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중인 딸을 뒷바라지하던 조선족 여성을 살해한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지난달 30일 중국 국적의 A(47ㆍ여)씨를 목 졸라 살해하고 도주한 윤모(47)씨를 붙잡아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윤씨는 자신이 장기투숙하던 의정부시의 한 숙박업소 객실에서 A씨를 살해한 뒤, 객실에 사람이 있는 것처럼
TV를 틀어놓고 달아났다. 계획대로 A씨의 시신은 사망 후 약 3일이 지나서야 발견됐지만 윤씨는 곧바로 용의선상에 올랐다. A씨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상대가 윤씨였던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윤씨는 현장을 깨끗이 청소하고 A씨의 신분 확인을 어렵게 하기 위해 휴대전화와 신분증을 챙기는 치밀함을 보였다. 자신의 휴대전화 유심칩을 제거해 위치 추적을 피했고 신용카드 등 전자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 의정부를 출발한 A씨는 경기도 구리, 충남 아산을 지나 고향인 전북 정읍까지 내려갔다.
경찰은
CCTV를 추적해 윤씨가 정읍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현장 수색에 나섰다. 버스 정류장 등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를 중심으로 수소문한 끝에 윤씨를 봤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정읍의 한 공사장에서 4일 간의 잠복한 끝에 지난 4일 윤씨를 검거했다.
조선족 A씨는 서울에서 유학하는 딸의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 2014년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느라 공부시간을 빼앗기는 딸이 안쓰러워 한국으로 건너온 것이다. A씨는 2년간 다방과 식당 등에서 일하며 딸의 공부를 뒷바라지 해왔다.
A씨의 딸 B(21)씨는 “학교 기숙사 생활 때문에 엄마와 떨어져 살았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B씨는 용의자가 검거되기 전인 지난 1일 A씨의 유골을 안치하기 위해 중국 지린성으로 떠났다.
윤씨는 경찰조사에서 범행을 시인하고 “평소 알고 지내던 A씨와 객실에서 말다툼을 하다 홧김에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B씨가 중국인이지만 정식 절차를 받고 입국했기 때문에 한국에서 법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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