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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새 상권 뜨며 부유층 급증… 인근 외제차 매장엔 중국어 간판
주민들은 골목 주차문제로 눈살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고급 외제차 판매장. 입구에 들어서자 '환잉광린(歡迎光臨·어서 오세요)'이라고 적힌 대형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매장 직원(27)은 "손님 중 절반은 인근 중국인이나 중국 동포"라며 "중국어 능통한 직원을 뽑고, 중국어로 된 입간판도 잘 보이게 세워뒀다"고 했다. 대림동 중앙시장 쪽으로 가자 대형 외제차가 곳곳에 주차돼 있었다. 근처 상가 주인은 "1억원짜리 차는 수두룩하고, 3억원 넘는 차도 여럿 봤다"고 했다.
중국 동포와 중국인이 모여 사는 서울 대림동 주변은 개발이 덜 된 지역이다. 영화에서 이 지역을 범죄 소굴로 묘사했다가 주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최근 이곳에 '외제차 열풍'이 거세다. 좁은 주택가 골목길, 전통시장 옆에서도 외제차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대림동의 외제차 열풍은 최근 몇 년 새 이곳 상권이 크게 발달한 것과 관련 있다. 2012년부터 정부가 최대 3년까지 경제활동을 허용하는 재외동포 비자(F-4)를 발급하면서 국내 중국 동포 인구가 급증했다. 이곳에서 음식점·도소매업을 하는 중국 동포들이 부를 축적했다. 이들이 외제차의 주요 고객이 된 것이다.
이 일대에 벤츠와 BMW 등 외제차 매장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도 3~4년 전부터다. 4년 전 문을 연 한 외제차 판매장 직원은 "여기는 목동이 아니라 대부분 대림동·신길동에서 오는 고객"이라며 "중국어로 응대가 가능한 직원을 항상 둔다"고 했다. 한 외제차 브랜드 본사 관계자는 "중국인 고객 수요에 맞춰 이 지역에 매장을 열었는데, 매출이 서울 중상위권"이라고 했다.
중국인 특유의 '과시욕'도 이 지역 외제차 열풍에 한몫했다는 시각이 있다. 중국인들은 '차는 크고 비쌀수록 좋다'는 인식이 한국인들보다 강하다고 한다. 대림동에서 수도설비기사로 일하는 신모(60)씨는 "월세 살면서 외제차 끄는 사람도 많다. 빚을 내서라도 외제차를 산다"고 말했다. 중앙시장의 한 중국 동포 상인은 "원래 중국인들은 무엇보다도 차를 우선시한다"고 말했다.
덩치 큰 고가의 외제차를 두고 주민들 사이에선 주차 갈등이 빚어진다. 대림동은 약 90%가 다가구주택이다. 주차장이 없거나 협소하다. 주민 김화기(66)씨는 "대형 외제차를 골목에 세워두면 다른 차가 지나가기 어려워 이웃끼리 '차 견인해 가라'고 신고한다"고 했다. 대림3파출소 관계자는 "외제차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어 파출소까지 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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