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니 당장 돈을 인출해 냉장고에 보관하세요."
지난 17일 오전 9시 43분 홍천에 거주하는 신모(61) 씨는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자신을 금융감독원이라고 밝힌 한 남성이 "은행과 거래하는 돈이 위험하니 빨리 인출해서 집에 보관하라"며 "곧 경찰이 찾아갈 테니 냉장고 안쪽 보이지 않는 곳에 두세요"라고 한 것이다.
신 씨는 얼마 뒤 자신을 경찰이라고 밝힌 남성에게서 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이 남성은 "금감원에서 전화가 오지 않았느냐. 돈이 위험해서 보호해주러 갈 예정이니 빨리 돈을 집에다 가져다 놓아라"고 했다. 또렷한 표준말에다 자신의 인적사항은 물론 심지어 가족사항까지 꿰뚫고 있었다.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말에 속은 신 씨는 적금 2천500만 원을 해약해 냉장고로 옮겼다.
곧이어 "집에 거의 다 왔으니 근처에서 만나자"는 말에 선뜻 집을 나섰다.
그사이 이 과정을 인근에서 지켜보던 보이스피싱 조직원인 중국인 왕모(35) 씨가 냉장고에 있던 돈을 훔쳐 달아났다.
왕 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지난 19일 강릉에서 범행을 저지르려 했으나 보이스피싱 사기 의심 신고를 받은 강릉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또 최근 비슷한 수법으로 원주에서 900만 원을 가로채고, 지난 23일 강릉에서 범행을 저지르려 한 조선족 최모(29) 씨도 붙잡았다.
강릉경찰서는 왕 씨와 최 씨에 대해 사기와 절도, 주거침입 등의 혐의로 구속하는 한편 중국 총책 등 공범을 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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