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동포가 많은 대림동을 우범지대로 묘사해 논란이 일고 있는 ‘청년경찰’ 한 장면. [영화 캡처]
동포 많은 대림동을 우범지대 묘사
“비하 문화 청산” 공동 대응 나서
중국 언론 “중국인 거리 모욕” 보도
배급사 “단체 대표들과 오해 풀 것”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중국동포 사회가 합심해 똘똘 뭉쳐야 한다.”(김용선 중국동포한마음협회 회장)
“동포를 비하하는 ‘문화적폐’를 청산해야 한다.”(곽재석 동포개발연구원 소장)
국내 중국동포들을 대표하는 단체의 장들이 1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 주민센터에 모여 중국동포 비하 논란에 공동 대응키로 했다.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동포는 약 66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날 모임엔 40개의 중국동포 단체장과 길림신문 대표, 대림상인회장과 자율방범대장 등 60여 명이 참석했다. 모임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처럼 많은 중국동포 단체장이 한자리에 모인 적은 없었다. 이 모임은 영화 ‘청년경찰’이 촉발했다. 지난달 9일 개봉해 1일 현재 509만 명이 관람한 이 영화에는 중국동포들이 대림동에서 가출 소녀들을 납치해 난소를 강제 적출·매매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경찰관이 쉽게 갈 수 없는 지역으로 묘사돼 있기도 하다.
박옥선 ‘청년경찰’ 상영 금지 촉구 대책위원장은 “영화가 우리들을 범죄집단으로 매도하고 대림동을 범죄 소굴로 인식시켰다. 더는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 등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중국동포들은 이에 앞서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를 상대로 영화 상영 중단, 제작진의 대림동 방문 사과, 언론에 공개 사과문 게재 등을 요구했다.
영화·드라마에 중국동포가 불편해 할 만한 장면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영화 ‘황해’(2010), ‘신세계’(2013), ‘악녀’(2017) 등에서도 중국동포의 인신매매, 살인 장면이 등장했다. 이에 대해 박씨는 “기존 영화는 조직폭력배나 살인청부업자의 세계를 담았다. 일반 서민들이 나오는 영화가 아니었다”며 “평범한 중국동포들을 경찰도 무서워하는 칼부림꾼으로 만들어버렸다. 나쁜 편견을 깨려 ‘외국인자율방범대’도 꾸리면서 노력한 결과가 무색해졌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방문한 서울 대림동 중국인 거리는 한자가 적힌 간판과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겼지만 다른 번잡한 상업지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곳에서 5년째 중국 식료품점을 운영 중인 이모씨는 “여기도 다 사람 사는 데다. 있지도 않은 범죄를 자꾸 영화에서 만들어 내는데 기가 찬다”고 말했다.
최근 대림동의 범죄율은 줄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대림동의 5대 범죄(살인·강도·성폭력·절도·폭력) 발생건수는 2015년 상반기 624건에서 2017년 상반기 471건으로 25% 감소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올해 상반기 치안종합성과 평가에서 대림동 치안 개선에 힘입어 ‘최우수 등급’을 받기도 했다. 대림동의 중국동포들은 2010년에 외국인자율방범대(외자대)를 출범시켜 자율적인 순찰활동을 하고 있다.
이 영화의 논란에 대해 중국 현지 언론들도 보도하기 시작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온라인판 환구망(環球網)은 지난달 29일 “한국 영화가 서울 중국인 거리를 모욕해 재한 중국동포 단체들이 화났다”는 제목으로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지난달 31일에는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의 서울특파원이 직접 박 위원장을 찾아가 인터뷰했다. ‘왜 항의하는지’ ‘영화 제작사에 무엇을 요구하는지’ 등을 취재했다고 한다. 이 내용이 곧 중국 전역에 보도될 가능성이 있다.
이 영화 투자·배급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최준식 홍보과장은 “사태가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 중국동포들에게 뜻하지 않게 피해를 끼쳐 미안하다. 제작사 관계자들이 중국동포 단체 대표들을 6일 만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요구사항을 직접 듣고 오해를 푸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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