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지난달 개봉한 영화 '청년경찰'은 주요 배경지이자 중국인 밀집 지역인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을 범죄의 소굴로 묘사했다.
이곳 주민과 중국인들은 영화 때문에 지역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고 주장한다. 지난 10일 공동대책위원회는 집회를 열어 이 영화 상영 중단과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영화가 아닌 현실은 어떨까.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외국인 범죄율의 실태를 짚어봤다. 외국인 현황은 법무부 통계 연보에서, 범죄 발생 관련 정보는 경찰청 범죄통계에서 도움을 받았다.
◇ 증가하는 외국인
지난해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은 200만 명을 넘어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체류 외국인은 최근 5년간 연평균 9.2%씩 증가하고 있다.
전체 인구 대비 체류 외국인 비율도 함께 늘어났다. 2012년에는 2.84%였으나 매년 상승해 작년에는 3.96%를 기록했다. 한국에 사는 100명중 4명은 외국인이라는 의미다.
중국(한국계 중국인 포함)은 가장 많은 구성원을 형성한 국적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체류 외국인 가운데 유일하게 100만 명을 넘겼다. 중국인 비중은 49.6%다.
중국인 증가 폭도 크다. 5년만에 68.6% 늘어났다.
다음은 베트남으로 14만9천명이며 7.3%의 비중을 차지했다. 최근 5년간 2위 자리를 지키던 미국(14만 명)을 처음으로 제쳤다. 이어 태국(10만1천 명), 필리핀(5만7천 명), 우즈베키스탄(5만4천 명) 등의 순이다.
◇ 함께 증가하는 외국인 범죄
체류 외국인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관련 범죄 발생 지표도 비례해서 증가했다. 2013년 당시 체류 외국인 수가 전년 대비 109.1%가 늘어나자 외국인 범죄자 수도 109.0% 증가했다. 2014년 역시 각각 114.1%, 113.9%씩 늘었다.
경찰청 범죄통계자료에 따르면 2012년 2만2천914건에 머물던 외국인 범죄는 매년 증가해 지난해 4만1천44건에 달했다. 5년만에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이다.
외국인 범죄의 증가 폭도 빠른 편이다.
2012년 당시 10만명 당 범죄 인원을 추산했을 때 내국인은 3천338명, 외국인은 1천294명이었다. 외국인 범죄율은 내국인 대비 38.8%에 불과했다.
그러나 내국인의 10만명 당 범죄 인원이 2016년까지 3천500명 미만에 머무는 사이, 외국인 관련 수치는 급속히 증가했다.
특히 2016년의 경우, 전년보다 445명 늘며 처음으로 2천 명을 넘었다. 외국인의 범죄율이 내국인 대비 50%를 넘어선 것도 지난해가 처음이다.
◇ 국적별 범죄 건수, 인구 수와 비례
국적별로 분석했을 때 범죄 발생 건수는 체류 외국인 수와 비례한다. 구성원의 크기가 크면 범죄자 역시 많다.
100만 명이 넘게 체류하고 있는 중국은 범죄 발생 건수가 가장 많은 나라다. 지난해 2만2천567명을 기록하며 전체 외국인 범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5년 전인 2012년보다 9천415명 늘었다.
상위권은 주로 동남아시아 국가가 차지했다. 태국(3천211명), 베트남(2천355명) 등은 중국에 이어 범죄 건수가 많은 나라다. 10위권 내에서는 필리핀(673명), 스리랑카(559명), 인도네시아(385명) 등 동남아 국가가 절반을 차지했다. 체류 외국인 인구 순위와 동일한 수치다.
이밖에 미국은 1천881명, 몽골은 1천647명, 러시아는 818명, 일본은 196명을 기록했다.
영화 속 묘사대로 중국 국적의 외국인은 범죄 발생률이 높은 걸까. 인구 대비 발생 건수로 분석한다면 양상은 다소 달라진다.
국적별 인구 10만명 당 외국인 범죄 인원이 가장 많은 국가는 러시아로 4천837명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러시아 국적의 체류 외국인은 모두 1만6천913명이다. 같은 해 범죄자 수는 818명으로 2013년(260명)보다 3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다음은 몽골로 4천678명이다. 3만5천206명이 체류 중인데 총 1천85건의 범죄를 저질렀다.
지난해 내국인 10만명 당 범죄 인원은 3천495명이다. 러시아와 몽골은 이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몽골의 경우,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연속 10만명 당 범죄 인원이 4천명 이상을 기록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말 발간한 '외국인 폭력범죄 보고서'에 따르면 몽골의 범죄 인원지수는 국내 체류하는 외국인 중에서 최고 수준이다.
중국의 10만명 당 범죄 인원은 2천220명이다. 러시아, 몽골의 절반 수준이다. 경찰청이 범죄통계에서 분류한 16개국 중에 중간 정도의 위치다. 외국인 전체 평균보다는 200여명 많다.
범죄 발생 건수 자체는 높지만, 단순히 범죄를 많이 저지른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는 방증이다.
강력범죄(살인, 강도, 강간, 방화 등)도 알아봤다. 지난해 10만명 당 강력범죄 발생이 많은 나라는 파키스탄으로 1천60명이다. 1만5천여 명이 체류하고 있는 파키스탄 국적의 외국인은 지난해 총 25건의 강력범죄를 저질렀다.
파키스탄에 이어 몽골(801명), 스리랑카(590명), 러시아(520명) 등의 순이며 중국(163명)은 9번째로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 외국인 밀집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대림동이 위치한 서울 영등포구는 중국인 거주자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6월 30일 기준으로 이곳에서 사는 중국인(한국계 중국인 포함)은 3만명이 넘는다. 구로구 역시 비슷한 수치로 전국 2위다.
이 두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전체 외국인 중 94%가량이 중국인이다.
지역 주민들이 체감하는 외국인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
지난해 서울시에서 지역구 주민을 대상(외국인 제외)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나는 외국인을 나의 이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10점 만점)라는 항목에서 영등포구와 구로구는 각각 6.50, 6.33을 기록했다. 모두 서울시 평균인 6.30을 상회하는 수치다.
영등포구는 서초구(6.69), 관악구(6.65) 등에 이어 6번째로 높은 지역이다.
영등포구가 애초부터 외국인에 대한 인식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처음 실시한 2011년 같은 질문에서 5.76으로 서울시 평균 미만이었으나 이후 계속 상승했다. 지난해 기록한 6.50은 영등포구 자체 최고치다.
데이터 분석=신아현 인턴기자
인포그래픽=김유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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