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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딸 보호하느라 반항조차 못하고 고귀한 생명 잃어" 미행하고 좋지 않은 소문 퍼뜨리면서 모욕했다는 생각에 범행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산업연수를 받았던 회사 사장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조선족이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성호)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조선족 김모(35)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는 과거 박모(57)씨로부터 연수 중 따뜻한 보살핌과 은혜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돌이킬 수 없는 극단적인 결과를 야기했다"며 "김씨는 박씨에 대한 망상적인 피해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범행을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해 실행했다"고 지적했다.
또 "박씨는 딸을 보호하기 위해 김씨에게 제대로 반항하지 못하고 극심한 고통 속에 생명을 잃게 됐다"면서 "범행을 지켜봐야 했던 박씨의 딸은 현재까지도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며 유족들과 범행을 목격한 직원들 역시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가 범행 전후 법정에서 보인 태도에 비춰보면 향후 동일한 유형의 범행이 반복될 위험성 또한 매우 높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면서 "평생 수감생활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고 유족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27일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박씨의 여성용 의류공장 사무실에서 박씨를 흉기로 12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결과 김씨는 박씨에 대한 피해의식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지난 2007년 5월부터 8월까지 박씨의 공장에서 산업연수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박씨가 자신을 두차례 미행했으며 자신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을 퍼뜨린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김씨는 또 박씨가 '김씨가 5000원을 훔쳤다'는 말을 지인에게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어 모욕을 당했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연수를 받던 김씨를 따뜻하게 대했지만 김씨는 오히려 A씨가 자신이 마사지를 받으러 다니고 돈을 훔쳤다는 소문을 냈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2010년 이후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피해망상 관련 증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온 상태였다.
지난해 12월 입국한 김씨는 급기야 중국에도 자신에 대한 나쁜 소문이 퍼져 생활하기 어렵다는 망상에 빠졌고, A씨의 사무실로 찾아가 미리 준비한 흉기로 살해하기에 이른 것이다.
김씨는 인근 상점에서 흉기와 과일을 사들고 갔다. 이어 과일을 권하는 척하다가 흉기로 박씨를 찔러 숨지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흉기에 찔리기 전에 흉기와 과일을 들고 온 김씨를 보고 '과일 깎을 과도는 있으니 환불을 하라'고 호의를 베풀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생명의 존중이라는 우리 사회의 기본적 가치관을 훼손하고 사회공동체의 결속을 저해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범행을 지켜봐야 했던 유족과 직원들의 정신적, 심리적 충격이 크지만 피고인은 유족들의 상실감과 고통을 위자(위로하고 도와줌)하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여러 조건을 고려할 때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해 재범을 방지해야 할 요인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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