오 확산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와 함께 정확한 정보 제공을 주문했다.
김이선 센터장은 "다문화 정책의 빛을 넓히고 그림자는 줄여나가는 게 현실적인 대책"이라며 "인종차별금지법의 제정 등 사회적인 혐오나 차별을 막는 법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센터장은 이어 "사실상 정책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부정적인 정보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며 올바른 정보 제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미형 국제이주기구 소장 역시 "사실이 아닌 정보가 너무 많다"며 "이주민의 현실이 어떻고, 그들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정확히 전달함으로써 이주민 역시 우리와 연결된 개인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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