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법] "예비행위지만 죄질 무겁다"
한국 부산고법 형사1부(재판장 김문관 부장판사)는 최근 돈을 갚지 않는 채무자 가족을 인신매매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조선족 A(30)씨에 대한 항소심(2019노231)에서 A씨의 항소를 기각,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중국 국적의 조선족인 A씨는 그랜드 워커힐 서울호텔에서 우연히 만난 중국 국적의 B씨를 통하여 2018년 2월 중순경 비트코인 투자금인 원화를 중국 돈으로 환전해 줄 사람으로 C씨를 소개받아 약 3억 5000만원을 맡겼다가 이들이 돈을 환전해주지 않은 채 도주하는 바람에 중국 국적의 비트코인 투자자들로부터 자금회수 독촉을 받게 되었다. A씨는 C씨를 대신하여 6000만원을 변제하고, 나머지 1억 3000만원을 자신이 영수하였다는 취지로 영수증을 작성해 주는 등 이를 대신 변제할 책임을 부담하게 되었다.
A씨는 C씨에게 수차례 독촉하였으나 C씨가 돈을 주지 않자 돈을 돌려받을 방법을 강구하던 중 2018년 6월 말경 중국 상해에서 도박장을 운영하며 손님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갚지 않으면 인신매매를 전문적으로 행하는 인신매매업자로부터 장기적출 목적으로 사람을 납치하여 매매를 하면 1명당 수억원을 받을 수 있으며 특히 어린 아이가 어른보다 가격이 비싸다는 말을 듣고, B, C씨의 위쳇 사이트 사진 등을 통하여 B, C씨의 가족과 인적사항을 파악한 후 B씨 부부와 딸(2세), C씨 부부와 딸(4세)을 납치하여 장기적출 목적으로 매매하기로 마음먹었다.
A씨는 국내에서 장기적출 목적의 인신매매를 하는 브로커를 찾기 위해 자신의 트위터에 접속하여 "신장, 심장, 콩팥 등 종류별로 전부다 팝니다. 2세부터 30대 중반까지 다양하게 있습니다. 필요하신 분 연락주세요. 사실 분만 연락주세요. 장난 사절입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2018년 9월 1일부터 2019년 2월 4일경까지 약 5개월간 거의 매일 1차례씩 약 120여회 게시하고, 2019년 9월경 경기도 광명역 근처에 있는 현금지급기에서 피해자 1명당 약 20억원을 주겠다는 인신매매 브로커에게 검사비 등 명목으로 30만원을 송금해준 것을 비롯하여 수차례에 걸쳐 장기밀매 브로커들과 접촉했다. A씨는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인 피해자 2명을 살해할 목적으로 약취, 유인할 것을 예비하고(특가법상 13세 미만 약취 · 유인 예비), 장기적출을 목적으로 성인인 피해자 4명을 매매할 것을 예비한 혐의(장기 적출 인신매매 예비)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장기적출목적 인신매매죄와 살해 목적 13세 미만 약취유인죄는 사람의 생명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로서 위법성이 매우 크고, 이 범죄는 사람 자체를 이익 취득을 위한 수단으로 삼는 인식에 기초한 행위이므로 반인륜적 성격이 강하고, 생명 · 신체에 대한 위험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노동력 착취,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보다 피해가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비록 예비에 그쳤지만 피고인은 일가족으로 이루어진 두 가족 피해자 6명을 대상으로 삼아 장기 적출을 위한 예비행위를 하였다는 점에서 죄질이 무겁다"며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A씨는 "피해자에게 겁을 주어 돈을 돌려받기 위한 목적으로 트위터에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해를 가할 듯한 글을 게시한 사실은 있지만, 실제로 장기적출 또는 살해 목적으로 납치, 약취 · 유인을 할 고의나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위해를 가할 의도는 전혀 없었고, 형량도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은 트위터에 계속하여 글을 게시하였음에도 피해자들의 장기매수를 희망하는 브로커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자 보다 적극적으로 장기를 매수할 브로커를 찾으려는 목적으로 자신의 글이 보다 쉽게 검색되도록 할 목적으로 해시태그의 개수를 점차 늘려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에게 피해자 C로 하여금 단순히 겁을 먹게 만들기 위한 목적만 있었다면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 C가 피고인이 올린 글의 의도를 파악하고 겁을 먹었다고 생각되는 시기에 피해자 C나 B에게 돈을 갚을 것을 요구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에게 직 ‧ 간접적으로 돈을 갚을 것을 요구한 사실이 전혀 없고, 오히려 장기매수 희망자를 가장한 경찰관과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자신이 한국에 와 있다는 사실을 피해자들에게 숨기고 있다'라고 말한 것으로 보아, 피고인은 단순히 피해자 B, C로부터 돈을 변제받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에 입국한 것이 아니라 장기매수 브로커로부터 연락을 받을 때까지 피해자들의 행적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에 소재하고 있었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인은 단순히 피해자 B, C에게 겁을 주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피해자들을 납치하고 장기를 적출하기 위한 내심의 준비 또는 범행계획을 세운 것을 넘어서서, 객관적으로 보아 피해자들을 살해하여 장기적출을 목적으로 약취, 유인과 인신매매의 실현을 위한 실질적인 준비행위를 한 사실과 그 고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인신매매 고의가 없었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피고인은 단지 경제적인 이득을 목적으로 피고인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어린 아이들까지도 대상으로 범행을 하였고, 공소사실이 충분히 유죄로 인정됨에도 이 법원에 이르기까지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 자신의 경제적 어려움만을 호소하는 등 사안의 중대함을 인지하지 못한 채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엄중한 처벌을 통해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며 양형부당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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