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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원양어선 지침서]
원양산업協 발간 "어려운 일은피하는 中선원, 냄새나는 인도네시아인"
편견과 비하 내용으로 가득… 협회 "고칠 것"
'조선족도 중국인과 마찬가지로 씻는 것을 싫어하고 술·도박을 좋아하는 편이다' '베트남인들은 잘못을 시인하고 시정하는 대신 핑계와 변명으로 일관한다'….
국내 원양 선사들의 협의체인 한국원양산업협회가 지난 2012년 발간한 '외국인 선원 혼승에 따른 관리 지침서〈사진〉'에 특정 국가에 대한 편견과 비하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내용이 대거 포함돼 있는 것으로 5일 밝혀졌다.
지침서는 외국인 인권 문제의 중요성, 잘 대우하는 법, 기본적 회화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외국인에 대해 부정적 선입견을 불러일으킬 만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 지침서는 인도네시아 선원에 대해 '최초 같은 침실을 쓸 때 특이한 냄새가 나는 경우가 많아 한국 선원에게 인간적으로 괄시받는 경우가 있다' '자기 능력을 인정받으려고 남의 잘못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중국 조선족에 대해선 '옌볜(延邊)이 중국 변방으로 시골 출신이 많아 위생 관념이 결여돼 있다'고 했고, 베트남 선원에 관해서는 '단순한 일도 시간을 지체하면서 출퇴근·점심시간은 정확히 지킬 것을 요구한다'고 썼다.
특정 지역과 기질을 단정적으로 결부시키는 듯한 표현도 나온다. '베트남 선원은 농경 생활 영향을 많이 받아 시간 개념이 없다' '중국 선원은 체력과 지구력이 강한 편이라 속도보다 힘쓰는 일에 적합하고 꾀를 부려 어려운 일을 회피한다'는 게 대표적이다. '필리핀 선원들은 모르면서도 이해하는 척하는 경향이 있어 지시 사항을 복창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거나 '베트남인은 당근 요법이 더 효율적이다' 같은 대목에 대해서는 외국인 선원들을 훈계·훈육의 대상으로만 보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 지침서는 원양산업협회가 일선 회원사에서 취합한 현장 매뉴얼을 토대로 작성한 것으로 전 세계에 나가 있는 우리 원양어선은 물론 재외 공관 등에도 배포된 공적(公的) 성격의 매뉴얼이다. 원양어선에 탑승하는 외국인 선원에 대한 이해를 넓히자는 취지에서 매뉴얼을 만들었는데, 거꾸로 편견이나 선입견을 부추기는 내용이 담긴 것이다.
지난달 20일 인도양에서 일어난 광현호 선상 살인 사건도 베트남 선원이 회식 자리에서 '건배'를 뜻하는 "요(yo) 요"라는 말을 한 것을 선장이 욕설로 오해한 것이 사단을 낳았다. 협회는 광현호 사건을 계기로 지침서 내용을 전면 수정하기로 했다. 협회 관계자는 "현장 경험담을 토대로 작성하다 보니 정제되지 않은 거친 표현이 들어갔다"며 "논란이 되는 부분은 모두 고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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