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연일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린 27일 새벽, 서울시 구로구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교차로에는 일감을 찾아 모여든 일용직 건설근로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꼭두새벽부터 일감을 찾아 모여든 근로자들은 어림잡아 5백~6백명. 어렵게 일감을 찾은 사람들은 대기하던 승합차나 승용차를 타고 건설현장인 인천 영종도, 경기 부천, 서울 수색 등으로 곧바로 떠났다.
하지만 일자리를 얻지 못한 구직자가 오히려 더 많다. 절반이 넘는 근로자들이 마땅한 일감을 찾지 못해 아쉬운 발걸음을 돌린다. 날이 밝아도 차량 방지턱에 앉아 혹시나 하는 기대로 계속 기다리거나 사람들이 몰리는 곳마다 작은 정보라도 얻기 위해 기웃거리는 구직자도 볼 수 있다.
교차로 양 옆길에는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을 싣고 온 차량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족히 100m는 되어 보였다. 일부는 차에서 내리지도 않은 채 일감을 구해올 팀장을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다. 건설 일용직이 여러 작업 분야로 나눠져 있어 팀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감을 기다리는 대부분 노동자들의 손에는 담배나 일회용 커피잔이 들려 있다. 새벽의 쓴 입을 쓴 맛으로 달래고 있었다.
교차로 한편에서는 줄자와 망치, 면장갑, 등산용 신발 등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판매하는 상인들도 보였다.
인근 지구대 소속 경찰들은 새벽부터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벌어지는 무단횡단, 쓰레기 투기, 사소한 말다툼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현장에서 만난 김모 순경(32)은 "예전에는 많은 사람과 차량이 몰리면서 교통체증과 교통사고도 잦았으나 요즘엔 이른 시간부터 순찰차를 투입해 안내를 하고 있어 질서가 많이 잡혔다"고 말했다.
구직자들이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김 순경은 "대부분 조선족들이며 우리 국적의 일반 구직자도 좀 섞여 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만나 본 구직자들의 억양이나 옷차림 등으로는 조선족이라는 것을 알기 어려웠다. 입국한 지 오래된 사람들인 듯했다. 하지만 대화내용을 자세히 들어보면 간간이 섞여 나오는 중국어도 들을 수 있었다.
목수인 박모씨(42)는 "최근 수도권 일부 지역에 아파트 건설현장이 생기긴 했지만, 일감을 찾는 사람들에 비해 일자리는 늘 부족해 일용직 일자리도 구하기 너무 어렵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비계공 차모씨(55)는 "매일 일감이 턱없이 부족해 허탕치는 경우가 더 많다. 건설경기가 살아나서 일자리가 확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바랬다.
연일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새벽임에도 후텁지근한 열기가 인력시장 주변을 누르고 있었지만 이들 구직자들에게 더위는 전혀 문제가 아니었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 위한 방편을 찾는 그들의 애타는 마음이 오히려 더운 열기를 누르고 있었고, 오히려 더위 속에 쉰내 나도록 흘릴 땀을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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