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받아준다” 돈 받아 가로채
강제추방 두려워 경찰 신고 못해
(흑룡강신문=하얼빈) 불법체류 외국인들을 상대로 '비자를 받게 해주겠다', '체류 기간을 늘려주겠다'고 속인 뒤 금품을 가로채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한국언론은 불법체류자들은 사기를 당하더라도 강제추방당할까 두려워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숨은 피해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베트남 국적인 A(57·여) 씨는 한국에 관광하러 왔다 소매치기를 당하는 바람에 베트남에 돌아가지 못하고 불법체류자로 남았다. 그는 2013년 김해에서 한국인 박 모(59) 씨를 만나 결혼하기로 했지만, 불법체류자여서 혼인신고를 할 수 없었다.
A 씨는 부산의 한 행정사사무소에서 비자를 받게 해 주겠다는 한국인 B 씨를 알게 됐다. 그는 베트남에 가지 않고도 비자 문제를 다 해결해 주는 조건으로 300만 원을 B 씨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한 달 안에 비자가 나온다던 B 씨의 말과 달리 수 개월이 지나도 비자는 발급되지 않았다. B 씨는 베트남에 다녀오겠다면서 비행기 요금으로 80만 원을 더 요구해 받아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B 씨는 울산출입국관리사무소, 법무부, 주베트남한국대사관 등에 불법체류자 자수서,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비자를 받을 수 없었다.
A 씨의 남편 박 씨가 확인해 본 결과, B 씨는 불법체류자에게 비자를 발급해 주거나 체류기간을 연장해 주겠다면서 여러 불법체류자를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였다고 한다. 울산국제범죄수사대는 이 같은 피해사실 4건을 뒤늦게 발견하고 B 씨를 사기 혐의로 입건하기도 했다.
B 씨는 A 씨를 출입국사무소에 불법체류자라고 신고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나 불법체류자라도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거나 사건 피해자라면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인계하지 않아야 한다는 불법체류자 보호제도 덕분에 A 씨는 추방되지 않았다.
박 씨는 "우리나라 돈은 베트남 화폐로 따지면 20배 정도 가치다. 그들에게는 엄청난 돈이다. 비자를 받아 준다기에 그렇게 큰 돈을 줬는데 사기를 쳤다. 수 년째 마음 고생을 하는 아내를 보면 미안하고 불쌍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울산국제범죄수사대 관계자는 "불법체류자를 합법체류자로 전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비자를 받아주겠다고 해 놓고 대충 서류를 만든 뒤 '노력했지만 비자를 받을 수 없었다'며 돈을 돌려주지 않는 사기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신고를 못하는 경우도 있어 피해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불법체류자도 피해자일 경우 경찰이 출입국관리사무소로 인계하지 않는다. 따라서 경찰에 신고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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