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오전 10시 서울시 구로구 구로동의 중국 동포를 위한 보험회사(경진에셋) 사무실. 약속한 시각이 다 되었지만, 사람들은 모이지 않았다. 8명이 모이기까지 40분이 더 걸렸다. 이 회사 신도림지부 지점장이자 (사)재한동포총연합회 사업본부장인 이선(36)씨는 “중국 동포는 한국인들보다 상대적으로 느긋한 성격이 많다. 시간 약속을 정확히 지키는 편이 아닌데, 이것도 서로 다른 문화”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서울시가 구로구 가리봉동 일대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중국 동포 강사 양성과정’을 듣기 위해서다. 중국 동포를 대상으로 중국어를 가르치는 강사로 육성하기 위한 맞춤형 수업으로, 오는 12월3일까지 매주 토요일에 두 시간씩 6번 진행된다. 중국어가 가능한 이들이니 화법기술, 프레젠테이션 방법, 언어 강의할 때의 자세 등 교사로서의 ‘기술’을 중심으로 공부한다.
이씨는 서울시에 이 사업을 제안하고 400여만원을 지원받았다. 이씨는 “한국 주민과 중국 동포가 같이 사는 동네다. 동포들도 한국인들을 위해 중국어 자원봉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결국 이런 동포들이 중간리더로서 성장해 지역 사회에 기여하길 원해 공모사업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가리봉 지역은 지난 30여년간 산업 쇠퇴(1990년대 이후), 도시환경정비구역 지정(2006년), 재정비촉진지구 결정(2010년), 뉴타운 구역 해제(2014년) 등의 부침을 겪었다. 2014년 9월에야 서울시가 도시재생사업지역으로 선정했다. 지난해 3/4분기 기준 서울시 통계를 보면, 전체 인구 1만9287명 중 한국인 1만1468명, 외국인 7819명이 거주하고 있다. 외국인의 98.7%가 중국 동포 또는 중국인이고, 뉴타운 해제 뒤 중국 동포 유입은 더 늘고 있다.
중국 동포가 이주해오기 시작한 것은 벌써 20여년 전이다. 하지만 아직도 서로 ‘물과 기름’같이 느낀다. 종량제나 분리배출이 낯선 동포는 한국 주민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았다. 낮술과 반주가 일상인 동포의 문화도 이해받기 어려웠다. 범죄 이미지도 있다. 중국 동포 김춘광(38)씨는 “한국인들이 중국 동포를 따라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기도 한다. 동네 사람들이 다 같이 노력해야지 동포 탓만 해선 안 된다. 존중받고 싶다”고 했다.
2년 전 한국에 온 김나(27)씨는 “내 또래 친구들은 한국에 적응하기가 어렵지 않다. 더는 막노동하러 오는 동포는 없다”며 중국 동포에 대한 또 하나의 고정관념을 거부했다. 김씨는 한국에 정착한 동포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중국어를 강의하고 있다. 이날 특강에 나선 문민 대림국제학원 원장은 “20여년 중국 동포로 한국에 살면서 한국 사회의 경직된 문화, 획일화된 사고방식 때문에 압박감을 느낀 적이 많다”고 했다.
이런 배경에서 가리봉 도시재생사업의 주요 과제가 중국 동포와 한국인 주민 사이의 이해와 소통이라는 지적이다. 가리봉 재생사업을 총괄 계획한 배웅규(중앙대) 교수는 “이곳은 중국 동포가 한국에 들어와 처음 오는 곳이란 특징이 있다. 동네에 관심을 두기보다 당장의 먹고 살기가 바쁜 이들이라 도시재생이 쉽지는 않다. 비자 문제 해결을 포함해 한국에 정착하려는 중국동포와의 소통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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